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림정권 위기 /호소카와 정권 ‘12월은 잔인한 달’
  • 도쿄 ·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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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후 첫 이탈자 생겨 … 선거 개혁 불투명
 일본의 연립정권이 출범 4개월 만에 큰 위기를 만났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는 지난 2일 개헌 발헌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카니시 게이스케(中西啓介) 방위청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아이치 가즈오(愛知和男) 신생당 정책간사를 전격 기용했다. 나카니시 전 방위청장관은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擇一郞 ) 신생당 대표간사의 오른팔 격인 인물로서 최근 들어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자위대를 파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헌법개정도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되풀이해 왔다. 이같은 발언은 오자와 대표간사가 그의 저서 《일본개조계획》에서 주장한 내용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때문에 나카니시의 개헌 발언이 오자와의 정계개편 구상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느냐 하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자와 대표 간사는 제2차 정계 재편을 서두르기 위해 나카니시의 강경 발언을 용인하고 호소카와 연립정권의 해체를 서두르고 있다은 설이다.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안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호소카와 연립정권의 목을 죄는 족쇄다. 호소카와 연립정권은 현재의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선거제도개혁 법안을 참의원에 상정해 놓고 있으나 통과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는 연립 여당내 제1당인 사회당 의원들의 반발이 주원인이다. 사회당은 냉전체제에서 중선거구제로 제1 야당의 위치를 확보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냉전 종식으로 체제선택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서 큰 빛을 상실하고, 게다가 2~6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1선거구 1명의 소선거제로 바뀔 경우 사회당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법안이 회기 내에 통과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호소카와 총리에 대한 책임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호소카와 총리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선거제도 개혁 방안이 연내에 성립하지 않을 경우 물러나겠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 일부에서 호소카와 내각의 조기 붕괴를 점치는 분석도 우세하다. 쌀시장 개방 문제도 호소카와 정권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호소카와 정권에게 12월의‘시련의 달’이라고 지적하고, 다음 1주간이 호소카와 정권의 운명을 건 1주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도쿄 ·  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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