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 시험대 될 임시국회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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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재편후 大與ㆍ小野 첫 힘겨루기 … 악법개폐ㆍ경제개혁법안 등 ‘후퇴’ 전망

 슈퍼여당 民自黨과 미니야당 平民黨간의 첫 접전이 임박했다. 2월19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는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정계재편 이후 거대여당과 왜소야당간의 첫 대결국면이 된다는 점에서 여의도 의사당 주변에는 벌써부터 긴박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자 2백16석 대 평민 70석. 민자당은 의석에서 3배 이상의 강세를 보이고 있어 거인 골리앗 대 다윗의 대결국면으로 판단, 자긍심에 부풀어 있을지 모르나 싸움이 결국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는 역사적 古事는 왜소 평민당의 전의를 한껏 불태우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이번 정계재편에 불만을 나타냈고 바로 이같은 범국민적 ‘비판’을 평민당은 이번 국회에서 골리앗을 향한 ‘돌팔매’로 활용할 채비를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그 해답을 내리긴 지금으로선 시기상조다.

  우선 거대여당 민자당의 출현은 국회상임위원장직의 ‘독식’을 가능케 해 과거 16개 상임위원장직 중 야당측에 할애되었던 9개직마저 이제 모무 여당의 몫이 됐다. 또 민자당 의석 2백16석은 개헌정족수인 1백98석을 18석이나 상회한다는 점에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개헌 발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국무총리 해임결의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이르기까지 가히 무소불위의 對행정부견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여소야대의 시대가 끝나고 바야흐로 ‘팍스 민자당’ 시대가 도래했음을 단적으로 예시해주는 증거들이다.

대부분의 법안. 민자당案으로 통과될 듯

  특히 이번 임시국회는 3당합당후 첫 국회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지난 정기국회에서 이월 된 각종 ‘악법’개폐와 민생관련법안, 지방의회선거법안 및 경제개혁조치를 다루게 돼 있어 앞으로 신여당의 민주화 개혁의지를 가늠해줄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국회보다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간의 회기 동안 처리될 주요법안을 살펴보면 지방의회선거법,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경찰중립화법, 교원노조법, 남북교류특별법, 농어촌발전특별법, 광주민주화운동피해보상법 등이 있다. 또 경제문제와 관련,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관련법안도 처리를 기다리고 있고, 통합군 실현을 위한 국군조직법 개정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법안은 한결 같이 향후 민주화 및 경제개혁과 직결된 법안들이라 조그만치의 부실심의나 졸속처리도 용납지 않는 사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여당인 민자당측에서 보이고 있는 징후는 이러한 중요법안들에 대해 정부ㆍ여당이 3당합당전으 개혁의지에서 크게 후퇴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 대표적인 예가 내년부터 실시키로 되이 있는 금융실명제와 올 6월부터 적용키로 되어 있는 종합토지세제 등 경제개혁조치와 보안법 등 악법개폐를 둘러싼 여권의 입장이 3당합당을 계기로 다시 뒷걸음 치고 있다는 점이다. 朴泰俊 당민정당대표는 최근,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확대도입등은 시기선택이 잘못되었으며 그 내용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李承潤 현민정당 정책위의장은 한술 더떠, “금융실명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돼야 하지만 현행법 중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제거하고 점진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선 이들 경제개혁법안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민자당측 입장의 배경에는 정부ㆍ여당이 여소야대의 구조하에서 ‘野大’의 힘에 밀려 마지 못해 ‘립서비스’ 정도의 조치를 추진하지 낳을 수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된 이상 굳이 기득권층과 재벌의 ‘원성’을 사면서까지 졸속처리 할 이유가 없으며, 특히 금융실명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의원들의 돈줄인 정치자금의 루트가 만천하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대해 3당합당의 ‘부당성’에 대한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준비라고 있는 평민당은 보안법, 안기부법 등의 개폐 못지 않게 토지공개념 관련법안과 금융실명제 법안에 대해서 만일 민자당이 이들 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릴 경우 이를 극력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평민당으 조세온정책위원장은 “3당합당의 배경에는 이같은 경제개혁조치에 대한 재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며 “평민당은 특정계층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정부ㆍ여당의 기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경제개혁법안과 함께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악법의 상징’격인 국가보안법, 안기부법의 처리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법들은 거대여당인 민자당의 힘에 밀려 최소한의 손질만 거친 채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현민주당의 한 실무자는 “국가보안법이나 안기부법 및 기타 법안의 경우 일단 민주당 원안을 최대한 관철시키도록 노력하되 여의치 않으면 결국 민정당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민주당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경우 평민당은 국회에 대체입법인 ‘민주질서보호법’을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도 진작부터 대체입법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한 법’을 마련해 지나 2월3일의 청와대회담에서 金泳三총재가 이를 盧대통령에게 적극 주장한 바 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金鍾泌총재도 참석했던 이회담에서 3인은 보안법 등에 대해 “골격은 유지하되 전향적으로 검토, 개정한다”는 선에 그침으로써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에서 대폭적인 개정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문제와 관련, 민자당의 한 실무자는 “민자당이 개혁을 표방하는 만큼 보안법, 안기부법 등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검찰 등 실무선의 고충을 생각할 때 불고지죄 조항 등의폐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안법 개정은 경우에 따라선 2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힘들 것 같다”고 비관론을 펴고 있다.


 民自 ‘실세’와 平民 ‘명분’ 대결 불가피

  안기부법의 경우 국내수사권 폐지에 대해 여야가 팽팽히 맞서왔으나 거대여당인 민자당의 힘에 눌려 당초 여야가 합의한 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 폐지와 국회내 정보특위 설치를 허용하는 선에서 이번 회기중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중립화 법안은 야3당이 총리 골자로 한 단일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3당합당이 이뤄진 현 시점에서 여야 재협상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밖에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광주보상법재정문제가 다루어질 전망인데 평민당안이 사망ㆍ실종자의 유가족에게 3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토록 하자는 것임에 반해 민정당안은 사망자의 경우 최고 1억3천, 최저5천3백만원 정도로 책정, 액수면에서 평민당과 큰 차이를 보이고있다. 그러나 평민당측의 광주 상무대공원화와 기념관 설립 요구가 수락되면 보상액 책정문제는 의외로 싑게 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선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역시 상반기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선거법에 대한 여야의 막바지 힘겨루기 절충이다.

  지자제선거법에서 최대의 쟁점사항은 선거귀획정 및 의원정수의 확정으로 집약되는데 특히 선거시기와 관련, 민자당은 예정대로 6월 이전에 실시하되 내년 상반기의 단체장선거를 92년 총선시기로 미룰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평민당이 이르 “사실상 단체장선거 자체를 실종 시키려는 음모가 슴어 있다”고 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 기초단체의 출마후보에 대해 민자당이 당초 합의와는 달리 정당추천을 배제할 음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 평민당은 이를 ‘약속위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안법, 안기부법등 이른바 악법 개정과 토지공개념법안 등 경제개혁조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대부분 거대여당인 민자당안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평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극한적인 정치공세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해 ‘유일야당’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세를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각 상임위별로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으나 여당의 독주를 막을 뾰족한 묘책이 없어 고심중이다.

  평민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이 점을 시인한다. “중요한 것은 절차와 과정이다. 표결은 단 3분만에 끝날 수도 있으나 절차와 과정은 때론 30분, 아니 3백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우리당은 이를 충분히 활용해 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결국 거대 민자당의 ‘실세’와 왜소 평민당의 ‘명분’이 대결하는 각축장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양측의 대결이나 각축을 국민들이 더 이상 라라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90년대의 새로운 정채질서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여야 모드에게 지워진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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