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阿共에 화해바람 만델라 석방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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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민족회의 흑백차별 전면폐기 촉구

작년부터 끈질기게 나돌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넬슨 만델라(71)의 석방설이 마침내 현실화되었다.

 프레데릭 드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은 만델라를 조건없이 석방하는 한편 그가 주도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도 합법단체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획기적인 對흑인유화정책을 지난 2일 발표함으로써 흑백차별정책 고수로 국제정치무대에서 외교적 궁지에 몰려온 남아공은 역사적인 전기를 맞게 되었다. 클레르크 정부가 발표한 개혁조치는 이밖에 33개 反아파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단체의 합법화, 비상사태의 부분적 해제, 정치범 석방, 언론검열 철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클레르크 정부가 아파트헤이트 정책을 이처럼 과감하게 완화한 것은 서방세계의 경제적 ? 외교적 제재에 따른 고립감과 과격해져가는 흑인들의 폭력저항, 그리고 세계의 화해바람을 더 이상 역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만델라 석방결정은 그를 28년간이나 교도소에 수용한 결과 흑인 저항이 상징적 의미만을 증폭시키며 남아공 흑인들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을 뿐이라는 결론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거기에 최근 만델라가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는 유연성을 보인 것도 남아공정부의 화해결단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백인들과 극우 보수당은 클레르크 정부의 이번 조치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ANC측에서도 이번 조치가 “충분치 않다”며 현 백인주도 정권의 즉각 퇴진과 아파트헤이트의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어 남아공의 앞날이 순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현 자본주의체제를 고집하는 백인과, 모든 재산을 국유화함으로써 사회주의 내지는 민족주의 노선을 원하는 흑인의 대립은 심각한 숙제로 남아 있다.

 흑인 내부에도 문제가 많다. 군소단체를 제외하더라도 1백여개에 이르는 흑인단체들은 이념적 편차에 따른 주도권 쟁탈과 지분확보를 둘러싼 알력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만델라가 석방된 뒤에도 감옥에서처럼 영향력을 행사해 흑인세력들을 규합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만델라는 감옥으로부터 석방되는 것이지, 아파트헤이트로부터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데스몬드투투 주교의 말은 남아공의 험난한 개혁일정을 암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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