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옥 속, 0시의 하교길
  • 이상철 기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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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50분, 강남의 한 고등학교 도서관은 대낮처럼 환하다. 늦은 밤인데도 학생들은 귀가하지 않는다. 대입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학교마다 밤 늦게까지 도서관을 개방해 학생들이 공부하도록 돕고 있다. 한 학생은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도 있지만, 도서관에서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급우들이 모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게 돼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 0시5분, 교문 앞에는 30여대의 자가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학부모들은 운전석을 빠져나와 도서관에서 나오는 아들 딸을 저마다 손짓으로 부른다. 매일 밤 딸을 기다리는 한 아버지는 “밤늦도록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는 물론 학부모의 고생이 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0시10분, 한두 대씩 차가 떠나간다. 교문 앞에 서 있던 한 교사는 “부모님들은 집이나 독서실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입시 교육제도가 만들어낸 오밤중의 교문풍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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