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진압 후유증 심각
  • 편집국 ()
  • 승인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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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노조 시위 잇따라…노사갈등 전국 확산 조짐

현대중공업 사태는 5월을 ‘노동정국’으로 끌고갈 것인가. KBS 사태와 함께 온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현대중공업 파업농성사태는 지난 4월28일 새벽 헬기와 다연발최루탄, 대형 페이로더 차량을 동원한 경찰의 강제진압작전으로 ‘일단’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강제진압의 후유증은 회사 안팎에 남아 있어 이 불씨가 어떻게 번지는가에 따라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먼저 회사 안에 남은 불씨는 ‘골리앗의 사람들’이다. 경찰의 진압작전 개시 직전 이미 농성장을 빠져나간 1백여명의 노조원들은 비상식량까지 준비하고 조선소 안의 대형 ‘골리앗 크레인’에서 ‘끝까지 투쟁’을 다짐하며 장기농성에 들어갔다. 이 초대형 선박건조용 크레인은 높이가 82m나 되고 2개의 폭좁은 사다리만이 유일한 통로여서 경찰의 접근이 쉽지 않다. 또 사방이 철판으로 둘러쌓인 방을 여러개 갖추고 있어 육상 또는 공중에서 최루탄을 살포해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업의 주축세력이었던 ‘골리앗’의 노동자들이 이 지형의 유리함을 십분 활용하며 ‘장기항전’에 들어갈 경우 ‘호황에 접어든 조선업을 한시바삐 정상가동’시키려는 회사측의 의도는 순조롭게 관철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골리앗’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 직후 울산의 현대계열사 노조들이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데 이어 재야 노동사회단체 및 학생들도 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권력이 투입된 28일 이에 항의하는 현대 12개 계열사 노조원과 가족들의 거리 시위가 울산 시내 곳곳에서 일어났고, 30일 현대자동차 노조에서는 ‘연대투쟁의 의미에서 이틀간의 총 파업’을 결의했다. 또 마산창원지역노조총연합회(마창노련)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도 “현대 중공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는 뜻에서 5월1일부터 전노동자가 총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진압으로 해산된 중공업노동자들 역시 30일 오후까지도 만세대아파트 주변 등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이번 파업 농성의 근본원인은 노사간의 누적된 불신감과 강경일변도의 대응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지난해 1월 장기파업 이후 회사측이 주동자들을 빠짐없이 고소 · 고발해 구속시킨 데 이어, 당국이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행렬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현 노동조합위원장 이영현씨를 구속하고 4월20일에는 수석부위원자까지 구속한데서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이렇듯 노조원들의 회사측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또다시 공권력에 의한 해산이라는 안이한 타결방식에 의존한 회사측과 당국의 대응태도는 노사간의 불신의 벽만을 더 높이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現重’ 사태가 재야노동단체의 5월1일 메이데이 확보투쟁 등과 맞물려서 노사갈등을 전국적으로 증폭시키는 ‘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당국과 회사측이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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