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청문’ 2시간30분
  • 편집국 ()
  • 승인 1992.06.2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국내각 총리에 조각권 주겠다.”



 이번주 《시사저널》 대통령후보 초청 패널토론② ‘김대중 후보편’은 지난9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5명의 패널리스트 외에 《시사저널》 편집인인 안병찬 주간이 참여해 보충 질문을 던졌다.

 

설호정 : 집에선 무슨 물을 드십니까?

김대중 : 수돗물을 정수해 먹습니다.

설 : 국산 정수기입니까, 외제 정수기입니까?

김대 : 국산입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김광웅 : 상표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김대 : 잘 모르겠는데, 정수기 만드는 회사에서 하나 줬어요.

김광 : 서울의 중산층은 오염된 물을 먹지 않으려고 김대표 댁처럼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다이아몬드 같은 물을 사서 마십니다. 상수도 정화에 투자해야 할 돈이 개인 비용으로 나가는 것은 마치 공교육비로 지출될 돈이 엄청난 사교육비로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중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까?

김대 : 우리나라 환경이 이렇게 잘못된 큰 원인은 군사문화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71년 대통령후보로 나왔을 때도 이미 서울 상수도 물이 뉴욕 하수도 물보다 더 오염돼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었어요. 그때부터 그 점을 경고했지만 언론들이 무시하고 중요하게 취급을 안했어요. 그 이후 이처럼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군사정권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 우리 조상이나 하늘이 우리에게 준 자연이나 국토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요. 앞으로 환경문제는 행정력이 가장 집중돼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중구조, 지출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국가에서 예산을 증액해 그 일을 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지요.

김광 : 그러면 결국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김대 :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니까 그런 부담은 당연하고…. 또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으로부터 환경세 같은 걸 받아 환경오염을 줄이는 재정으로 충당해야지요.

김광 : 우리나라 납세부담률이 18.5%인 반면 선진국은 대개 22~23%거든요. 그걸 올리면 세금저항이 일어날 게 아닙니까?

김대 : 우리나라 담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닙니다. 또 안 올리더라도 우리나라의 재정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절약하면 엄청난 잉여가 나옵니다. 하나는 정권 유지비를 감춰놓고 쓰니까 잘 모르지만 최소한 2조원 이상 된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안기부가 1조원 이상 쓰고 있는데요. 우리가 집권하면 거기에서 1조원 이상 절약됩니다. 또 건설비가 우리나라 전체 예산 33조원의 약 20%, 약 6조~7조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정부 구매물자 구입비와 국영기업체 사업비를 더하면 10조원이 됩니다. 이것을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의해 공개입찰을 하면 최하 10% 내지 20%는 줄일 수 있다는 게 상식입니다. 또 세금감면·세율 문제로 마땅히 들어와야 할 엄청난 세금이 안 들어오고 잇습니다. 정부 예산을 절약하고 정당하게 세원을 개발하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서도 그런 일을 할재원은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잇습니다.

김광 : 안기부에서 1조원을 쓴다고 하셨는데요. 안기부 예산이 1천9백억원이고, 또 대통령 비서실 예산이 경호실 포함해 약 4백50억원 정도 됩니다. 1천9백억원과 1조원은 상당히 큰 차이인데요.

김대 : 그건 표면적인 예산이고요, 정부 각 부처에 나누어 감춰서 집행합니다. 예비비로도 해놓고, 부처 사업비로도 해놓고 그렇습니다.

김광 : 집권하면 안기부를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김대 : 안기부는 국내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두 가지 일을 주로 시킬 작정입니다. 하나는 국가 안전을 위한 해외 정보, 또 하나는 경제문제와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도록 할 작정입니다.

김광 : 코트라나 산업연구원, 그리고 수없이 많은 정부 산하기관들이 그런 정보를 전부 입수하고, 더욱이 삼성·대우 등 대기업이 더 열심히 입수하는데 안기부가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김대 : 지금 세계적으로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냉전종식과 더불어 시작된 일종의 경제대전에 발맞춰 모두 그런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한계가 있고요, 역시 이것은 국가에서 주력해야 합니다. 이제는 기술전쟁시대 아닙니까. 그래서 안기부도 그런 방향으로 공헌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주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광 : 거국내각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김대 : 거국내각은 우리가 갖고 있는 3분의 1 의석을 감안하면 안할 수 없습니다. 국회를 운영할 수 없으니까요. 다음 내각 구성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문제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이고, 경제발전의 핵심문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입니다. 저는 늘 물가를 3% 이내로 잡는 데 정권의 운명을 걸고, 과학기술 발전에 국가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를 맡고 있는데요. 필요하시다면 과학기술처를 부로 승격시켜 과학기술부 장관이 경제부총리가 되고, 경제기획원은 경제기획처 정도로 변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박권상 : 그렇다면 현행 헌법대로 조각의 일차적 대입을 국회의 동의를 받는 국무총리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지금은 헌법 정신이 전적으로 유린되고 있어요.

