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중신 徒黨체질 개선할 때
  • 김민하 (중안대교수·정치학) ()
  • 승인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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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통합 계기로 이념정당 확립, 정책대결 정착 이뤄져야 정치자금 관련 부패행태 방지 위한 입법과 행정기구 개편도 절실

 우리의 그동안이 4당체제는 바람직한 세계관적 국민정당이 되지 못하고 ‘보스중심’ ‘지역중심’의 사당과 붕당의 성격을 지녀왔으며 여소야대의 현상은 정치의 안정과 능률의 극대화를 요구하는 현대대중사회에 있어서 적지 않은 역기능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에 단행된 보수 3당의 통합은 이러한 것들을 일단 극복하고 ‘정치적 의사를 같이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정당으로 모여야 한다’는 일반정당이론의 기본정신에 부응하면서 범보수세력의 집결을 통한 정국의 안정, 변화하는 남북관계개선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정당성과 역사성, 그리고 명분론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어, 이러한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3당의 통합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정치는 정당에 관한 한 ‘걸음마 단계’

첫째, 그 절차와 과정에 관한 비민주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직접투표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동안의 4黨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킴에 있어서 당원과 국민들의 의사수렴 과정을 통한 동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참여는 고사하고 각당의 고위간부들마저 참여하지 못한 채 전근대적 밀실정치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평민당을 고립화시킴으로써 뿌리깊은 지역감정을 극복하겠다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오히려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셋째는 거대여당의 진로와 당내 계보정치 운영의 문제점이다. 합당목적에서 밝힌 대로 극좌와 극우의 극단주의를 배제하고 중도 · 보수 · 민주 · 민족의 노선으로 일관되게 나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에 집권당의 타성과 속성에 따라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 극우편으로 기울어진다면 특히 통일민주당의 계보는 여지없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민자당은 자칫 군사 · 파시즘 · 반민주 · 반민족세력으로 지탄받게 될 것이다. 민정 · 공화의 성격은 한결같이 하향적 관료적 정당으로서 정치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타생적 정당으로 비교적 쉽게 서로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의 경우 상향적 전통 보수 자생적 정당으로서 늘 민정  · 공화당의 집권세력과 투쟁해온 터였으므로 공존함에 있어서 상당한 변수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막스 웨버(M.Weber)는 일찍이 정당조직의 발전과정에 있어서 정당을 초기의 명사정당(Honoratioren Parteien)과 현대의 대중정당(Massen Parteien)으로 양분한 바 있지만 한국의 정당은 형식적으로는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명사정당인 인물본위의  정당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당의 조직면에 나타난 그동안의 문제점은 정당의 조직과정과 그 형태에서 나타나는 두가지 특징으로 확연하게 나타난다. 그 하나는 개별주의적인 인적 유대관계에 의한 조직이란 점이며 다른 하나는 고도의 의원중심적 조직이라는 점이다.

 무릇 어느 선진화된 정당이든 당내 건전한 정책적 파벌은 존재해야 하고 당내민주화를 통한 충분한 토론이 활발히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특히 이번에 통합된 3당은 모두가 다소의 차이는 있되, 한결같이 보수주의자들로서 오랫동안 체질된 ‘보스’중심의 비정책적 계보정치가 심하게 나타날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헤게모니’쟁취를 위한 의원포섭공작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수준높은 정치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정치부패 심화되면 체제위기 불러

 우리가 바라는 정당조직과 운영의 근대화는 정치인들의 품성개조와 아울러 이념정당의 확립, ‘보스중심체제’의 지양, ‘정책 그룹’간의 정책적 대결의 정착과, 건전한 압력집단과의 제휴, 그리고 외세의존의 탈피로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정치자금문제로 인한 정치부패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이다.

 ‘정치활동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정치자금은 흔히 ‘정계의 지하수도’로 비유되고  있는 바와 같이 그 액수에 있어서 막대할 뿐만 아니라 수입(출처)과 지출(용도)에 있어서 부정과 관련된 많은 의혹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치문제 중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고 우리의 과거 헌정사에 있어서도 늘 이러한 의혹사건들이 계속해서 존재해온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비어(Samuel H.Beer)가 지적한 바 있는 “정책에 있어서 발언권이 금력에 종속되어 왔다”(A voice in policy followed the power of the purse)는 표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3당통합의 새 정당운영에 소요될 정치자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은 액수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이에따라 정치부패의 점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치자금의 용도는 일반적으로 사무비, 인건비, 운영 등을 포함한 경상비와 선거비 같은 임시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나 이제 민자당은 당내 3파의 세력확대를 위한 정치자금이 추가로 필요해짐에 따라 자칫 정경유착과 정치부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짙어진 셈이 되었다.

 정치자금의 정당한 조달과 운영을 위해서는 부패행태를 방지하는 입법과 행정기구의 개선과 더불어 ①정당측의 자금운영의 합리화 및 자금거대화의 방지, ②정치헌금의 조직화와 분산화, ③당원의 조직확대와 당원제의 실시 · 강화, ④당재정의 公用 등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영국과 일본과는 달리 정경유착과 정치부패가 심화될 경우에는 자칫 체제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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