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꼭 마무리돼야”
  • 도쿄·나명은 통신원 ()
  • 승인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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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작년 7월 지문날인 거부로 기소된 지 9년만에 면소판결을 쟁취한 韓宗碩(61)씨가 일본최고재판소 법정에서 외친 자기판결이다.

 일제의 강제징용 · 징병 등으로 현해탄을 건너와 일본땅에서 해방을 맞이한 한국인은 2백40만명. 그중 1백80만명은 해방직후 귀국하고 일본에 잔류한 60만명은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발효와 함께 일방적으로 일본국적을 박탈당한다. 졸지에 ‘일본인’에서 ‘재일 외국인’으로 신분이 바뀐 재일동포들을 옭아매기 위해 일본 당국은 지문날인 의무를 부과한 ‘외국인등록법’을 공포했다.

 이후 ‘잠재적 범죄집단’ ‘치안대상’이라는 올가미가 씌워진 재일한국인에 대한 일본 당국의 관리와 감시가 시작된 이래, 재일동포들의 지문날인 역사는 올해로 서른두해를 맞이한다. 해방을 일본땅에서 맞이한 韓宗碩씨가 재일동포 차별의 상징인 지문날인을 폐지하라고 혼자서 분연히 일어선 것은 10여년 전.

 그의 투쟁은 재일동포사회의 절대적인 호응 속에 일본 전역으로 확산, 외국인등록이 대량 갱신된 85년에는 지문날인 거부자가 3천49명으로 급증했다.

 “방일문제와 연계한다고 한 만큼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통령 방일은 반드시 연기되어야 한다. 한일합방 80년, 국교정상화 25년을 맞이하는 지금이야말로 과거역사를 청산해야 할 때다.” 재일동포사회의 권익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金敬得변호사는 노대통령이 방일을 연기해서라도 차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해야한다고 한국정부에 촉구한다.

 “방일 그 자체는 대환영이지만, 정치적 타협으로 지문날인 폐지 문제 등을 또 앞으로의 과제로 미루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고 김변호사는 거듭 강조했다.

 ‘민족차별과 투쟁하는 연락협의회’ 사무국장 裵重度씨는 “재일동포 3세가 지문을 날인해야 하는 2004년까지는 날인제도를 유지시키되 그후 지문날인 대신 모발 등을 등록케 한다는 일본측의 능구렁이식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본국 정부는 노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재일동포 3세 문제가 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지를 되새겨, 25년전과 같이 골치아픈 문제는 뒤로 미룬다는 자세를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관련부처들은 ‘개방된 인권선진국’이 될 수 있는 호기를 여전히 외면한 채 ‘폐쇄된 인권후진국’으로 남아있으려는 소극적 자세를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이렇듯 지지부진한 한 · 일간 절충을 지켜보는 한 동포는 “일본측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하는 것은 ‘緣木求漁’나 마찬가지”라고 일본 당국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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