김대 : 지금 헌법은 소위 ‘부산 정치파동’ 때 발췌개헌안에 연원을 두고 있어요. 그때 비로소 국무총리 신임제도가 도입됐는데, 지금 헌법은 그때 내각책임제 개헌안에다가 대통령 직선제안 둘을 절충해서, 뭐 절충도 아니고 멋대로 발췌해서 좀 모순된다 할까, 상충된 점이 있어요. 대통령은 행정수반이고 행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조항이 있는 동시에 또 다른 면을 보면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있고…. 하지만 국무총리에게 당연히 조각권, 즉 국무위원 제청권한을 주고 다만 임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국무총리에게 다시 제청을 시키는 과정을 밟는 게 옳지 않은가 생각해요.

김광 : 그렇게 해서 어떤 사람을 등용할 생각입니까? 각 계층·각 정당·여성·청년 등을 말씀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있습니까?

김대 : 인물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 미리 이야기하면 선거에, 대통령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일동 웃음).

박 : 또 총리 권한을 침해하는 거지요.

김대 : 그렇죠. 사실상 각료를 지역·인구별로 안배한다는 것은 원칙으로 보면 옳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지방색이 국민 단합을 저해한다면 차선의 방법이 현 단계에선 최선이 된다는 판단이고, 둘째로 지금 전 국무위원 가운데 50세 이하가 한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딱 하나 무임소장관뿐입니다. 여성들에겐 대단히 실례지만 마치 화초처럼 한 사람 갖다놓은 것뿐입니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설 : 그렇다면 그런 의지를 당에서는 반영하실 수 있는게 아닙니까? 지금 민주당에는 전국구 의원 단 한명밖에 없는데 그야말로 화초 아닙니까? 정권을 담당하면 어떻게 하겠다고 하시는데, 민주당을 담당하고 계시는데도 왜 그 정도로 여성에 대한 긍정적 조처나 배려가 없습니까?

김대 :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이름을 대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연극배우 손숙씨를 전국구로 초청했습니다. 본인이 일단 승낙까지 했는데 마지막 등록 단계에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우선 우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아남으려니까 여러 가지 뜻대로 안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다음 선거부터는 여성을 비례대표제로 참여시킬 작정입니다. 어느 단계까지는 여성에 대한 우대조처를 하고 올려주지 않으면 동등한 위치가 안된다고 보거든요.

설 : 여성문제를 거의 흑백문제와 동등하게 보신다는 말씀이지요?

김대 :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여성분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왜 여성분들이 여성 후보자가 나오면 표를 안 찍습니까. 여성이 지역구에 17명이나 나왔는데 단 한명도 안됐습니다.

강철규 : 아까부터 대통령이 헌법을 명백히 어기는데도 국민의 반응이 없다. 여성이 표를 안 던져서 자기 밥도 못찾아 먹었다고 하시는데, 대통령이 되어서도 뭐가 잘못됐을 때는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그런 말씀을 하실 겁니까?

김대 : 국민이 잘못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고 같이 고치자고 이야기해야지, 영합만 하는 것은 지도자가 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 : 우리 학자들 중에는 과거 30년 동안의 구질서를 벗어나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새로운 질서와 관련해 구상하시는 게 있습니까?

