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요 투자 지역 아니다”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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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종합상사 닛쇼 이와이 서울 지점장 야스다게 시로씨 인터뷰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어떤가?
 상당히 어렵다. 정부 규제가 너무 많다. 반일본 교육으로 인한 문화적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는 애로이다. 나는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일본을 이해하는 한국 사람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사업 확장을 위한 1차 목표다’라고. 김영삼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려 힘쓴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한 · 일 정상이 최근에 합의한 것처럼, 한 · 일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는 분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인의 반일 감정과 정부 규제 중 어느 쪽이 더 힘든가?
 매일 사업을 하는 데 반일 감정이 직접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사업은 사업자들끼리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고임금과 비싼 땅값에 반일 감정까지 더해지다 보니 일본 사업자들이 웬만하면 한국에 오려고 하지를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역시 정부 규제가 사업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도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 그런데도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행정 규제가 많다. 새 정부가 규제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아직은 그것이 피부에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물론 여러 행정 규제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금을 자유로이 조달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서는 금융 산업의 자율화가 앞당겨져야 한다. 한국의 금리는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현재 일본 공정 할인율은 1.75%인데, 한국에서 돈을 빌리자면 실질 이자를 16% 이상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물류 비용마저 엄청나게 비싸다.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규제가 제거되고, 금융과 외환거래가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렇게 조처한다 해도 일본 경제의 특성상 한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은 일본에게 중요한 투자 지역이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들 국가의 임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이들 국가와 한국이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그러나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이 높은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투자를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크다. 양국 간의 무역수지가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가?
 양국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일본 종합상사로서 닛쇼 이와이도 한국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려고 무척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일본에 수출할 만한 물건이 없다. 제품의 질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해외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는다. 내수 시장의 기준에 맞추어 수출품을 만드는 게 문제이다. 한국 기업은 해외 마케팅이 너무 취약하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는가?
 삼성과 같은 극히 소수의 기업만이 일본 소비자들을 연구하고 일본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를 포함해 선진 각국들이 도쿄에 사무소를 내고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고 열심이다. 한국만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최근 민관 합동으로 투자 유치단을 일본에 보낸 것은 아마 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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