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大聯政체제로 ‘위기탈출’모색
  • 본·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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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등 재야, 3월18일 조기총선 합의 ??? 서독 각 정당 유세 동참, 統獨논의 본격화

동독 정국은 계속되는 파업과 시위속에서 혼미를 거듭하던 중, 한스 모드로프 총리와 재야단체들 사이에 3월18일로 총선을 앞당기고 8명의 무임소각료를 재야단체가 지명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직 인민회의의 최종결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합의가 불가피했던 동독의 ‘비상시국’에 관해 모드로프 총리는 지난달 29일 인민회의에서 행한 국정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현재의 연립정부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 사회적 긴장이 이미 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파업과 태업은 현저한 생산감소를 낳았다. 몇몇 지역에서는 지방의회가 거의  해체되거나 더이상 의결능력이 없다. 법치국가의 근본과 법질서가 갈수록 위태로와지고 있다. 출국의 물결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 정무가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비밀경찰을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정보기구를 창설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 사건 때문이었다.

 새해 국정연설에서 모드로프 총리는 최근 동독에서 신나치 세력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기구의 창설이 불가피함을 역설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기구를 설치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비밀경찰의 감시와 통제속에서 고통받았던  동독인들에게 과거를 연상하게 했다. 또 5월6일로 예정되었던 총선을 앞두고 정당과 재야단체를 탄압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의혹을 샀기 때문에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것이다. 이밖에도 연정에 참여하고 있던 동독 기민당이 연정탈퇴를 선언하면서 정부의 위기는 더욱 가중돼왔다. 결국 모드로프 총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야단체들에게 거국내각에 참여해줄 것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모드로프 총리의 두 번째 거국내각 제의가 있던 날 재야단체들은 원칙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하고 그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 논란끝에 8개 재야단체들이 각각 1명씩의 무임소각료를 지명함은 물론 총선을 앞당기는데 합의한 것이다.

 총선을 앞당기자는 결정은 사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민당은 어차피 내각에 재야세력이 참여한다할지라도 5월6일까지 지탱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정부마저 유지되지 못하면 자유선거 자체가 위태로와질 것이라는 분명한 명분을 내세웠다고 한다.  이미 거의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어놓아 재야단체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체제정비에 들어가 있는 사민당으로서는 내각에 참여해 정책적인 실수를 할 경우에 받는 큰타격보다는 차라리 총선을 앞당기는 편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총선 결정에 대해 다른 재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것은 이들이  정당으로 설립은 되었지만 아직 조직적인 틀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또한 연합전선을 펴기에는 5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동독의 정국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고 빠른 시일 안에 국민의 의사가 모여진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데에는 사민당과 인식을 같이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조기총선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은 총선을 앞당기기로 한 결정을 느긋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의 정책에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로서는 당원들이 계속 탈당하고 있고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동독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섰다. 재야정당 중에서는 사민당이 브란트 서독 사민당 명예당수를 자신들의 명예당수로 추대하고 지구당을 속속 설립하면서 가장 발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이밖에 ‘노이에스 포룸’ ‘즉각적인 민주주의’ ‘좌익연합’등이 좌파정당으로서 선거전에 돌입했다. 보수적인 재야정당으로서는 ‘민주적 출발’ ‘독일광장당’  ‘독일사회연맹’등이 있는데 이들은 연합전선을 구성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들이  이협의를 시작하기까지는 서독 기민당이 선거전 지원을 조건으로 다방면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서독 사민당은 이미 동독 사민당을 자매당으로 인정하면서 인적 · 물적 지원을 하고 있는데 반해 기민당은 분산되어있는 보수정당들 중에서 어느 정당을 지원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독총선의 결과는 금년 12월로 예정된 서독총선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서독의 모든 정당들도 동독총선에 사실상 동참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각 당의 당수 이하 고위간부들은 동독의 선거유세에 참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번의 동독총선에서는 통일문제가 단연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독일통일에 “원칙적으로 동의”함에 따라 그 열기는  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야단체들은 물론 기존의 정당들도 공산당과의 연정은 한결같이  배제하고 있으므로 공산당이 야당으로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총선 결과 들어설 정부는 30%의 득표를 기대하고 있는 사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연립정부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동 · 서관계에서 동독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감안할 때 동독총선 결과가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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