김대 : 박정희 대통령 이래 오늘날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관치경제, 대기업 중심의 경제라는 방향으로 왔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관치경제를 벗어나 완전히 시장경제로 들어가 철저하게 우승열패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제일 싸고 제일 좋은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저씨 집 떡도 크고 싸야 사먹는다”는 게 있는데, 이거야말로 우리 조상들의 자유경제를 말하는 건데, 이대로 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가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란 말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앞세우는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도 대기업은 앞서가고 중소기업은 너무 뒤져 있어요. 한 예로 뉴욕에서 여성들의 패션은 일년에 여섯 번이나 바뀝니다. 일본의 아키하바라 전자시장 같은 경우는 나온 지 6개월 지나면 벌써 30% 할인해줍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성 의류를 같은 레이블에서는 2백m 이상 같은 디자인, 같은 색상의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다양화됐어요. 지금은 절대적으로 중소기업을 중요시해야 할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역할을 분담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정주영씨의 재벌해체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것은 재벌해체가 아니고 재벌들의 분리경영 주장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재벌해체를 주장하진 않지만 적어도 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광 : 그래서 산업구조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 : 산업구조를 재편한다면 전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겨서 우승열패의 길로 가게 하고, 중소기업을 분리해 역할분담을 해주되 밀어 올려주어야 하고….

김광 : 서비스·금융 부문이 너무 비대해져 가는 것도 그냥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두어야 합니까?

김대 : 서비스업이 왜 그렇게 비대해지느냐 하면 투기가 횡행하기 때문입니다. 떼돈을 번 사람들이 술집에 가고, 마구 사치·낭비를 하니까 서비스업이 번창하는 거예요. 앞으로 산업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땅값을 잡는 것입니다. 그걸 잡아서 땅투기를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피나게 노력해 수출해 돈을 벌면 서비스업이 번창할 수 없습니다. 그쪽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당히 제재적인, 그리고 억제적인 과세를 해야 합니다.

김광 : 김대표는 물가를 3%로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자유경제 시장원리에 맞춰 물가를 어떻게 3%로 잡습니까?

김대 : 지금 자유경제를 하는 선진국들의 보통 물가는 3%입니다.

김광 : 아, 그건 구조적으로 가능했구요.

김대 : 아, 우리도 구조적으로 가능합니다. 가능하게 만들어야 해요. 또 아무리 자유경제라 해도 정부가 어떻게 하나도 개입을 안합니까. 첫째 자기 예산부터 정부가 결정하는데 그 예산부터 정부가 긴축해 낭비적인 예산을 안쓰면 우선 물가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정부가 통화량을 마구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고 한은을 완전히 독립시켜 통화량을 안 늘리면 물가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처럼 땅투기를 우선적으로 막으면 과소비가 없어지니까 물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도 물가가 3%까지 내려간 일이 있어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설 : 국가 경제 대신에 김대표 개인의 경제에 대해 몇 가지 질문하지요. 첫째 김대표께서 증권으로 상당히 재미를 보셨다는 소문이 있어요. 둘째 서울 강남의 거대한 중국집 하나를 혈족의 손을 통해 운영한다는 소문이 있고, 또 한 토론회에서 정권을 담당하시게 되면 전재산을 완전 공개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예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하시지요. 6월에 나온 재산세는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김대 : 공개적으로 말하지요. 강남에 있는 어느 곳이건 제가 중국집이건 뭐건 사업체가 있으면 다 가져가라고요.

설 : 일가권속까지 포함해서 말입니까?

김대 : 네. 우리 큰아들이 중국성을 한다는 말이 굉장히 널리 유포되어 있습니다. 제가 더 잘 알아요.

설 : 신촌의 갈비집은?

김대 : 그건 근거가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망명해 있을 때 제 큰아들이 신촌에서 갈비집을 한 일이 있어요.

설 : 지금은 안합니까?

김대 : 네. 그것도 줄테니 가져가라 그러세요. 주식도요. 제가 주식해 번 돈이 있으면 증권회사에 근거가 다 있을 것입니다.

설 : 가명은 가능하지요.

김대 : 아니, 가명이건 뭐건 그런 말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근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사실 주식은 산 일이 있습니다. 13때 국회 때 주식시장을 방문해 대우증권에 가서 1백만원어치 사고 한신증권에 가서 1백만원어치 샀는데, 요새는 주가가 폭락해 통지온 것 보면 1천 몇백원인가밖에 안돼요.

설 : 재산 공개는.

김대 : 대통령 입후보 등록할 때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하나도 감출 것도 어려운 것도 없어요.

안병찬 : 개인 재산이 얼마 정도 됩니까?

김대 : 후보 등록 때 재산 공개하고 대통령이 되면 해마다 변동상황을 공개하고 친인척의 재산까지도 공개하겠습니다. 친인척들의 축재행위는 철저히 막을 생각입니다.

