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 민주 통합잔치] 성사될 것인가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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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보완 필요성 절감… “하루 아침에” 점치기도

“여권이 이미 재편된 마당에 야권만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야권재편은 필연적이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스스로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것 밖에 안된다.”

舊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민자당 참여를 거부하고 야권에 남은 ㅇ씨가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지적한 말이다. 현재로서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야권통합이 의외로 빨리 앞당겨질수 있다고 낙관론을 펴는 야권재편론자들은 그 배경으로 다음의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평민당, 특히 金大中총재가 당 안팎의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완강하게 기득권을 고수하던 자세에서 탈피해 양보할 만큼 양보할 것이며, 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민당은 원내 70석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덩치값을 하려 하지만, 기실 야권통합이라는 말만 나오면 예상외로 크게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며 민주당을 상대 정당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김총재는 21일의 대전 집회에서盧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하는 동시에 야권통합 문제에도 큰 무게를 실었다. 야권통합을 노대통령과의 회담과 동등한수준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절박감의 표출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민주당(이하 가칭)내에서도 현실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당내의 이질적인 요소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난파선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는 야권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舊야권 원로들의 거중 조정이 ‘아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이고 낙관적인 정세판단이다. 누구보다도 야권의 정치생리를 잘 알고 있는 정치원로들의 윤활유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막전막후의 불꽃튀는 신경전을 통해 서로의 힘을 진단하고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해 왔다.

평민 외부인사 영입 ‘소문난 잔치’

야권통합이라는 대명제 아래서 평민당은 어떤 형태로든 변신할 수밖에 없는 당위론에 시달려왔다. 유일야당을 자처하면서도 양대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고, 외부 인사 영입작업은 소문난 잔치 이상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부총재 경선, 집단지도체제 채택을 위한 당헌 · 당규 개정 등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던 전당대회의 연기로 나타났다.

盧承煥 · 孫周恒 · 李載根 · 鄭大哲의원 등 중진들의 야구너통합 서명이 있기 직전까지 김대중총재는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바 있고, 또 한차례 전당대회를 연기할 경우 당의 공신력을 떨어뜨려 체면이 깎인다는 실리론이 꽤 우세했다. 그런데도 평민당은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쪽을 택했다. 평민당이 야권통합의 덫에 걸려 있음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말해 야권통합을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지 않고는 한발짝도 운신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통합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1대1의 대등통합과 최고위원제 신설을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김총재가 과연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느냐로 집약된다. 이 가능성은 현재의 시점에서 일단 수용될 수 잇다는 낙관론으로 기울고 잇다. 민주당과 黨대黨으로 통합하더라도 민주당의 가용인력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평민당 주도가 되리라는 수치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막후에서 야권통합 작업을 진행중인 야권의 중진 ㄱ씨는 통합 가능성에 대해 “김총재의 2선후퇴 문제가 핵심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오히려 이 문제는 대표최고위원의 경선제 도입으로 쉽게 풀 수 있다”고 말해 평민당내 통합서명파들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집단지도체제의 운영방안과 관련해 최고위원의 윤번제案과 경선 차점자의차기 대표최고위원직 보장,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와 총재를 구분하는 역할분담론 등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으나 가능성은 아직 희박한 단계다.

평맨당이 ‘光州黨’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듯 민주당 역시 ‘釜山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양당이 지역당으로 남아 있는 한 통합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평민당과 민주당내의 서울 · 중부지역 출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통합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양당 통합추진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 지역 현역의원들이 통합에 적극성을 보이는 배경에는 지금의 분열된 상태로는 야권이 차기 총선에서 당선을 따내기가 힘들다는 개인 차원의 이해득실도 깔려 있다.

“민주당에는 당수가 8명”

평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에는 당수가 8명”이라고 이질성을 비꼰다. “민주당은 오로지 反호남 · 反평민의 끈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이 비관론은 그러나 통합을 오히려 앞당기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지역적 고립을 자초함으로써 자가분열할 수도 잇기 대문에 사전 예비책으로 평민당 문을 더욱 힘차게 두드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朴燦鍾 · 李哲 · 張石和의원 등 서울지역 출신과 盧武鉉의원 등이 창당보다는 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李基澤 · 金光一 · 金正吉의원 등 ‘釜山黨’의원들은 先창당 後통합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궐선거에서의 개선을 자축하는 무드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태평세월을 구가하는 것은 아니다. 평민당 우세지역을 피해 조직책을 선정하면서 창당 요건인 45개 지구당 창당에 힘을 쏟고 있긴 하지만 인적 자원의 한계 때문에 자칫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補選승리와 같은 호재가 되풀이 되지 않는 한 민주당이 일으키는 新黨바람은 주춤해지고, 결국 국민의 관심도 희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창당 발기인 선정과정에서 특정인 중심의 인맥이 형성되었다는 한 야권 인사의 주장은 민주당의 속사정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의 이기택위원장은 평민당에 대해 1대1의 지분을 요구하려면 야권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수용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인사의 영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평민당은 전당대회를 일단 민주당 창당 이후로 미루었고, 민주당은 늦어도 6월초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변동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두 당의 전당대회 시기보다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과연 두 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 동거상태로 진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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