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못따르는 컴퓨터교육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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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날로 고조… 전문교사ㆍ시설은 ‘태부족’

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밀려오고 있는 신문명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세대에 대한 컴퓨터교육은 따라서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80년대 초반에 일기 시작한 컴퓨터 열풍은, 지난해 중학교에서 컴퓨터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성인들은 물론 이제 벽촌 어린이들까지도 휘몰아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이 최근 농어촌 고학년 국민학생 2천5백93명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 중 45.3%가 컴퓨터를 ‘가장 배우고 싶은 것’으로 지목했다. 또 남학생 20%, 여학생 26.6%가 각종 과학경진대회 중에서 컴퓨터경진대회 참가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컴퓨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정보문화센터에서 작년 12월15일~21일 현대고, 덕수상고 등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된 전국 32개교 8백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학교에서의 컴퓨터 의무교육 필요성’에 대해  58.6%와 37.3%가 ‘매우 필요하다’ ‘대체로 필요하다’고 각각 답하고 있다.

 또 이들 중 89.4%가 컴퓨터 사용경험이 있었으며 85.8%가 컴퓨터 사용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배우기 어렵지만’(80.6%) 컴퓨터를 ‘유익하다’(90.5%)고 했으며 ‘사용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앞으로 컴퓨터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설문에 77.9%가 ‘반드시 받고 싶다’고 강렬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컴퓨터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학교 컴퓨터교육은 수업시간ㆍ전문지도교사ㆍ시설 등의 부족으로 이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각급학교에 개인용 컴퓨터 2천7백대를 보급하고 일반학교에서 주당 2시간씩 특별활동시간에 컴퓨터교육을 실시하도록 권장한 것은 지난 83년. 84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정보처리과와 정보기술과를 설치했으며 87년에 ‘학교 컴퓨터교육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중학생은 지난해부터 기술, 기술ㆍ가정, 실업과목 등을 통해 컴퓨터를 배우고 있으며 국민학생과 고등학생은 올해부터 각각 4ㆍ5ㆍ6학년 실과와 신설되는 정보산업 과목에서 컴퓨터를 익히게 된다.

학교당 컴퓨터보급률 극히 저조    

 그러나 88~96년 기간에 1개교당 개인용 컴퓨터를 교사용 1대, 학생용 30대씩 공급한다는 당초 계획에도 불구 89년 현재 학교당 컴퓨터보급률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신개발연구원이 최근 펴낸 ‘정보화시대의 교육’에 따르면 89년 현재 실업계 고등학교를 제외한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경우 1개교당 컴퓨터 보유대수가 6~8대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에 컴퓨터 1대당 학생수도 각각 1백17.4, 1백42.4, 1백74.9명으로 너무 많고,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기 등 주변기기의 부족으로 실제 컴퓨터 이용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각 학교의 재정적 빈약성, 컴퓨터 전담교사 및 적절한 교재의 부족,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부진 등 실습에 따른 각종 어려움도 컴퓨터교육의 장애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전문교사의 부족은 일선에서 컴퓨터교육을 담당해야 할 전문인력의 중요성에 비추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같은 시설 및 전문교사의 부족현상은 학생들에게도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대우왕 컴퓨터학원의 李玉順강사도 “수강생 중 60%가 국민학생들인데 아이들이 가끔 학교 선생님이 자기들보다도 컴퓨터를 모른다고 불평하는 얘기를 듣는다”고 전하면서 “학부모들의 후원이 잘되는 강남지역보다 강북지역 학교들이 시설이나 투자에서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다”고 컴퓨터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교교육의 문제 외에 일반사회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교육 시설ㆍ기회 부족도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인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은 총무처의 정부전자계산소, 국방부의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의 시스팀공학센터, 전자공업진흥회의 컴퓨터요원 훈련센터, 한국생산성본부, 정보문화센터, 대학부설 전산원(동국대ㆍ숭실대ㆍ한남대), 쌍용컴퓨터연구소 등등. 그러나 이들 기관 중 정부전자계산소, 국방연구원, 대학 부설 전산원, 기업연구소는 교육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교육기회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吳軫錫, 白英均씨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회교육에 있어서의 정보교육 강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들도 컴퓨터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교육원, 기업체연수원 등 교육기관을 조사대상으로 컴퓨터교육의 필요성을 물은 결과 87.6%가 ‘일반인도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답하고, 75.6%가 이같은 교육을 위해 사회교육기관의 프로그램이 확대되길 희망했다는 것. 이처럼 노소를 불문하고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들의 교육욕구를 채워주고 올바른 정보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교육에 대한 인식향상’ ‘정보교육 지원체제 확립’ ‘사회교육법 보강’ ‘정보교육 전문교사 양성체제 확립’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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