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평택 현지 주민 ‘환영’‘반대’여론 양분
  • 오산 평택.한종호 기자 ()
  • 승인 199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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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경기활성화 기대” …시민 “퇴폐문화 유입, 환경악화”

국방부가 97년까지 용산 미8군사령부를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의 캠프험프리스로 이전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현지에는 벌써부터 술렁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 것이 왔다’고 체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기활성화를 내세워 반색하는 쪽도 있다. ‘결사투쟁’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작년 4월부터 평택에서는 몇몇 인사가 ‘용산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결사반대하는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1만명 서명운동등 홍보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들은 금년 5월 지역내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용산 미군기지 평택이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 ·공동의장 金鐘華 농민회장 ·蔡漢錫 시민모임공동대표 ·金宗玄 목사)를 결성하여 본격적인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을 전개할 태세이다.

金容漢(36 ·서울대강사) 공대위 대변인은 “미군기지가 이전해오면 에이즈와 마약등 퇴폐적 미군문화가 들어오고 미군범죄가 늘어나 교육 및 생활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기지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씨는 “의정부나 이태원이 기지촌 경제로 성공했느냐. 실험은 끝났다”고 일축했다. 아직은 계획이 분명치 않지만 정부가 부족한 부지를 매입하려 할 경우 농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교조 평택지부의 慶周顯씨(35)는 “시민들이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고생들의 미군 위락시설 출입이 잦아 생활지도의 ‘치외법권지역’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부대 주변에서 ‘비너스 레더’라는 가죽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ㅅ씨(53)는 “물론 우리는 기지 이전에 찬성한다. 아이들 교육문제가 있긴 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한편 <우리평택신문>이 지난해 10월 평택군민 3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1.3%가 반대, 11.7%가 찬성, 13.3%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반대 이유로는 △퇴폐분위기 확산으로 인한 교육문제(33.2%) △미군범죄증가(22%) △퇴폐문화 유입(17.8%) △땅값폭등 및 농경지잠식(8%)을 들었다. 찬성자들은 48.6%가 경기활성화로 인한 지역발전을 들었다.

여론조사에선 주민 70%이상이 반대
같은 시기에 주간 《민주평택》이 평택시 ·평택군 ·송탄시 주민 1천2백36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여론조사에서도 73.6%의 주민이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에 반대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대위에서는 “우리 지역의 반마감정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미군부대를 이전한다는 주장은 마로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움직임과는 반대로 오산 공군기지 주변 상인들은 용산 미군기지 유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오산 공군기지는 송탄시 신장동쪽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송탄상공인회’가 중심이 되고 있다. 상공인회 李慶秋 회장(52)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 메네트리 전 주한미군사령관등 관계요로에 “송탄은 미군주둔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잇다. 대전지역은 반미감정이 높지만 송탄은 미8군의 이전을 적극 환영하며 기지의 원만한 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미군측으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씨에 따르면 수차례에 걸쳐 사령부에서 고위장교들을 내려보내 송탄지역의 동정을 살피고 돌아갔다고 한다. 미군과 주민들의 관계가 가장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전이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작년 8월에는 ‘내고장보존위원회’를 결성하여 △미8군사령부 송탄지역 이전 환영 추진 △반미운동 저지를 위한 각종 사업 △각종 유관기관 및 외래관광객 유치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상공인회는 환영행사도 마련
이번에 미8군 이전계획이 확정되자 이곳 상인들은 모두 들뜬 분위기이다. 금속제 장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가게주인은 “걸프전 때문에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상공인회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여론이 있긴 하지만 조촐한 환영행사도 마련할 생각이라고 한다. 미군이전 반대운동에 대해 이씨는 “서울 강남에도 퇴폐 향락문화가 판을 치고 있는데 그게 어디 미군부대 때문이냐”고 반문하면서 “미군이 좋아서라기보다는 40여년간 기지촌 경제로 생계를 유지해온 주민의 입장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여론이 양분되어 있는 가운데 지역의 장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시발전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크게 일고 있다. 기지촌 경기가 이 지역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해왔기 때문에 도시 하부구조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년간 인구증가가 2만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기지촌 경제의 허와 실을 잘 말해준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상공인회의 한 간부는 “기지촌의 뿌리를 무시할 수는 업지만 궁극적으로는 공단이 발전의 견인차가되어 도시구조가 건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탄시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송탄공단에 1백8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절름발이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19일에 발표된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사 이전에 관한 한 ·미 합의사항을 요약 소개한다.

■이전배경 :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 이전계획 추진은 1990년 6월 25일 한 ·미간에 합의 서명된 바 있는 합의각서와 기간중 합의된 내용에 기초를 두고 추진한다.

■이전대상 및 규모 :
-이전대상은 합의각서에 명시된 바대로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 유엔사 미8군사등 주요 사령부와 이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한다.
-이전규모는 주한미군의 감축추이를 감안. 현재 규모보다 상당히 축소된 규모로 이전을 계획한다.
-서울지역 잔류규모도 최대한 통합이전 방침하에 최초 계획보다 축소된 최소한의 인원(유엔사 정전위원 등 1백50명 내외)으로 한정한다.

■이전장소 : 한 ·미연합작전의 효율성, 이전비용의 최소화 등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재 미군이 사용중이 오산 및 평택 미군기지내로 이전함을 원칙으로 하며, 단 오산기지는 다소의 공간부족이 예상되므로 최소한의 필수 소요부지만을 추가 확보한다.

■이전시기 : 1996~1997년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정이 필요할 때에는 이전 종합계획 완성 후 한 ·미 상호협의하에 조정한다.

■이전비용 : 이전비용은 한국측이 부담하며 미국측은 토지소요 최소화, 시설통합화 등을 통하여 비용 최소화에 적극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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