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쉬운 글로 꾸민 ‘위인 이야기’
  • 김영만 (주간교육신문사 논설위원) ()
  • 승인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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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별 큰빛 우리나라편 어효선 글 오승진 그림 교학사 펴냄

출판이 원래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려운 것으로 어린이를 위한 출판을 꼽고, 또 그 어린이 중에서도 국민학교 저학년 또래를 위한 출판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친다. 그것은 어릴 때 읽는 글, 보는 그림은 강한 자극을 주어 평생 잊혀지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어주기조차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무렵의 어린이를 위한 책을 발간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두렵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꾸며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구수한 이야기, 우리 문화가 배어 있는 멋있는 이야기, 우리의 생활이 스며든 생생한 이야기 등을 젖혀놓고, 미국이나 일본을 피상적으로 본뜬 난잡하고 무책임한 출판이 범람하고 있다. 어린이의 왕성한 호기심과 독서욕에 편승해서 황당무계한 만화나 조잡한 그림책 따위가 판을 치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극히 비현실적이고 ‘전능’한 존재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폭려과 정의가 뒤죽박죽 되어 있다. 파괴적인 데서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쾌감을 느끼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만화든 그림책이든, 재미있게 읽은 가운데 상상력과 꿈의 나래를 펴고 정의감과 용맹성을 북돋우는 건전한 덕성의 함양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읽을거리는 그야말로 백해무익이라 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여기서 폭력을 영웅적인 행동으로, 뜻하지 않은 요행수를 유일한 행복에의 길로 착각하게 된다. 비현실적인 허구를 현실과 혼동해서, 나도 높은 데서 뛰어내릴 수 있고, 공중으로 날 수도 있다고 착각할 뿐 아니라, 그것을 실지로 해보는 어리석음에 빠지기도 한다. 또 현실이 따라와주지 않을 때는 자기만이 불행하고, 남보다 뒤떨어지고 낙오된 것으로 생각해서 불평불만이 쌓이고 마침내는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하게 되곤 한다.

 이런 가공할 현실을 생각할 때 이들에 대한 보다 건실하고 교육적인 출판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저 이야기의 줄거리만 쫓아 아무렇게나 보아넘기는 넘기는 만화, 한번 훑어보고는 그냥 내던져버리는 조잡한 그림책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과 함축성있는 좋은 글고 꾸민 그림책,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을 이 또래의 어린이들에게 공급해주어야 한다.

 이상은 같은 어려가지 어려운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민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의 읽을 거리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우리나라 위인들의 이야기를 정성들여 쉬운 글로 재미있게 엮어낸 그림책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조건들을 대체로 갖추고 있는 책으로 이번에 敎學社에서 나온 위인전《큰별 큰빛》의 우리나라편을 들 수 있을 것같다.

 집핀한 魚孝善씨는 어린이를 위해 쉬운 표준문장을 쓰는 이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터이지만, 역시 쉽고 길지 않은 분량으로 한 권(56페이지)에 위인 한 분씩을 소개해 어린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거룩한 정신을 전해주려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글이 시원스럽게 그려진 애니메이션 그림과 어울려 딱딱해지기 쉬운 위인전이 재미있는 그림책, 정이 가는 책으로 꾸며지고 있다. 특히 책 끝마다 ‘낱말풀이’가 있어 어려운 낱말을 풀이해놓았고, 엄마와 함께 풀어보는 ‘문제20’을 두어 이 책을 부모와 더불어 읽도록 교육적 뒷받침을 해서 호감이 간다.

 이 위인전은 ‘다른나라편’ 60권이 이미 나와 있고, 이번에 ‘우리나라편’ 40권 중 우선 20권이 나왔으며, 나머지 20권이  곧이어 나오리라고 하는데, 역시 이런 책이 어린이의 양식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정성어린 협력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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