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검거 사태 벌어진다
  • 광주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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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총련 ‘이념 수사’ … 3만명 ‘출범식’ 평화적으로 끝나



 지난 5월27일 ~29일 조선대에서 열린 제2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범식 및 전남도청 앞 시민대회는 긴장을 불러일으켰으나 큰 폭력 사태 없이 끝났다. 그러나 검찰은 한총련이 각종 유인물 · 선전물 · 전시물을 통해 용공 및 이적 표현과 행위를 한 점을 들어 30일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한총련은 출범식에 앞서 제2기 의장인 金鉉俊군(24 · 부산대 총학생회장) 이 밝힌 대로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검찰은 출범식 ‘선언문’에 나타난 한총련의 노선이 통일 · 주한미군 · 북한 핵 문제에서 북한을 추종한다고 판단해 배후 세력이나 연계 세력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전원 의법 조처하겠닥 나섰다. 검찰이 ‘이적성’으로 지목하는 대목은, 출범 선언문에서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표현한 점이라든가 ‘주체’라는 말을 쓴 점, 또 핵사찰에 반대하고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지한 점이다.

 이번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검찰은 한총련 의장 김현준군과 한총련 조통위원장 겸 남총련 의장 梁東薰군(22 · 조선대 총학생회장)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이적 표현물 제작 · 반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거기에 나선 상태였다.

 한총련은 이번 출범식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정부의 태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정세가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는 강경해진 정치투쟁 노선에 반발하는 세력과 의견 대립이 날카롭고, 외부로는 핵문제 때문에 자기들의 통일 논의나 운동이 자칫 여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총련 지도부의 정세 판단이다.

 출범식이 열린 조선대 교정은 각종 단체의 반정부 대자보 · 전시물 · 유인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또 출범식에서는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을 비롯한 각계 운동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시민들은 학생들의 주장에 부분적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반미 · 정권 퇴진 같은 주장은 성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청앞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민자당 광주전남지부와 미국문화원으로 몰려갔으나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하자 달걀 수백개를 던지고 오후 7시께 물러났다. 민자당사 앞에서 5분간 투석전이 벌어져 경찰이 최루탄을 쏜 일만 빼면 행사 내내 평화적이었다는 중론이다. 3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연행된 학생은 없다.

 경찰도 예상 밖으로 평화적 행사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지역 여론도 이를 긍정하고 있다. 한총련의 ‘이념적 친북 경향’은 해묵은 것인데, 검찰이 이 이념성을 문제삼아 문민 정부 출범후 가장 큰 규모의 대학생 검거 사태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 蘇成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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