안 : 당 운영을 도덕적으로 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 : 우리가 얼굴을 들지 못할 그런 검은 돈 받아가지고 당을 운영하는 일은 없어요. 물론 당을 운영하려니까 경제인들한테 기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하루빨리 경제인의 지원을 받지 않는 체제가 돼야 합니다.

안 : 군사문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동교동 지하 벙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곤 했는데요. 그곳에서 정치적 거래 같은 것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대 : 동교동 벙커가 뭡니까?

안 : 지하실이죠.

김대 : 지하실 없는 집이 있습니까. 제 집에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하번 와보세요. 저희 집 지하실에는 책이 1만 몇천권쯤 있는데, 그 책과 서재뿐입니다. 잡지사와 인터뷰를 한다든가 할 때 그 서재에서 많이하기 때문에 많이들 옵니다.

안 : 김대표가 이끄시는 당도 혼탁한 분위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서 같이 허우적거리면서 나가는 것 아닙니까?

김대 : 이번에 저희 당 초선의원 12인이 선언을 하기 전에 이부영 최고위원이 저한테 왔었습니다. 저도 대단히 좋은 생각이라고 권장했습니다. 적절한 동참의 기호를 보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돈 안 드는 정치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집권자의 결심만이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소 안되고 몇몇 의원이 깨끗한 정치를 하려고 해봤자 그것은 혼탁한 물에 맑은 물을 집어넣은 정도의 청량감뿐이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죠.

안 : 김대표께서는 꽃을 안 보내는 일에라도 동참하시면서 청량한 물에 가세할 용의는 아직 없으시고 같이 혼탁한 물에 휩쓸려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가요?

김대 : 그것은 아니고요. 꽃 안 보낸다고 해서 나머지 부패가 안 행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것이 근본적인 것은 아니라는 건데, 지금 꽃을 안 보내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 한달에 얼마씩 꽃값으로 들어갑니까?

김대 : 한달에 8백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안 : 추석이나 정초에 선물값은 얼마나 들어갑니까?

김대 : 추석이나 정초 선물값은 김·인삼 등을 포함해 기천만원 듭니다. 그런 선물값으로 기천만원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아시다시피 제가 과거에 고생을 많이 했고 그것 때문에 아직도 어려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때 단돈 20만~30만원씩이라도 애들하고 같이 명절을 지내라고 돌리다 보면 수가 많으니까 그 정도는 듭니다.

설 : 평소 친인척 배제 주장을 해오셨지요. 지난 총선을 앞두고 큰아들인 홍일씨의 공천을 희망하신 걸로 아는데 모순되지 않나요?

김대 : 아버지 때문에 아들의 앞길이 막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은 자식의 인생이 있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생이 있는데 자식이 정치할 의욕이 있고 소질이 있으면 정치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외국에선 얼마든지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주영씨와 자제분이 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제 자식은 12대 때부터 출마가 유보돼왔습니다.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감옥살이도 하고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50세가 다 되도록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인데 아버지 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인도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광 : 조각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습니까?

김대 : 국무위원은 굳이 제 자식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원칙과 현실이 조화돼야 합니다. 아까 말한 내 자식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못할 것 없지 않느냐 하는 그 원칙, 그러나 현실적으로 친인척을 등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국민적 정서를 절충해야 한다면, 국회의원은 괜찮아도 조각에는 안 넣는 것이 좋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케네디같은 사람은 자기 동생을 장관까지 시켰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로 봐서는 아직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죠. 옳은 일이라고 해서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 : 전체 국회의석 3분의 1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한달 운영비는 어느 정도입니까?

