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잉카의 ‘붉은 별’
  • 부에노스 아이레스 · 손정수 통신원 ()
  • 승인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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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주의 게릴라 지도자구스만 체포돼 … 페루 내전 막 내려

국제 좌익게릴라의 중심으로 군림했던 페루의‘센데로 루미노소(광여의 길)’는 최고 지도자 아비마엘 구스만 레이노소(57)가 체포된 92년 9월 이후 12년간 계속된 무력 투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구스만이 체포된 후 센데로 루미노소의 보복 공격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군주와도 같은 ‘곤잘로 대통령’(구스만의 별칭)을 잃은 그들의 테러 행위는 이미 위력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항복하거나 조직이 당장 해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수뇌 조직의 90%를 일망 타진했다고 장담한 후지모리 대통령마저도 5천명에 가까운 게릴라가 아직 곳곳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다. 미국의 한 게릴라 전문가는 구스만을 검거한 것들 두고“잉카를 사로잡은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그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구스만 검거는 페루 역사를 바꾸어 놓은 계기였던 것이다.

70년 아쟈꾸쵸 대학 철학 교수였던 구스만이 모택동 사상에 심취한 동료 교수와 학생들로 조직한 센데로 루미노소는 페루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페루의 모든 유기계급을 말살하겠다는 그들은 목적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대상을 제거하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91년에는 페루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에콰도르 · 볼리비아 · 칠레 들 인접국뿐 아니라 미국 · 유럽 · 중동 게릴라와도 관계를 가진 국제 조직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 구스만은 높이 4m에 사방 2× 3.5m의 콘그리트 감옥에서 불리해전 상화을 분석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있다. 비디오로 공개된 그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간수의 명령에 고분고분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전설적인 영웅의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감옥살이에 시달린 그는 지난 9월 이후 후지모리 대통령에게 보낸 두차례의 비밀 서한을 통해 협상를 제의하고 조직원들에게 무장 투쟁을 중단하도록 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후지모리 대통령은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거부 했다. 구스만이 체포된 직후 게릴라와 정부 사이의 협상으로 구스만이 석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반역죄에 대한 사형법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한 후지모리는 지난 10울 개헌 국민투표에서 재선과 사형법안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센데로 루미노소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편 구스만의 평화협상 제의가 정부측으 통해 알려지자 센데로 루미노소의 리마지하조직은 이를“내분을 일으키려는 후지모리의 악질적인 심리전술”이라고 일축하며 무장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성명을 리마각 신문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그들과 비밀 접촉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한 유력지 기자는 그들이 다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어떤 징후도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 孫晶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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