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日 사회당
  • 도쿄.채명석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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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수회귀 격랑으로 ‘표류자’ 신세

“정권을 노리지 않는 정당은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와 같다.” 1955년 좌우파 재결합 이래 한번도 정권의 문턱에 들어서본 적이 없는 일본 제1야당 사회당의 무기력을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평한다.

화려했던 ‘도이 붐’이 지난 4월8일 실시된 이른바 통일지방선거를 계기로 신통력을 잃게 됐다.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선거 결과 사회당은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고, 도쿄도지사선거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사회당 공인후보가 공산당  후보에게도 밀려 4위로 전락, 선거공탁금마저 되돌려받지 못할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마침내 한때는 ‘사회당 중흥의 祖’로 치켜 세워졌단 도이 다카코 위원장(62)도 사퇴해버린 지금 일본의 만년야당 사회당의 운명은 그야말로 침몰 직전이다.

일본 사회당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걸프전쟁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일본 국민의 보수회귀라는 ‘외풍’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일본 국민의 58%가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반대했다. 그러나 걸프만에 소해정을 파견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외파병을 용인한 일본국민은 무려 2배나 늘어나 70%를 기록하고 있다. 또 6월 중순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율은 사상 최고인 64%를 기록한 반면, 사회당 지지율은 17%로 급락했다. 이는 89년 참의원선거 때 사회당 지지율 33%의 절반을 맴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보수회귀성향이 이른바 ‘걸프 공헌책’을 둘러싸고 무조건 반대로 일관한 사회당을 강타해 지난 봄 지방선거의 대패, ‘도이 사회당’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거북이 걸음보다 느린 노선전환
사회당의 좌초를 재촉한 요인은 또 있다. 이른바 ‘사회당의 4대 딜레마’로 불리는 케케묵은 비현실적인 기본정책 때문이다. 자위대 ·미일안보조약 ·한일기본조약 ·원자력 발전 용인문제를 둘러싸고 아직껏 사회당은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인들의 사회당 이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당은 지난 86년 “서구형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신 선언‘을 채택한 이후 꾸준히 노선전환을 꾀해왔다. 그러나 ’두쪽당‘이라는 별칭이 대변해주듯이 당내 좌우양파의 극한대립 때문에 그 노선전환은 거북이 걸음보다 더 느린 게 사실이다.

사회주의의 몰락 즉 동구권 붕괴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당이 마르크스 ·레닌주의형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 정당에서 의회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서구형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변신한 것도 겨우 작년 봄의 일이다.

일본 국민의 보수화 물결에 좌초한 사회당은 지난 달 중순 황급히 ‘당 개혁요강’을 마련했다. ‘중립 ·비동맹노선의 재검토’ ‘자위대의 존재는 위헌이나 축소 ·개편과정을 통해 용인’ ‘미일 ·한일조약의 실재성인정’ 등이 그 골자이나, 아직도 사회당은 그 체질상 ‘4대 딜레마’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도이 위원장의 사임에 다라 사회당은 오는 20일과 21일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위원장을 뽑을 예정이다. 그러나 당내 좌우 양파를 장악, 두차례 국정선거에서 약진의 원동력이 된 ‘도이체제’가 붕괴된 사회당은 일본 국민의 보수회귀라는 격랑을 만나 당분간 ‘심해의 표류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86년 중 ·참의원 동시선거에 대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시바시 위원장의 뒤를 이어 등장한 도이체제는 5년여 ‘사회당 약진의 기관차’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취임 다음 해 1월에 열린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여성대의원이 전년에 비해 무려 3배나 늘어났고, 89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는 사회당 지지기반 약화가 일본 정치전반을 더욱 우경화시킬 것이라는 추리는 가능하다. 우선 사회당 내부는 당 재건의 명분을 내걸고 우파가 득세한 추세다. 이에따라 사회당의 낡은 기본정책도 점차 현실에 순응한 형태로 전환되어 갈 전망이다.
보수회귀성향, 자민당 지지율 상승, 사회당 우파의 득세는 향후 일본 정치가 견제세력을 상실한 채 오른쪽 날개만으로 날아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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