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 고민 ‘님비 신드롬’
  • 안재훈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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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1회용 기저귀, 〈워싱턴 포스트〉신문지, 맥주병, 플래스틱 우유병을 원자폭탄보다 무서워 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저널리스트의 과장된 표현일까. 그러나 실제로 동 · 서 양 진영의 원폭전쟁 가능성보다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쓰레기 문제가 인류의 복지를 위협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웃지 못할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전략무기 반대시위에는 청중이 몰려들지 않지만 환경보호시위에는 수십만명이 들끓는 곳이 미국이다.

 오늘날 미국과 일본의 환경오염 감소노력과 그 성과는 과연 선진국이라는 칭호를 들을 만큼 괄목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의 날’ 20주년(4월22일)을 넘긴 세계는 지금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오존층 파괴, 대기온도 급상승, 산성비, 열대산림지 파괴, 공기오염, 수질오염, 화학산업 폐기물, 농약중독….

 이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시급한 문제는 쓰레기 양산과 매립지 고갈이다. 이것은 오늘 당장 우리 모두의 생활습관 및 경제력과 직결된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년 ‘지구의 날’행사에는 1백35개국, 2억 인구가 동원되었는데 한국도 거기에 크게 한몫 끼었다. 독일의 9천9백99그루 나무심기, 일본의 나무젓가락 안버리기 운동 등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했다. 과연 세계는 떠들석한 매스컴 보도에 힘입어 깨끗한 거주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인다.

 요즘 미국에서는 ‘님비(Nimby)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Not In My Back Yard"의 약어로 먼 곳의 쓰레기 처리장은 좋지만 ‘우리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각 도시 · 지방 · 주마다 서로 남에게 떠맡기고 있으니 법정투쟁이 끊일 날이 없다. 지방자치제 나라의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이 아주 ‘님비현상’과 결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인근 주민의 반대는 각 나라가 마찬가지이다. 미국 전국의 매립지는 5천5백개였는데 현재는 2천여개로 줄었고 신설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방황하며 갈 곳 없는 20세기의 상징물”

 쓰레기 매립지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가장 극적인 것이 87년의 ‘아이스립 쓰레기사건’이다. 뉴욕 근처의 마을 아이스립에서 3천1백86톤의 쓰레기를 화물선에 실어 타지방으로 보냈는데 언론보도로 탄로가 나서 이 선적선은 미국 6개주에서 보이코트 당하고, 남미 3개국에서는 공군을 동원, 상륙을 거부했으며 결국 6개월 동안 6천마일을 방황한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소각되었던 것이다. 이때 언론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길잃은 쓰레기… 방황하며 갈 곳 없는… 대서양의 新해적선… 작열하는 태양아래 잘익어가는 쓰레기… 흑파리로 덮힌 무서운 배… 악취 속의… 20세기의 상징물….”

 때맞춰 미국 대학생들은 ‘쓰레기춤 파티’ ‘쓰레기 패션’경연대회를 열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83%가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쓰레기 감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정화를 위해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겠다는 이 태도는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재생 가능한 쓰레기 선별수거는 지금 미국 각 지방 및 도시에서 일반적인 규칙이 되고 있다.

 슈퍼마킷에 장을 보러가면 계산대의 직원은 “플라스틱? 종이?”하고 물어본다. 식료품을 고객이 원하는 봉지에 넣어주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물어오는 것도 요몇년 사이에 생긴 변화이다. 미국 전국에 쌓이는 하루 생활 쓰레기가 40만톤이라고 하니 이 버리기 문화도 한계점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상품포장이 불필요하게 크다는 것이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원천적 감축’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소비자가 쇼핑태도를 바꿔서 과포장지 물건은 피하자는 뜻이다. ‘자연 부식성’이란 말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인기 끄는 ‘쓰레기學’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쓰레기의 양과 질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들은 ‘쓰레기 수거인’(Garbo)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가볼러지스트’(Garbologist) 라 불린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바나나 껍질은 2~5주만에 부식되지만 겨울양말은 1년, 플래스틱 백 30년, 신문지 1년, 기저귀 4백년, 나무의자 20년, 유리병은 1백년이 지나야 자연부식된다. 따라서 빨리 썩는 포장지연구가 인기있는 학문분야까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매립지에서는 신문지의 납중독, 카드뮴 방출이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립지 설비가 잘되어 지하수 오염을 방지한 성공케이스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후쿠오카市의 매립지는 야구장과 농지로 변해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관광지인 버지니아 비치市는 ‘쓰레기 산’으로 유명하다. 쓰레기로 거대한 산 언덕이 만들어졌는데 피크닉 공원과 각종 운동장이 들어서 있다. 결국 쓰레기 문제는 인간의 생활습성과 예산과 의지력의 문제이지 기술부족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낳게 하는 예들이다.
 서울 도봉산은 등산객의 ‘먹자판 행각’ 때문에 하루에 쓰레기가 30톤이 수거된다고 한국의 한 일간지는 전하고 있는데, 3톤에서 인쇄착오로 ‘0’이 하나 더 붙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해외에 사는 한국인이 품어보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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