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9~10월 이뤄질듯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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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중국 권력투쟁’이 변수…亞·太硏 윤석헌 회장 비공식 확인



 한국과 중국의 수교가 빠르면 오는 9~10월 이뤄질 것 같다. 중국내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갈등, 북한과 일본의 수교 등 양국 관계 정상화 시기와 관련한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긴 하나 중국내 정세의 흐름으로 볼 때 양국 수교는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尹錫憲 아태경제문화연구소 회장은 동경에서 중국 고위층 인사와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에 이름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윤회장은 중국 고위층과 특별한 교분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최고 실력자인 鄧小平의 의중에 정통한 한 중국 고위층 인사는 한·중 수교가 9~10월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국측 인사가 윤회장에게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양국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거의 다 제거돼 모든 분위기가 성숙했다. 남은 것은 서류 작성, 술어 다듬기, 수교후 양국의 이익관계 정리 등 기술적으로 처리할 문제만 남았다. 대만에서도 이미 한국에 사람을 보내 한·중 수교후 대만과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를 끝낸 것으로 안다. 한·중 수교와 관련해 북한측은 중국에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 첫째는 일본에 압력을 가해 한·중 수교전 일본과 북한의 수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최대한 노력하겠으나 그 선후 관계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둘째, 북한은 무기 군함 장거리포 등 일련의 무기를 요구하는 명세서를 제출했다. 중국측은 이에 대해 방어용 무기는 고려할 수 있으나 공격용 무기는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셋째, 북한측은 그밖에 수백가지의 원조 항목을 제시했다. 중국측은 경제 사정상 곤란한 점이 많으나 중·북한 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인사가 전한 한국측의 대중국 수교 조건은 북한에 핵무기 제조기술을 이전해선 안되며, 북한이 남북한 동시 핵사찰을 받도록 설득해 달라는 것, 그리고 공격용 무기는 절대로 북한에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전한 내용으로 보면 북한 역시 한·중 수교를 시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윤회장이 그보다 앞서 중국에서 만난 다른 고위층 인사는 등소평이 오래 전부터 한·중 수교를 다그쳐 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楊尙昆 국가 주석이 지난 4월13일부터 5일간 평양을 방문해 金日成 주석에게 한·중 수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까지 구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陳雲(공산당중앙위원회 주임)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는 북한과의 친선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과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워 여전히 한·중 수교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북한 의식해 비밀리에 추진할 듯

 외무부의 金錫友 아주국장은 “한·중 수교에 관한 특정 시기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연내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양국 외무장관이 세 번씩이나 만났고 양국 관계 정상화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데 양국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정신없이 서두르지는 않는다.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그는 수교와 관련한 문제에 민간인이 관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윤회장이 주장하는 9~10월 조기 수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회장은 이 말에 대해 중국의 외교 방식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중국은 비밀 외교를 통해 대외관계를 진전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며 경우에 따라서 공식 창구보다 비공식 창구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북한을 의식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만약 수교가 결정되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전격적으로 발표될 것이 분명하다.

 양국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지금 공은 중국측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한국은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일 내에 수교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 수교 시기는 전적으로 중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수교를 너무 서두르는 나머지 중국의 페이스에 말려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중국문화부 吳春德 외연국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비공식 방문했는데 문화부와 외무부가 이들을 서로 접대하려고 다투다가 결국 문화부에 영접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이들 일행은 방한중 삼성그룹의 이름으로 접대를 받았고, 수교 전 문화·체육 부문의 전면 교류에 한국측과 합의했다.

 한·중 수교 시기 문제는 중국내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의 권력투쟁의 전개 양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공산당 14기 전국 인민 대표 대회를 앞두고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선 문제를 놓고 알력이 노골화되고 있다. 등소평을 정점으로 하는 개혁파가 승리하면 李鵬(총리) ?依林(중앙정치국 위원) 宋平(중앙정치국 위원) 李瑞環 및 艾磁生(광번전영전시부장)과 高迪(인민일보 사장), 그리고 신화사통신 사장이 바뀔 가능성이 많다. 반대로 진운을 필두로 한 보수파가 이기면 현 진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등소평의 개혁파가 승리할 경우 鄒家華(부총리)와 朱鎔基(부총리)가 총리급에 등장할 것이다. 홍콩이나 특히 서방측 소식통이 예측하고 있는 이붕 총리의 경질도 혁명 세대 원로들이 권력의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극적으로 합의해 연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태경제문화연구소의 윤회장은 개혁파가 권력투쟁에서 승리할 경우 한·중 관계는 9~10월경에 정상화될 것이며 보수파가 이길 경우 양국 수교 시기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내 권력 투쟁은 개혁파가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그 징후로 최근 강경 보수파인 李錫銘(북경시당 위원회·서기)과 賀敬之(국무원 문화부 부장 직무대리 겸 당선전부 부부장)가 보직 해임된 사실을 들었다.