김대 : 선관위에서 나오는 것이 3억~4억인데 지금까지는 한달에 6억~7억원 듭니다. 3억원 정도 모자라 의원들의 세비에서 보충합니다만, 물가가 자꾸 오르면서 봉급·수당도 올려줘야 하니까 다음부터는 2억~3억원이 더 들 것 같아요. 현재 중앙선관위에서 석달에 15억원쯤 나오나요, 한달로 보면 5억원이니까, 역시 3억원 정도는 더 보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가령 김후보가 50%, 혹은 30%지지로 당선된다면 그 근거를 밝혀 보시지요. 만약 25%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김대 : 민주당은 과거에 비해 좋은 집권 기회를 맞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첫째는 한 지역이 30년 이상 집권한 데 대한 국민의 염증과 노정권의 실정, 특히 3당 합당 이후의 실정, 민주주의도 좌절되고 경제도 좌절됐습니다. 반면에 우리 당은 통합 야당입니다.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많은 지지가 나온 것은 거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감정의 벽이 아직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소 완화돼서 국회의원선거에서 득표율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아졌어요. 우리는 평면적인 지역대결보다는 입체적인 정책대결로 선거를 치를 생각입니다. 노동자·농민·중산층·중소기업 분야에서는 우리 당이 어느 당보다 자신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기본적인 고정표가 최소한 25%에서 35%까지 된다고 보기 때문에 여기에서 10%를 더 올리면 40% 이상 득표로 당선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조두영 : 신상문제인데요. 김대표의 장단점에 대해 논의가 많습니다. 본인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김대 : 단점이 많지요. 완벽주의적인 면도 있고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 제가 많이 알고 책을 많이 읽은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점이 제 자신을 과대평가시키는 결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제 장점이라면 한번 어떤 원칙을 세우면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 원칙을 지켜왔다는 것, 그것은 제가 자유당 이래 근 40년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일관되게 싸워왔다는 것, 또 제가 1955년 즉 37년 전에 《사상계》나 <동아일보>에 노동문제에 대해 쓴 것이 있는데 지금 생각이나 거의 같아요. 최근에 읽어본 사람들이 놀래요.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현실에 적응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 적응력을 길러왔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 완벽주의라고 말씀하셨는데, 완벽주의는 아래 사람을 위축시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요?

김대 : 그게 참 어려운 문제지요. 완벽주의적으로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점을 시정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설 : 김대표께서 단점으로 지적하신 것은 오히려 장점을 은근히 말하시는 것 같은데…. 김대표께서는 선진국 여러 저명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소위 지식인들한테는 거부감을 주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지적을 받아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김대 :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설 : 87년 선거 때 노태우 후보나 김영삼 후보에 비해 특히 텔레비전을 통한 대중접근이나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김대 : 그때는 시대의 변화를 잘 몰랐습니다. 감옥·망명생활 등으로 오랫동안 억압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제 주변 환경에 너무 영향을 받았습니다. 웃는다는 것도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또 결정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텔레비전 카메라가 비출 때 계속 웃고 있을 수는 없거든요. 어떨 때는 말하다가 인상을 찡그릴 때도 있는데 그 장면만 내놓는단 말예요. 그러다 보니까 시청자들은 저의 안 좋은 인상만 보게 되지요. 그런 대표적 예가 관훈토론회입니다. 아주 까다로운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비교적 잘했다는 평을 받고 만족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을 보니까 그냥 험한 대목만 나와 기가 막히더라고요. 현장에서 잘해도 필요없어요.

김광 : 당내 이야긴데요. 지난번 가야토론회에서 후계자로 이기택 공동대표를 거론하신 걸로 보도됐는데 사실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내 경선 가능성이 있는데 미리 지정하신다는 건 당내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김대 : 신문이 부정확하게 보도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당원의 총의가 결정할 일이지만 이제부터 우리가 합심해서 선거를 치른다면 당락 간에 이기택 공동대표가 지휘권을 갖는 것이 순리가 아니냐 하는 거였습니다.

김광 : 후계자란 뜻은 아닙니까?

김대 : 그런 의미의 후계자는 아니지요. 대통령후보를 제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김광 : 당 총재나 대표 혹은 공동대표의 가능성은?

김대 : 그것도 당이 결정할 문제지요. 지금으로 봐서는 공동대표제는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내년 전당대회에서 공동대표제를 채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김광 : 항간에는 이부영 최고위원과 영등포에 출마했던 김민석씨를 대통령감이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김대 : 선거유세에 가서 선거를 잘 치르면 아무개 후보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잘 키워달라고 이야기하지요.

김광 : 순전히 표를 모으기 위한 수사인가요, 아니면 마음 속에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김대 : 마음 속에 있는 사람도 있고 표를 모으기 위한 것도 있지요.

박 : 우리나라가 아직은 정치 후진국이고 사이비 민주주의예요. 특히 조직·선전·돈·정보·물리적 힘 등 선거에 결정적인 힘이 되는 이 모든 것을 정부가 완전히 독점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선거가 있을 수 없는 이러 상황에서 야당이 된다면 그건 가히 ‘혁명’입니다. 여당이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독점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정권교체는 어려운 거예요. 특히 텔레비전이 결정적인데 완전히 여당에서 독점하고 있고 정보기관도 독점하고 있는데 아까 40%를 득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능하겠어요?

