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각
  • 편집국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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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인당 GNP 얼마나 되나
 경제체제가 다른 북한경제 수준을 자본주의체제가 사용하는 지표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민총생산(GDP)은 자본주의경제체제의 지표이지 사회주위 경제체제의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  다.

북한은 국민총생산과 국내총생산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해외에 투자해서 생산하는 일도, 북한에서 생산하는 외국업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85년 북한을 방문한 고려대 황의각 교수는 최근 발간된 <북한경제론>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생산 수준이 85년까지 한국과 대등할 정도로 높았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국내에서는 북한의 경제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가, 1인당 국민총생산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GDP 기준으로 1천1백달러

국내총생산(GDP) 자체가 국민의 복지수준이나 경제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데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접어두고라도, 북한은 국내총생산을 계측하지 않기 때문에 남한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수준을 가늠하려면 국내총생산 추정작업이 선행되어야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북한 자료를 남한의 국내총생산 산정방식에 적합하게 바꾸어 소득수준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국내총생산이란“일정기간 국내에서 산출된 최종생산물의 가치”를 말한다. 그런데 북한에는 생산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형성되지 않은 정보 배급가격은 국내총생산 추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가격을 적절히 추정했다고 해도 환율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환율 역시 외환시장에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동유럽 사회주의권을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한 추정방법은 실물지표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1인당 식량 소비량, 자동차 보유대수, 포장도로 총연장, 병원 서비스, 에너지 소비량 등 경제발전화 직접 관련된 실물지표를 파악해 다른 국가와 연계시켜 목표 국가(북한)의 경제발전 수준과 국내총생산을 추정하는 것이다.

 전통적 방법에 의하면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 추정치는 9백달러 미만에서부터 2천5백달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였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42개국 22개 실물지표를 이용하여 ‘주성분분석’이라는 통계기법으로 추정한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천1백달러 수준이다. 이 방법은 실물지표에 활용되는 여러나라 재화와 용역의 질이 같다고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경공업제품의 품질을 고려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추정값이므로 북한의 수준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1천1백달러 수준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이 분석은 물론 완벽한 추정방법은 아니며 실물지표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그러나 적어도 물가·환율 문제화 관계없이 북한의 경제발전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2천5백~1천3백달러 수준

북한의 경제규모를 한국과 같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사용하는 국민총생산(GNP) 개념으로 환산해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체제나 경제구조 등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각기 사용하는 총량지표의 작성기준이나 구성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폐단위와 화폐가치가 다른 상황에서 그 경제력을 어떤 국가와 비교하자면 환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공정한 환율을 도출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국민총생산을 북한 원화로 계산한다고 해도 그것을 다시 미국의 달러화로 평가할 때 북한원화와 미국 달러화 간의 교환비율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러화로 추정되는 북한의 국민 총생산은 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이같은 점이 고려되지 않은 채 그냥 발표되는 북한 국민 총생산의 추정값들은 일반인을 오도하거나 혼란시킬 뿐이다.

 북한의 총생산 규모를 국민총생산 개념을 추정하여, 북한의 인구수(약 2천2백만명)로 나누면 1인당 국민총생산이 나온다. 이것을 북한의 對美공정환율(미화 1달러=북한화 0.97원)로 환산하면 92년 현재 약 2천5백달러 수준이 된다. 반면에 무역환율(미화 1달려=북한화 2.10원)을 적용하면 약 1천3백달러 수준이 된다.

 북한의 1인당 연간소득이 2천5백달러냐 또는 1천3백달려냐 하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왜냐햐면 북한은 1인당 소득이 2천5백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하는데, 남한 당국이나 서방 연구기관은 1천3백달러 미만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어떤 환율을 적용했는가에 따라 달라진 것뿐이다.

 북한의 1인당 소득이 높게 발표된다고 해도 실질생활수준이 그 소득수치만큼 높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경제가 중화학산업과 군비산업에 편중돼 있고, 이들 분야의 생산은 주민의 소비수준과는 관계가 없지만 평균개념인 1인단 소득수치에는 포함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소득수치가 낮게 평가된다고 해서 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이 그 수치가 나타내는 것만큼 비참하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북한은 모든 의식주를 국가가 할당·배급하는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의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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