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목구멍’을 찾아라
  • 워싱턴·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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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감춰진 워터게이트 사건 제보자 일부 공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고 법무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고급관리가 무더기로 유죄판결을 받아 70년대 미국을 전무후무한 정치적 위기로 몰고간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은 차츰 시람들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 미국 언론은 누가 백악관의 비밀을 신문기자에게 빼돌렸는지 그 정체를 밝히는 데 새삼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건을 제일 먼저 보도하여 백악관과 정면 충돌한 <워싱턴 포스트> 안에서 ‘깊은 목구멍’(포르노 영화 <Deep Throat>에서 따온 제목)이란 암호로 불린 이 제보자는 대통령 측근 인물이었다는 것 말고는 그 정체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은 20년 동안 너울에 가려진 이 제보자가 닉슨의 비서실장 알렉산더 헤이그 아니면 백악관 대변인 로널드 지글러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닉슨의 보좌관 레오널드 팔멘트일지도 모른다고 수근거렸다.

 최근 CBS방송은 ‘60분’ 프로그램을 2시간으로 늘려 워터게이트 사건 20돌 특집방송을 했다. 여기서 마이크 월레스 기자는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대리였던 패트릭 그레이가 ‘깊은 목구멍’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월레스는 <워싱턴 포스트>의 이 사건 담당기자 중 한 사람이었던 봅 우드워드와 패트릭 그레이의 집이 가까운 데 있었고, 새벽에 그레이의 집 지하주차장에서 두 사람이 비밀리에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그레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펄쩍 뛰면서 생사람 잡는다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월레스 기자는 헤이그·지글러·팔멘트의 행적을 샅샅이 조사해본 결과 이들이 중요한 시기에 외국여행을 하는 등 우드워드와 만난 근거가 희박했지만, 그레이 경우는 그가 FBI 책임자로 사건을 손바닥 드려다 보듯 알고 있었고, 지하주차장은 새벽에 사람을 몰래 만나기에 매우 안전한 곳이었다고 그 이유를 댔다.

 우드워드와 이 사건을 공동으로 취재 보도한 칼 번스타인은 며칠 전 NBC ‘투데이’ 프로그램에 우드워드와 함께 나와서 “월레스 기자의 추측은 그가 훌륭한 기자라는 것을 다시 보여준 것이지만 사람을 잘못 짚었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한번 약속한 일은 어길 수 없다.그래야 우리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아니냐”라고 했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을 이 사건에 배치하고 감독한 당시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 벤자민 브래들리는 두 기자와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해 입을 다물어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서 “지금 밝힐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배리 골드워터 주변에 정보제공자가 있었다는 것이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우드워드는  지금 <워싱턴 포스트> 특별취재담당 부부장으로 있고 번스타인은 10년전 <워싱턴 포스트>를 떠나 NBC방송 부사장으로 갔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있다. 브래들리는 작년에 주필자리에서 물러난 뒤 부사장 대우로 편집국일을 맡고 있다. 우드워드는 그간 4권의 책을 냈고 그때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해 수백만달러를 벌었다. 작년초에는 “워터게이트 사건은 반닉슨파가 우드워드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지 언론인의 순수한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책도 출간되는 등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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