김대 : 자치단체장 선거만 실시되면 미디어·정보력·자금력이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단계의 투개표 부정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부 국민의 비판을 무릅쓰고 지자제 문제에 당운을 걸다시피 하면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박 : 노대통령의 장단점은? 모두 다 잘못한 것만은 아니잖습니까?

김대 : 노대통령은 3당 합당 전까지는 비교적 잘했습니다. 그때는 그분이 여소야대를 받아들인다 해서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전두환씨의 국정자문위원회도 폐지했고 상당수의 5공 인사도 감옥으로 보내고, 청문회도 했고 헌법재판소도 만들었고, 남녀 고용평등법이라든가 가족법 같은 법률은 노태우 대통령이 반대했더라면 안됐습니다. 노대통령과 제가 둘이 만나 해냈습니다. 우리 당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어요. 일단 30년 만에 지자제를 하겠다고 합의한 것, 이것까지는 잘됐다고 봅니다. 이때까지는 야당에 대한 태도도 겸허했고, 잘했어요. 그런데 3당 합당 후로 모든 게 나빠져버렸습니다. 노대통령의 전과 후는 아주 대조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사람도 참 겸허하고 남의 말도 잘 경청해요. 이런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도 겸손하고…. 한데 제일 문제는 약속을 안 지키는 거예요. 말을 해놓고도 그 다음에 그것을 안 지켜요. 그러다 보니까 그 말 믿는 사람만 바보가 돼요.

김광 : 김영삼 후보나 정주영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 : 김영삼씨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30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일관성이라든가 모든 문제를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밀고나간 점이라든가, 이런 것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했어요. 3당 합당이 되고 나니까 그것이 오히려 결점이 되더라고요. 그 뒤에 만나 난 당신이 3당 합당한 것은 참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은 대단히 애석하게 생각하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정주영씨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정치인 정주영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기업과 정치의 구별을 제대로 안하는 것 같고,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아요(일동 웃음). 그러나 77세나 된 분이 당을 창당해가지고 이제 나라의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그 용기와 매일같이 뛰어 다니는 노력은 우리가 그 나이 됐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게 참 부러워요. 가끔 그 점에는 존경에 가까운 생각을 합니다.

김광 : 손세일 의원이 편집한《김대중과 김영삼》이라는 책에 보면 김대표는 김영삼씨에 대해 민주투쟁·용기·포용력·정치적 센스가 탁월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시지 않습니까?

김대 : 합당 때부터 그 장점이 잘못가고 있다 이거예요. 포용하는 것도 좋지만 5공세력·전두환·노태우씨까지 포용한 것은 너무하잖아요. 그건 지지 안해요(일동 웃음). 국민하고 약속했던 것을 버리고 국민의 동의도 없이 한 것을 보면….

김광 : ‘대화합의 정치’를 표방하시는 것을 보면 김대표도 계층·지역 할 것 없이 다 포용하시려는 것 같은데요.

김대 : 화합이라는 것도 원칙이 있는 화합을 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화합을 해야지….

박 : 법에 따르면 28일까지 국회를 개원해야 합니다. 지금 야당이 지자제를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자제 자체가 빨리 돼야겠고, 두 번째는 관권선거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지요. 만일 여당이 공정한 대통령선거를 위해 관권·금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나 조처를 보장한다면 지자제 협상에서 신축성을 보일 수 있습니까?

김대 : 개원협상과 지자제 문제를 꼭 연결시키는 건 아니지만 개원 전에 꼭 해결하자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개원을 해놓고 보면, 여당은 가을까지 문 닫을 수 있어요. 그러면 지자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지자제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열면 국회 열자마자 이 문제 가지고 매일 싸워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을 없애려고 사전에 얘기하자는 거죠. 둘째는 지자제 문제에서 지나치게 대통령선거 부정 방지 목적만 부각됐는데, 세계에서 지자제 안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뿐입니다. 그리고 지자제를 철저히 한 나라일수록 잘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게 잘돼요. 지방자치라는 것이 국민이 정치를 즐기는 장소고 정치를 훈련하는 장소고, 그래서 의회정치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양대기둥이라고 학자들이 말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방자치는 절대로 해야 합니다.

강 : 김대표께서 중산층·서민 편에 선다고 말씀하셨는데, 중산층과 서민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요.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요소가 있지 않습니까?

