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 시작한 駐韓美軍
  • 워싱턴ㆍ이석렬 특파원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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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윤곽 4~5월에 드러날 듯… 남북대화 진전 기대

 韓ㆍ美 양국 정부는 올 10월말부터 92년 7월까지 주한 미공군의 5개 기지중 3개를 폐쇄하고 행정ㆍ지원 등 비전투요원 2천여명을 감축키로 합의했다.

 1월29일의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한ㆍ미 양국은 88년부터 주한 미공군의 기능통합 및 기지 재조정문제를 협의해온 끝에 주한 미공군의 평상시 작전 운영체제를 鳥山 및 君羊山기지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大?ㆍ光州ㆍ水原기지는 유사시 美 증원전력의 전개를 위한 한ㆍ미 공동작전 기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비상한 관심 속에 논의의 대상이 돼온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현실적으로 실천단계에 들어서게 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반도 주변정세에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깊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이 계획은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을 위한 전반적 계획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방위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ㆍ미 양국은 주한미공군기지 일부 철수에도 불구하고 F-16기 등의 추가도입으로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과거 미국이 부담하던 공군력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대화의 진전과 관련, 지금까지 북한 측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주한미군 철수가 공식적으로 개시된다는 점에서 남북대화가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ㆍ북한간의 접촉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미ㆍ북한접촉은 지난해 상반기중 북경을 무대로 일시 계속되다가 중단됐으며 금년 들어 북경을 통한 접촉을 확대시켜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와함께 미ㆍ소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유럽지역에서의 동ㆍ서 화해 및 군축의 바람이 극동지역으로 옮아오는 첫 징후로 해석되기도 한다. 소련은 지난해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북경방문을 계기로 중ㆍ소관계를 정상화했으며 이에따라 중ㆍ소 국경지대에 배치된 소련군을 전면 철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베트남의 캄란만 주둔 蘇해군병력 등 아시아지역에서의 전반적인 군축을 제의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소련의 이니셔티브에 대한 미국의 최초의 반응이 주한미공군기지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공군기지 일부 철수로 구체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 계획의 초점은 “주한미공군의 철수가 아닌 전력의 재배치로, 흩어져 있는 미공군 전력을 오산과 군산기지로 집중시킨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미 공군은 신형 F16 전투기를 새로 도입하게 되어 실제전력은 증가되는 것”이라고 정치 및 전략적 의미를 축소했다. 학계의 한 군사문제전문가도 “만약 오산이나 군산기지가 축소된다면 이는 주한미군 전력의 재편성과 관련되겠으나 대구, 수원, 광주기지 철수는 그런 차원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이번 계획은 미 국방예산 절감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군살을 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주한 미군공군기지를 축소ㆍ조정하기로 한 부시행정부의 결정은 정책의 수정이나 변경이라기보다는 병력배치를 조정한다는 실무적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게 워싱턴의 반응이다. 리처드 체니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감축에 대한 질문에 “1991년도 계획에는 주한미군의 감축은 들어 있지 않고 다만 공군기지 세곳에 대한 약간의 변경이 있게 된 것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2월14일 서울을 방문하여 한국정부측과 주한미군에 대해 앞으로의 대책을 협의할 계획임을 분명히 하면서 “의회가 요청한 주한미군감축안(넌-워너수정안)이 국방성에 의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제조건이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과 관련, 그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필요가 무엇이고 동맹국들의 방위능력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알아내야만 되고 그런 노력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윤곽이 4~5월이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보았다.

 ‘탈냉전의 데탕트 무드를 외면한 예산안’이라는 비난을 의회로부터 듣는 가운데 제출된 91년도 예산안중 국방예산(2천9백21억달러ㆍ전년비 53억달러 증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체니장관은 예년의 예산안에 ‘약간의 손질’을 했을 뿐 본질적인 미국의 군사전략의 골간은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으로는 소련은 아직도 미국을 파멸할 수 있는 엄청난 최신전략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경제난국 아래서도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현단계에서 저지능력을 약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40년 동안 취해온 태평양지역과 유럽에 대한 ‘전진배치개념’을 유지해나갈 것이며 재래식병기 사용에서 전술핵 사용으로 유사시에 대응방법을 바꾸는 ‘유연반응전략’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한국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이 주한 미군공군기지 재조정은 예산절감상 부득이 취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설명에 일단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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