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寶는 한국의 보배인가. 한보그룹에 특혜행진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정부와 금융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鄭泰守 한보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됨과 동시에 다시 벌어진 한보의 특혜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금융특혜 의혹: 한보의 특혜의혹은 주로 한보를 되살리기 위한금융특혜에 집중된다. 26개 주택조합에 대한 위약금 지급을 앞두고 한보주택이 도산위기를 맞자 지난 6월21일 한보그룹의 거래은행인 조흥 ·서울 ·신탁 ·상업 ·산업은행은 은행감독원(원장 黃昌基)의 중재아래 1백67억원을 무담보로 신용대출을 해주었다.
하루전인 20이에는 한보주택의 주거래 은행인 조응은행이 1백7억원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 해주었다. 이 돈은 한보주택이 택지분양 계약금으로 서울시에 낸 금액이었다. 한보쪽에서는 이 돈 가운데 86억원을 찾아 주택조합에 갚았다. 이로써 한보는 주택조합에 물기로 합의한 금액 4백51억원 중 갚지 못했던 잔액 2백93억원의 대부분을 갚을 수 있었다. 한보그룹의 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택조합에 대한 배상문제가 사실상 해결된 것이다.
탈세관련 의혹: 3월초부터 한보그룹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온 국세청은 아직도 조사를 마무리짓지 못햇다. 국세청에서 밝힌 세금미납액은 1백68억원 가량 된다. 탈세액만 5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나 국세청에서는 “8월중순께나 돼야 밝혀질 것”이라고 한다. 이과정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늑장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통상적인 세무조사 기간인 3개월이 지났는데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달말로 예정된 법원의 법정관리 판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2일 한보주택은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판정이 나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 판정은 신청 후 즉각 하는 것이 관례다. 판정결과를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6월말 법정관리 여부를 조사해왔던 조사단은 신청을 받아들일 것을 건의했다. 법원이 이 건의를 수용해서 법정관리 판정을 내리게 되면 1천5백억원을 웃도는 한보주택의 빚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동안 동결된다. 또 거래은행으로부터 운용자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일련의 파행적인 한보 뒤처리는 ‘한보=정회장’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주와 기업을 동일하게 보는 시각은 기업이 망할 때는 깨진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정회장이 자신의 일가가 가진 한보철강주식 5백58만주 가운데 63만주(현시세로 44억원 어치)에 대해서 담보제공을 거부하고 빼돌리려 한 것은 적어도 그 통념이 여전히 유효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살고 기업주는 망하는 전례 필요
이런 그릇된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정회장과 그 일가로부터
경영권을 배제함으로써 기업은 살리고 기업주는 망하게 하는 전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당국과 금융계는 한보주택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李龍萬 재무부장관은 “기업주가 나쁘다고 해서 기업을 감정차원에서 처리해서는 안된다”면서 “한보처리에는 수많은 종업원의 생계가
걸려있다”고 밝혔다. 대출규모까지 지정해주던 은행감독원은 “한보의 처리는 거래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조흥은행
李均燮 상무는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며, 인수시키고 싶어도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은행에서는 17일 저녁 4개 거래은행장 회의를 통해 정회장과 세 아들로 하여금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법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정회장의 의중과도 맞아떨어지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전문경영인이 한보를 맡더라도 그룹의 주력기업인 한보주택의 거의 전부와 한보철강의 3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정회장의 입김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회장과 그 일가가 한보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은 한보뿐만 아니라 정태수
회장까지를 되살리려는 최후의 특혜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