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인맥 ‘군살빼기’ 큰 숙제
  • 우정제 기자 ()
  • 승인 199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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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이후 특채 오히려 급증… 조직관리에도 한계

KBS가 방송매체로서 첫 전파를 내보낸 것은 1927년. 일제치하 식민지방송으로 태어난 경성방송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동시에 국영방송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와 같은 공사체제로 탈바꿈한 것은 1973년. 유신체제를 효율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국영에서 공영체제로의 전환이었다. 그뒤 1980년 언론통폐합 때 5개 민간방송사(TBC 동아방송 한국FM 全日방송 서해방송)를 인수,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진 KBS는 계속 팽창을 거듭해 현재 3개의 텔레비전 채널과 8개의 라디오 채널을 가진 거대한 방송기관으로 성장했다.

90년 4월 현재 KBS의 총사원수는 6천3백40명으로 여기에 일용 · 계약직 7백80명, 수신료 징수원 1천2백명을 합하면 8천명이 넘는다. 이는 통폐합 직전의 2배로 불어난 규모로, 이제 그 수용한계점에 이르렀다. KBS는 그간 어러차례의 기구개편을 거쳐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으나 효율적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그 경영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보이고 있다. 81년부터 89년까지의 KBS 인원증가추이를 살펴보면 전체인원은 4천7백70명에서 6천3백40명으로 32.9%나 증가했다. 이같은 인원증가는 경쟁을 배제한 독과점체제의 방만한 경영과 올림픽에 따른 일시적 업무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심각한 인원적체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상위직급의 비대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88년 4백81명이었던 3甲(차장급)의 경우 89년에는 무려 1천1백80명으로 불어났다.

한편 이처럼 방대한 인력은 인적 구성명에서도 구조적인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28개 직종중 기자 · 프로듀서 · 아나운서의 수는 각 4백92, 8백60, 2백57명으로 다 합해야 전체의 2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특이한 것은 건물 경비를 맡는 청원경찰이 6백31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서울이나 지방국을 가릴 것 없이 취재기자보다 보초 서는 경비원이 더 많다는 사실은 5공하에서의 KBS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복잡다기한 구성성분, 편파 · 정실인사에서 비롯된 갈등 또한 심각하다. 언론통폐합의 산물인 출신 방송사별 파벌 외에도 직능별 · 본부별 파벌이 있다. 그 위에 문공부 · 정당 · 군 · 정보기관 · 청와대 등을 등에 업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계속돼온 것도 KBS의 고질적 병폐이다. 더욱이 공영방송제도의 정착을 위해 공채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한 방송통폐합 이후 오히려 특채가 급증해 81년부터 89년까지의 특채자는 모두 1천1백60명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중 전체 채용인원의 무려 42%에 해당하며 이중에는 3甲 이상 간부직만도 69명이나 된다.

KBS의 90년 지출예산 4천2백11억5천8백만원 가운데 방송제작비에 배정된 예산은 총액의 20%, 반면 인건비는 38%로 인건비가 제작비의 거의 2배에 이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폐합 이후 연도별 재정규모의 변화를 항목별로 살펴보아도 일반관리비나 인건비 등이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은 KBS의 계속적인 규모팽창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시청료보다 광고수입 더 많아 ‘공영’이 무색

KBS의 재원구성에서 수신료수입과 광고료수입 비율이 주객전도 현상을 일으키고 잇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KBS의 90년 예산 수입원 중 수신료는 1천31억원, 광고료는 2천7백60억원으로, 그 구성비는 각각 31%와 66%로 배정되어 있다. 그나마 이 수준의 수신료 수입은 내무부의 통합공과금제확대실시에 따라 징수율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에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재원의 성격이 방송사의 활동과 방송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시실을 감안할 때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간판이 다시 한번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광고입이 수신료수입을 웃도는 공영방송이란 그 유례가 없다. <표>에서 보듯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는 재원의 거의 대부분을 수신료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31일 발표된 방송제도연구위원회의 <방송제도 연구보고서> 최종안은 KBS의 기구를 대폭 축소, 텔레비전 2개 채널과 라디오 5개 채널만 소유하고, 제3텔레비전과 교육FM, 라디오서울은 독립시켜 KBS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곧 ‘방송구조개편안’을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인데 KBS1 · 2 텔레비전을 하나로 묶어 NHK나 BBC처럼 공영방송의 성격을 확실하게 하고 KBS3텔레비전은 교육방송공사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현상유제 급급한 비대한 공룡”이라고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KBS. 과연 어떻게 기구 ‘경량화’의 난제를 풀고 참된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온국민은 계속해서 KBS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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