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趙英吉 사장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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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450만 유치하겠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26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개발의 시기였던 60~70년대에 관광공사는 관광자원을 개발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관광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3억5천8백만달러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여행자들의 무분별한 행태 때문에 관광산업을 보는 눈길도 곱지 않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 趙英吉 사장은 “만권의 책보다 만리의 여행이 더 가르침이 많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관광의 긍정적 측면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한다. 조사장은 81년 해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국무총리 비서실장 · 전매청장을 거쳐 89년 3월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앉았다.

 

관광수지 적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율이 지금도 20% 가량 되지만 차츰 줄어들리라고 봅니다. 한번씩 나가 보면 해외여행에 대한 매력도 줄고, 정신도 좀 차려서 물건을 살 때 분별이 있게 됩니다. 일본일들도 과거에는 비난받지 않았습니까. 관광은 국민교육에 큰 덕이 있으니까 조금 적자가 나더라도 크게 아파할 것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졌으니까 건전관광을 강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해외여행이 지탄받을 불건전한 면만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와이 등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도 많습니다.

평생 한번인데 해외여행 한번 가면 어떻습니까. 신혼여행 때 한번 가고 결혼해서 갈 것 안가면 그게 더 의미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가능한 한 해외여행은 젊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 많이 보고 와야지 죽기 얼마 전에 갔다와서 무슨 사회적 기여를 하겠습니까. 일본 고등학교 학생들이, 멀리는 못 가지만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이 참 부럽습니다. 한국에서 한강만 바라보고 남산만 쳐다보던 애들하고 알프스산 올라보고 라인강 보고 돌아 온 애들하고 같겠습니까. 우리 경제가 좀 나아지면 해외 수학여행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관광의 계몽적인 측면이 사회적으로 강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거야말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잠재적인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외국 여행객이 우리나라에 와서 평균 1천달러 가량 쓰는데 우리 여행객이 그 두배를 밖에서 쓴다는 통계도 나와 있듯이, 외화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쓰는 것이 조금씩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검소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이지만 통계가 잘못 인식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외국 사람이 쓰는 것은 한국에서 쓴 것만 통계로 잡힌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쓰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쓴 것을 모두 합한 것입니다. 그걸 그대로 평면으로 한국에서 외국사람 쓰는 것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각국에서 쓴 모든 돈을 다 합해서 평균치를 낸 것과 비교해야 의미가 있겠죠. 다만 한국에서 외국인이 쓰는 돈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것은 얘기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 수는 늘고 있습니까.

작년만 두고 볼 때도 관광객의 머리 수는 8%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것은 주변국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관광수입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금년에도 10.3% 증가했으나 돈은 0.98%밖에 안 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머리 수가 10% 증가한 만큼 수입이 증가한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지요. 관광산업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산업에서의 원료비 비중의 3분의 1밖에 안됩니다. 반면에 부가가치는 갑절이 됩니다. 그러니까 관광에서 버는 돈은 실속이 있는 돈입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쓰면 그만큼 생돈이 날라가는 것입니다.

 

관광공사가 외국 여행객이 돈을 쓰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관광공사나 관광업계만의 힘으론 안됩니다. 관광공사의 임직원 1천명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홍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10개국에 15개의 해외지사가 있습니다. 호텔 · 관광 종사자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국민관광지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해외홍보를 통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말을 냇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지만 물 먹이는 일은, 그 놈이 입을 벌리도록 하는 매력이 있어야 가능하지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아주 간단히 말한다면 그만큼 한국에서 돈을 쓸 만한 매력이 감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물가가 과거보다 많이 올라 쇼핑의 매력이 없어졌습니다. 그 다음에 외국인이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에 대한 규제가 많아졌습니다. 이를테면 호텔의 나이트클럽도 밤12시면 안된다, 사우나도 일주일에 한번은 쉬어야 한다, 이런 제한요인도 하나의 이유가 됩니다. 골프장도 내국인이 부킹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외국인한테 돌아갈 게 없습니다. 교통난도 문제입니다. 옛날에는 민속촌이 상당히 인기가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관광상품에 민속촌이 대부분 안들어가 있습니다. 한번 가는 데 하루종일 걸리니까 관광객들도 불만이고 여행사로 봐서도 수지가 안 맞으니까. 지금 현재 여러가지 경제 이유로 해서 50대 대기업은 레저 산업에 진출도 못하게 돼있고 호텔시설을 여신규제를 받게 돼있습니다. 1백% 자기돈으로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통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경제라는 것이 일파만파가 돼서 어느 한쪽에서 파도가 이는데 저쪽이 고요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한쪽 입장만 강조할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그릇이 자꾸 작아지고 있습니다.(정부는 16일 호텔의 심야영업을 허가하고, 호텔 신축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일본인에 대한 비자를 간소화하는 등 관광진흥 조처를 취했다.)

 

지난 몇년간 관광에 대한 투자가 적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침체했다는 겁니까.

우리는 그렇게 보는 겁니다.

