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기적 ‘세포질’ 시스템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199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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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는 보리떡 5개와 생선 2마리로 5천명을 배불리 먹였다고 한다. 현대의 이동통신 기술은 불과 3백개의 채널로 30만명이 큰 불편없이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기술이 더 발달하면 3백만명 이상이 생활의 편지를 누릴 수 있다. 이같은 기적을 이루게 하는 것이 셀룰러(cellular)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전화·휴대전화 등 이동전화기로 전화를 거는 데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은 824~849메가헤르츠이다. 이는 미국의 표준을 따른 것이다. 이 주파수 대역은 이동전화 전파가 지나가는 전용도로이다.

 자동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차선을 그어놓듯, 저나가 다른 전파의 방해를 받지 않게 하려면 ‘차선’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1개의 통신채널에는 30킬로헤르츠에 해당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84년부터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이동통신은 10메가헤르츠에 해당하는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10메가헤르츠(1천만헤르츠)를 30킬로헤르츠(3만헤르츠)로 나눈 몫인 3백33이 이동통신의 차선인 채널 수이다.

 이동통신에서는 일반 도로에서와 같이 끼어들기나 추월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혼선을 일으킨다. 통화중일 때는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걸 수 없다. 이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을 잘게 쪼개는 이른바 셀룰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셀(cell)은 세포이다. 행정구역을 시 군 구 읍 면 동 단위로 쪼개듯 지역을 셀 단위로 분할한다. 셀 1개는 반지름이 2~20km인 공간이다. 셀에는 기지국이 있어 차량 또는 휴대전화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받아 교환국에 연결하여 다른 전화와 통화가 가능하도록 이어준다.

 셀의 경계선은 곧 전파의 힘이 떨어져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한 셀의 영역이 끝나는 지점에는 다른 셀들이 자리잡고 있다. 셀은 벌집처럼 서로 맞닿아 넓은 지역을 구성한다.

 가령 서울시 중구 충정로 1가 58번지가 1개의 셀이고, 그 바로 옆에 충정로 57번지 셀이 붙어 있고 한다리 건너 광화문 셀이 있다고 하자. 충정로 58번지 셀에 1번 3번 5번 7번 채널이 있다면 인접한 57번지 셀에서는 1·3·5·7번을 피해야 한다. 셀로 끊어놓은 도로가 채널에 의해 다시 연결돼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57번지 셀에는 2·4·6·8번과 같은 채널을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는 ㄱ씨의 충정로 58번지에서 57번지를 거쳐 광화문까지 걸어가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상황을 상정해보자. ㄱ씨는 충정로 58번지에서 1번 채널로 통화를 시작한다. 58번지 구역을 벗어날 즈음 21번의 채널의 전파가 약해진다. ㄱ씨가 서서히 57번지 구역으로 들어서면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교환기는 57번지에 빈 자리가 있는지를 찾아본다. 마침 4번 채널이 비어 있으면 그가 가지고 있는 이동전화기는 4번 채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작된다. 4번 채널을 쓰던 ㄱ씨는 광화문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또 다른 채널을 배정받는다. 58번지에서 쓰던 1번 채널일 수도 있다.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배턴을 넘겨주듯 셀단위로 채널을 바꿔주는 것을 핸드오프(handoff)라고 한다. 핸드오프는 주파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가입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존의 셀을 더 잘게 쪼개는 방법도 쓰인다.

 한국이동통신은 이같이 주파수를 재사용하거나 셀을 자꾸 분할하는 방법으로 현재 3백33개의 채널을 가지고 17만명의 가입자를 수용하고 잇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오는 93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주파수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디지털 방식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우선 시분할 다중접속(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이 있다. 예컨대  ㄴ씨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ㄷ씨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ㄹ씨는 “나 다녀올께”라는 전갈을 전화로 전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시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쓰면 1개의 채널로 3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 “안감나/녕사다/하합녀/세니올/요다께” 마치 윷판의 말처럼 한 묶음으로 이동한 뒤 3명의 서로 다른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는 2칸씩 건너뛰어 제대로 된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다.

 이밖에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이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큰방에서 여러 나라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국어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일본어 스페인어로 왁자지껄 떠들어도 같은 나라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당사자는 대화에 지장을 받지 않는 원리이다. 언어라는 부호(code)가 서로 다른 언어를 차별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1개의 채널을 2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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