김대 : 우리 당은 평민당 때부터 중산층과 서민 정당이라고 내세워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는 중산층이 못되는데도 중산층 의식을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거품경기와 마찬가지로 ‘거품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러나 그것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의식은 대부분의 경우 합치되지 상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조화시켜나갈 수 있어요. 중소기업을 앞세우는 경제정책 자체가 이미 중산층의 정책이고, 노동자 농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지지하는 정책, 소외계층·장애자·노인을 위한 사회정의 실현, 또 사회복지 정책, 이것들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믿습니다. 우린 이 둘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강 : 정주영 대표가 이 자리에서 한 공산당 허용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 : 현재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공산당 합법화 문제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북문제가 더 좀 진전돼서 국민 모두가 이만하면 남북이 안심하고 공존할 때가 왔다. 우리가 북도 믿을 수 있고 북도 우리를 믿을 수 있다. 이런 단계가 성의껏 노력하면 멀지 않아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모든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사상의 자유뿐 아니라 활동의 자유를 주는 문제까지도 국민적 합의 속에서 논의될 시기가 옵니다. 지금은 논의해봤자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도 없으면서 부작용만 일어나고 혼란을 가져오고,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진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학자나 국민이 논의하는 것은 자유지만, 적어도 정당의 지도자, 정치 지도자는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 : 근래에 잘 꾸시는 꿈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박 : 부산에서 미테랑의 꿈 이야기를 했던데.

김대 : 미테랑 꿈 얘기는 농담으로 한 건데 안한 것보다 낫데요. 저는 꿈을 잘 안 꿔요. 제가 국회의원을 네 번 떨어지고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그때 고생하던 꿈을 간혹 꾸어요. 그래서 자식들에게 주는 가훈이 ‘부자도 되지 말고 가난하게도 되지 말라’입니다. 가난해도 인격을 유지할 수 없고, 부자가 돼도 돈의 노예가 돼요. 가난해도, 부자가 돼도 돈의 노예가 돼요. 아마 그런 꿈의 영향도 있을 거예요.

조 : 어렸을 적 가장 먼 기억은 뭔지요.

김대 : 가장 먼 기억은 제가 네댓살 때인데, 전 섬에서 자랐거든요. 하루는 동네에 엿장수 아저씨가 왔어요. 담뱃대·크림·여러 가지 방물 등을 가지고 다녀요. 그런데 이 양반이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자고 있더라고요. 동네 애들이 하나씩 집었어요. 나도 담뱃대 하나를 집었어요. 나름으론 아버지에게 갖다드린다고. 어머니한테 갖다드리면서 아버지한테 드리라고 했더니 어디서 생겼냐고 물어요. 그래서 이러이러해서 생겼다고 하니까, 뒤통수에 아직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도적질부터 배운다고요. 어떻게 때리던지요. 아주 죽도록 맞았어요. 지금도 그게 제일 먼 기억예요. 지금도 생각하면 어머니가 그렇게 감사하고 그립고 그래요.

설 : 정초에 전국에 발송한 카드에 김대표 가족 사진이 실려 있는데, 제가 보기에 썩 잘된 것 같지 않은데, 카드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겁니까?

김대 : 저도 그 아이디어에 책임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을 내세우는 것을 잘 안하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국민에 내세우는 것은 서양 풍속이지만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패도 30년 전부터 부인 이름하고 같이 붙이고 있습니다.

설 : 제 고향이 경상도인데요. 김영삼 대표의 ‘학실히’는 정답게 들리지만, 김대표의 호남 억양은 감점요인이 된다고 말하면 억울하십니까?

김대 : 대통령이 돼도 떳떳하게 돼야 하다고 생각합니다. 표준어는 써야 할 필요가 있지만, 억양까지 못 고쳐서 몸부림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합니다. 일종의 콤플렉스고…. 왜 다른 지방 사투리는 괜찮고 호남 사투리를 쓰면 안됩니까. 전 솔직히 동조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사투리는 문제가 안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애교로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광 : 김영삼 대표와 사적으로 만나면 말을 서로 놓으십니까?

김대 : 서로 반말도 하다 경어도 쓰다, 친구로서 자유롭게 말하죠.

박 : 두 분 중에 어느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도 반말을 쓸 수 있겠어요?

김대 : 뭐, 그때 가봐야 알죠.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