 

북한 핵 해결되면 한·중, 북·일 급진전

 윤회장의 주장은 다른 중국 관측통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외교안보연구원의 朴斗福교수는 한·중 수교 시기는 중국을 둘러싼 환경적 조건의 성숙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중국은 개혁을 본격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중 관계 개선의 조짐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李相玉 외무장관이 지난 4월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참석하기 위해 북경에 갔을 때 중국의 錢其琛 외교부장과 만나 양국 국교정상화 문제를 공론화한 점을 상기시켰다. 박교수는 양국 외상이 금년 하반기에 만날 두번의 기회, 즉 9월 10~11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APEC) 각료회의 이사회와 9월 하순에 열리는 유엔 총회가 한·중 수교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때 양국 수교를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한·중 수교 시기는 중국의 국내 사정 외에 남북한 관계의 발전과 북한·일본 관계 정상화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바로 핵문제가 연계돼 있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를 강력히 원하고 있으나 북한 핵사찰 문제 때문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박교수는 핵문제가 수습되면 북한·일본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교수는 현재 중국내 보수파와 개혁파 간 갈등이 있으나 그것을 본질적인 대립이라기보다는 개혁의 당위성을 전제로 한 개혁 속도에 관한 견해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지난 1월 18일~2월 21일 사이 등소평의 남부 지방 순시 이후 분위기는 개혁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방 순시 연설이란 등소평이 武昌 深川 珠海 上海를 방문해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할 것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 사건을 말한다. 6.4 천안문 사태 때 학생운동 무력 제압, 조자양 퇴진, 국내경제의 침체 등으로 중국에서 등소평의 이미지는 매우 나빠졌다. 등소평은 이미지 회복을 위해 조자양을 등장시키려고 했으나 진운 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북경에서 이를 공식화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개혁과 개방이 일정한 수준에 이룬 남부지방을 전격적으로 시찰하면서 연설을 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남부 지방 순시를 끝내고 북경에 돌아온 등소평이 보수파를 이끌고 있는 진운과 정면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윤석헌 회장이 중국 고위층 인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운은 王震(국가 부주석) 江澤民 이붕 송평 등을 데리고 등소평을 찾아가 그에게 “이런 식으로 간섭하면 더는 참지 못하겠다”고 하자, 등소평은 “나는 그런 것 겁내지 않는다. 인민을 위해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 내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 우리는 지금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3철을 타파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인민들 앞에 역사적인 죄인이 되는 거야”라고 잘라 말했다. 3철이란 쇠의자, 쇠밥그릇, 쇠노임으로 이는 각각 한번 앉으면 평생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잘하나 못하나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는 그릇, 일을 해도 주고 안해도 주는 임금 등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중국의 관행을 뜻한다.

 

윤석헌씨, 중국 고위층 자제들과 친분

 등소평은 평당원이지만 국민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중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그가 강택민 총서기와 이붕 총리조차도 만나 보기가 극히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현재 중국의 권력구도를 보면 개혁파는 등소평을 정점으로 양상곤(주석)과 萬里(상무위원회 주석) 趙紫陽 楊白永(양상곤의 동생) 등이 군대를 장악하고 있다. 보수파는 진운을 정점으로 해 왕진 李先念(정치협상회 주석) 이붕 姚依林 등이 관료조직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소 회장은 87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본부를 둔 한민족해외복음화본부의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중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중국을 수십차례 드나들며 중국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기에 힘쓰면서 당·정 고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해 왔다. 특히 그는 권력 세습 관행이 행해지는 중국 정치판의 실세인 고위층 자제들, 즉 태자당 그룹에 주목했다. 윤회장이 지금까지 교분을 가지고 있는 고위층 자제로는 등소평의 자제들, 양상곤, 胡耀邦, 진운, 왕진의 아들 등 수십명에 이른다. 윤회장은 그의 이름이 중국 관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교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측 인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나타나기를 극히 삼가왔다고 말했다.

 아태경제문화연구소가 주최해 지난해 10월 18일~20일 중국 북경시 友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국제 경제’ 세미나에는 장관급 인사 3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王光英(정치협상회 부주석)이 개회연설을 했고 곡목(전 부총리)이 치사를, 그리고 호평(상업부장관)이 인사말을 했다. 그밖에 唐克(중국 신탁투자공사 부총재, 전 금속부 장관), 羅元錚(이붕 총리 경제고문), 가홍생(국무원 판공청 사무총장), 羅涵先(중외사회문화교류협회 이사장), 채택민(외사위원회 부주임), 강습(상업부 고문), 阮波(전등소평 비서.중국전망출판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리셉션에는 부총리급 인사로 童大林(전국가체제 개혁 위원회 부주임), 杜潤生(국무원 농촌문제 연구센터 주임), 錢棟梁(경제무역부 대외 경제 발전 센터 부총리), 李貴(중앙 통일전선부 차관), 張雨杰(국무원 외국 전문관리국 차관) 등이 참석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계, 관계, 재계 인사들이 중국측과 접촉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趙南其 장군을, 李承潤 전부총리는 나원쟁을 만났으며, 金復東씨는 등박당(등소평의 아들로 중국 장애자 협회장)과 만났고, 鄭周永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추가화(부총리)와 田紀雲(부총리)을 만났으나 모두 뜻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申鉉碻 삼성물산 회장도 부총리급 인사와 만나 수교를 논의했으나 성과가 없었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보낸 金顯植씨는 김대표와 중국 고위측과의 회동을 성사시키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회장에 따르면 중국의 차관급 이상 인사가 한국인을 만날 때는 국무원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는 지위보다도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중국민의 정서와 중국 외교 방식을 아는 것이 한·중관계에서 중요한 대목이라고 충고한다. 외교의 최우선은 개인의 공다툼이 아닌 국익에 두어야 한다는 그의 당연한 말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절실하다.

김재일 정치부 차장


중국 사정에 정통한 尹錫憲 아태경제문화연구소 회장은 “중국은 상대방의 지위보다 개인적 신뢰를 중시한다. 한·소 수교 때처럼 고위층 인사들의 공다툼 작태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교안보연구원 朴斗福 교수는 “중국 보수·개혁파 간의 갈등은 본질적 대립이 아닌 개혁의 당위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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