 

음식에 대해 관광객의 불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출국하는 외래 관광객에 대해 매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제일 불편한 것은 언어소통, 두번째가 교통, 세번째가 음식이었습니다. 특히 중국계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고작해야 삼계탕만 먹고 갑니다. 음식 문제가 상당한 제약요인입니다.

 

우리나라에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있다고 보십니까.

동서양에 따라 다릅니다. 동양사람이나 중동, 이런 데 사람들은 우리나라 산을 보고 상당히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산 자체가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은 대체로 활동적인 관광을 합니다. 바다에 가서 햇볕을 쪼인다든지, 수영을 한다든지 합니다. 등산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상당히 바다 지향적입니다. 우리 관광자원이 그런 측면에서는 상당히 약합니다.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는 어디입니까.

제주도를 비교적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연간 30만명정도 됩니다. 일본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서울하고 워낙 멀어서 교통도 불편하고 해서 많이 못가는 것 같습니다. 가령 발리 같은 곳은 금년에도 가고 내년에도 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관광객이 올해에 경주에 가고 내년에도 경주 가겠다, 고고학자나 되면 몰라도, 이런 반복 여행자가 있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을 만들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골프장 같은 게 여유 있거나 하면 제주도를 두어 차례 방문할지 모르지만 그런 시설은 내국인 수용하기도 벅찹니다. 가령 바다 좋고, 모래 좋고, 태양 좋으면 서양사람들이 몇년을 두고 찾을 수 있지만 우리에겐 그런 환경이 없습니다.

 

관광수지 적자를 메울 방법은 있습니까.

관광 적자를 해소하려면, 긴 안목으로 볼 때도 우선 일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관광자원을 가지고도 어느 수준까지는 일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연간 2백억달러의 관광수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관광의 보물창고를 바로 옆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일선 관광업체에서는 비자 문제가 결려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에 일본 관광객을 빼앗긴다고 말합니다.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저희 판단으로는 관광객이 훨씬 많이 들어올 것으로 봅니다. 일본 여행사 대표나 언론인들은 한결같이 비자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비자를 받으려면 직장인의 경우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상사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한국 여행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기생관광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런 이미지는 점진적으로 불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여성들이 한국에 대해 그런 인식이 많은 것 같고, 그러니까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일본의 여성 직장인이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데 그들을 유치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그간의 왜곡된 이미지가 상당히 문제가 됩니다. 해외홍보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걸리리라고 봅니다.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 관광을 바라는 국민이 많은데 빠른 시일내에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우리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봤습니다만, 북한은 관광산업이 외화벌이가 되니까 매력을 느낄지 모르지만 외화벌이보다 이른바 외풍이 들어가는 것을 더 두려워하리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을 확 여는 관광교류는 어려울 것입니다.

 

88올림픽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됐습니까.

그해 해외 관광객 2백만명을 달성했습니다. 전년에 비해 26% 증가를 보였습니다. 올해 목표는 3백50만명입니다.

 

94년 ‘한국방문의 해’ 준비는 잘되고 있습니까.

한국방문의 해는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4백50만명 방문에 50억 달러가 목표입니다. 작년에 겨우 3백만명을 돌파했는데 2년만에 50% 이상 증가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의욕적이라고 봅니다. 한국방문의 해를 위한 사업을 많이 준비하고 있고 태평양 · 아시아 관광협회(PATA) 총회 등 각종 국제행사도 개최합니다. 게다가 서울 천도 6백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94년 1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군 출신으로서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지요.

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한 지 3년 3개월 됐습니다. 아직도 잘 모릅니다만 관리인이니까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죠.

 

일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자신 전매청장을 지냈지만, 담배하고 비교해 말한다면 관광은 건강을 주는 산업입니다. 장래가 유망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희망을 갖게 되고 보람도 느낍니다. 주변에서들 제 일이 비교적 적성에 맞는 직책이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관광공사의 예산은 어느 정도이며 재원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올해 예산은 1천3백91억원입니다. 김포 · 김해 · 제주 등 국제공항과 부산항 등 국제선 취항 터미널에 면세점을 설치하여 양주 담배 향수 시계 화장품 등의 외국 제품과 인삼 모피 전자제품 토산품 등 국내 제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인건비로 1백19억원이 들어가고(1인당 평균 연봉 1천2백만원) 나머지 1천2백억원은 홍보 등 사업비에 씁니다.

 

관광공사에서는 지난 30년간 경주 보문단지 등 많은 관광지를 개발했습니다만 최근 전세계가 환경과 개발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회의도 열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선언이 나왔습니다. 관광산업은 자연에 대한 도전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반드시 배타적이고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자연보존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개발이 곧 환경파괴라는 등식관계로 생각하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관광산업은 출발부터 불가능해집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런 생각이 너무 팽배해서 출발도 할 수 없는 데가 있지 않습니까. 공존을 위해선 기술과 환경보존에 대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관광과 관련한 시설물이 들어갈 때 공사 과정을 보면 대단한 파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사가 완료되고 세월이 몇 년 지나가고 나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공사가 진행될 때완 다릅니다. 이렇게 보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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