밀려오는 新文明의 물결 ‘컴퓨터 생활’
  • 박상기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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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통신망 완비ㆍ컴퓨터문맹 퇴치, 새 과제로 정보개방ㆍ평등화 추구 ‘열린 사회’ 실현해야

우리 삶에 새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다가올 21세기를 ‘정보화 사회’ 로 진단하며, 이 신문명을 가져올 과학기기로 컴퓨터와 첨단 전자통신기기를 꼽는다. 18세기에 동력기관이 출현해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틀을 깨고 산업혁명을 촉발했듯이,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 발달은 오늘의 산업사회를 전혀 다른 신문명의 세계로 바꿔놓고 있다. 즉, 일찍이 동력기관이 사람의 ‘근육의 힘’을 몇백배로 증대시키는 일을 해냈다면, 오늘날 컴퓨터는 인간 두뇌의 정보처리 능력을 그만한 비율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농경사회의 사람들은 땅의 소유에 집착했다. “해지기 전까지 걸어서 발자국을 남긴 넓이만큼의 땅을 소유하게 된다”는 약속을 믿고 지나친 욕심을 부린 끝에 목숨을 잃는 톨스토이 우화의 주인공처럼, 사람들은 토지에 매달렸다. 또 산업사회에서는 온통 황금으로 둘러싸인 전설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 헤맸던 조상들의 후예답게 사람들은 황금과 돈을 모으는 데 골몰했었다.

 그러나 다가올 정보시대의 인간들은 비물질적인 가치, 즉 지식이나 정보를 추구하게 된다. 정보문화센터 교육훈련본부의 백석기 본부장은 “과거의 쌀부자나 돈부자보다 정보부자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이른바 정보엘리트들이 사회의 핵심부를 차지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는 곧 ‘정보의 저장창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 기업체에서는 ‘보통사원의 3대조건’이라는 신종 유행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영어회화, 운전면허, 컴퓨터 조작능력’이 신입사원의 1차 자격요건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빠른 걸음으로 정보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지금, 개인적 차원이 아닌 범국가적으로 정보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ISDN(고도종합정보통신망) 계획이 그것인데, 효율적인 정보전달과 균형적인 정보분배라는 목표 아래 2천년대 초반까지 실현해나갈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ISDN이란 한마디로 정보의 고속도로이다. 잘 정비된 도로망이 없다면 도시는 늘어나는 차량을 수용하지 못해 교통체증이 빚어질 것이고, 사고와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정보의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이다. 빈틈없이 짜여진 그물망 네트워크가 없다면 이른바 정보의 병목현상, 정보의 접촉사고, 지역적인 정보소외현상 등이 일어날 것이다. 통신개발연구원의 정윤식박사는 “만일 특정집단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일반인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당하게 된다면 첨단기술이 추구하는 21세기 유토피아의 환상은 사라지고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경고한 바대로 정보독점계층에 의한 新전제주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ISDN의 조속한 건설과 컴퓨터문맹 퇴치를 위한 국민운동은, 우리들의 미래를 정보종속의 ‘닫힌 사회’가 아니라 정보개방과 평등의 ‘열린 사회’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아직 후진국에 속한다. 아시아의 ‘네마리 龍 ’중에서도 정보화에 있어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C의 국민보급률(89년말 현재 총73만5천대)이나 컴퓨터문맹률을 비교해보면, 우리가 대만ㆍ싱가폴ㆍ홍콩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가올 정보사회에서는 갖가지 정보분쟁이 속출하고 부정적인 인간형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혼자서 정보를 소유하려는 ‘정보독식형’이나 정보의 무게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정보기피형’ 인간, 그리고 정보로부터 격리당하는 ‘정보소외형’과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정보조정형’ 인간들의 출현이 예상된다. 그런 만큼 대다수 국민을 ‘지혜로운 정보인’으로 육성하고 다수가 정보문화를 공유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보네트워크 구축 및 사용기회 형평의 여건을 마련하는 각종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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