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 알제리 공조 ‘이상무’
  • 파리 양영란 통신원 ()
  • 승인 199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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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는 인질 석방 돕고, 프랑스는 회교 과격분자 단속

최근 들어 부쩍 프랑스 정부가 과격파 이슬람 교도, 즉 정치와 종교의 합일을 주장하는 일부 회교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말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프랑스 영사관 소속 직원 3명이 정체불명의 단체에 인질로 잡혔던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일단 석방됐지만, 프랑스 경찰은 지난 11월9일 이슬람 과격분자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 3명을 체포하고 8명을 가택 연금했다. 인질 사건의 배후 인물을 조사한 이번 작전 동안 총 88명의 회교도가 경찰의 심문을 받았다.

 이와는 상관 없이 프랑스에서 봉직하던 터키 회교 지도자 1명은 프랑스 국익에 위반되는 발언을 해 본국으로 추방되었다. 종교색을 배제하는 프랑스 공립학교 규칙을 어기고, 교구내 몇몇 회교도 여학생이 강의실에서도 머리를 감싸는 머플러를 착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 발단이 되었다. 학칙 위반으로 이 여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이 회교 지도자가 세속의 법보다 알라의 규율이 우선이라고 발언한 것이 추방당한 이유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은 채 10월31일과 11월1일 인질로 잡혀 있던 프랑스 외교관들이 석방된 사실만을 간략하게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인질 석방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알제리 정부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를 놓고 프랑스 언론은 이번 일제 단속이 알제리 정부와 협조하여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종교계 ‘역효과’ 우려
 알제 인질극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무장이슬람단체(GIA)는 작년 4월 알제리 정부가 강제 해산한 정교일치 단체 이슬람구원전선(FLS)과 맥이 닿아 있다고 추측한다. 이슬람구원전선은, 한때 적지 않은 지역의 시의회 선거에서 압승할 만큼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여세를 몰아 이들이 중앙정부로까지 진출할까 위협을 느낀 알제리 당국은 이 집단을 해체하고 대다수 지도자들에게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선고했었다. 그런데 11월9일 일제 단속 이후 프랑스에서 구금 혹은 연금 상태로 있는 이슬람 교도들은 대부분 프랑스내 알제리 종교단체(FAF)의 간부들로서, 이슬람구원전선의 해외 지부 노릇을 해왔다. 따라서 무장이슬람단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리라는 것이 프랑스 경찰의 추측이다. 즉 이 과격 분자들은 프랑스 · 알제리에게는 공동의 적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이웃 나라 알제리에 이란식 회교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 프랑스로서는, 국내의 과격분자 조직을 강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알제리 정부를 지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경찰은 가택수사 결과 상당량의 외화 및 무기, 화약제조법 책자, 인질 사건과 관련된 비공개 문서 사본 등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현재 구금중인 3명을 ‘테러의 소지가 있는 자들과 결탁한 혐의’로 본격 수사하기로 했다. 이들의 변호인측은 “일제 단속을 실시한 이상 체면을 세우지 않을 수 없어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들에 대한 혐의 사실은 곧 근거 없음이 판명될 것이다”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이슬람 과격분자 검거 작전에 대해서는, 실제 소득보다 매스컴을 통한 선전 효과가 컸다고 꼬집는 반응이 의외로 많다.

 기존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기보다 앞으로 이같은 조직이 확산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기 위한 선전포고용 작전이었다는 말이다. 아무튼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정치계와 달리, 종교계 특히 회교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회교도들은 “극소수 과격분자 조직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저지른 이번 단속으로 인하여 온건한 대다수 회교도에 대한 이미지조차 훼손되었으며, 이에 대한 반발로 온건주의자들마저 과격파로 전향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걱정했다.

 현재 프랑스에는 이슬람 교도가 3백만명가량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카톨릭에서 개종한 프랑스인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알제리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2만5천명의 안전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와 이번 검거 사건으로 말미암아 프랑스 전국이 일부 강경파 이슬람 세력의 보복 테러 사태에 휘말리게 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0년대 중반, 중동 테러분자들로 인하여 파리 시내 곳곳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중해 너머 가난한 이웃 나라 알제리로부터 불어오는 과격 이슬람주의 입김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 ● 梁永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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