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망에 기생하는 독버섯
  • 묵현상 (삼보컴퓨터 해외사업부 부장) ()
  • 승인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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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서비스를 통해 ‘섹스 게임’ 확산 · · · 도덕성 회복만이 해결책



개인용 컴퓨터가 급속히 보급되어 올 한해 판매될 개인용 컴퓨터만 7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웬만큼 사는 가정에는 컴퓨터가 한대쯤 있게 마련이고, 컴퓨터가 대학 입학 선물로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된 지도 벌써 몇년 되었다. 심지어 텔레비전 드라마에 소품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는 것도 이제 흔한 일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용자들이 널리 활용하는 분야가 한국PC통신의 코텔(Kortel)이나 (주)데이컴의 PC-서브 같은 정보통신 서비스이다. 88년 11월에 시작된 코텔(당시에는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케텔 서비tm였다)로부터 출발한 정보통신 서비스는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올해에는 4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정보통신 서비스의 발전은 우리를 정보화사회로 한걸음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학생들의 교육에 있다. 그런데 교육용으로 컴퓨터를 구입한다 해도 학원에서 기초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고작이고보니 아이들은 게임에 열중하게 되고, 가정용 컴퓨터는 고급 게임기가 되어버리는 형편이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소프트웨어는 ?글 워드 프로세서가 3만개로 1등이고 게임 프로그램인 ‘원숭이 섬의 비밀’이 2만4천개로 두번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게임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다.

 게임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원숭이 섬의 비밀’은 상상력과 모험심을 키워주면서 폭력성이 덜하다는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른바 ‘섹스 게임’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립 포커’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섹스 게임은 요즈음에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포르노와 비슷한 지경에 이르렀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발달한 덕분에 컬러 모니터가 일반 텔레비전 수상기보다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고, 움직이는 화면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게임과 포르노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섹스 게임은 무분별하게 불법으로 복사되어 청소년 손에 건네지고 그들은 호기심에서 이런 게임을 즐긴다.

 

가입비 받고 청소년에게 전문적으로 보급도

 최근 YMCA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 중 반 이상이 이러한 게임을 한번 이상 보거나 직접 해보았다고 한다. 게임의 입수처는 정보통신 서비스라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제전화를 이용하여 미국의 이른바 ‘섹스폰’ 서비스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질이 좋지 않은 게임을 집에 있는 개인용 컴퓨터로 다운로드(프로그램을 전화선을 이용하여 복사하는것)받아 사용한다니 충격적이다.

 청소년의 호기심에 편승한 불법 정보 서비스업자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입비 3만~4만원을 받고, 월회비를 몇만원씩 따로 받으면서 청소년에게 전문적으로 섹스 게임을 보급하는 업자도 있다. 업자들은 미국의 섹스 게임 전문 정보통신 서비스에 정기적으로 접속해서 국제전화로 게임을 복사한 다음, 컴퓨터에 수록해 놓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집 주변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돈벌이라면 영혼까지 팔 사람들과 호기심에 눈이 멀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소년, “우리 아이는 방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공부를 한다”고 흐뭇해하는 부모, 이들이 삼위일체로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전화선을 통해서 컴퓨터 사이를 옮겨 다니는 포르노 게임을 알아낼 길은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 가정에서 부모가 청소년을 철저히 감독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부모가 컴퓨터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감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버젓이 디스크에 복사해 두어도 부모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고, 어떻게 해야 지워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부모가 컴퓨터를 새로 배우는 일도 그리 쉽지 않다.

 인간을 편안하게 하려는 문명의 이기가 출현하고 있지만 인간의 나쁜 마음은 이기를 흉기로 바꾸어 사용하곤 한다.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한 섹스 게임의 만연은 이러한 인간 습성이 반복되어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도덕성의 회복에 있다. 도덕성 회복 운동만이 섹스 게임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그런데 누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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