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창문’ 2시간
  • 편집국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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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예산 대폭 감축하겠다”

“대통령이 되면 이문옥 감사관 같은 국민적 신뢰를 받는 이를 국세청장으로 등용하겠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맨먼저 해야 할 일은 특혜를 배제하는 일입니다. 금융자율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군 예산 3분의 1 감축이 가능합니다. 상비군도 현재 70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이겠습니다.“

“제 목표의 1순위는 민자구도 타파이고, 2순위는 양김구도 파타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남한내의 지역감정을 비롯해 경제부정의 등을 해결하는 내정 민주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4명의 후보중 저는 유일하게 정규교육을 받은 세대고 한극세대 1기생입니다.”

 

 이번주 《시사저널》대통령 후보 초청 패널토론은 그 세번째 순서로 신정당 박찬종 후보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 서울 롯데호텔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질문과 박후보의 답변 요지다.

박권상 : 이 자리는 상당히 까다로운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하기야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은 이런 데 당연히 나와서 자꾸 심판을 받으셔야죠.(웃음)

박대 : 여기 정신과 의사도 와계신데, 저는 평소부터 신경외과, 심장외과, 정신과 이 3개 의학 전문분야 학회에서 선발된 닥터들이 대통령과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국회의원을 그 방면에서 분석 진단 해부해서 고름을 뽑아 정상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왔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저를 평면적으로만 보고선 “저 사람은 유신에 참여했다” “유신 난다는 거 알고 공화당에 들어간 사람 아니냐”고 말해요. 또 87년에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해 삭발한 것 놓고서는 “쇼한다” “율 부리너 흉내낸다”고도요. 객관적으로 활자화된 것만 볼 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숱한 고통과 고민과 고뇌가 따르고 인간 내면이 있어요.

김광용 : 옮겨 다니신 게 전부 몇 번입니까.

박찬 : 옮겨 다닌 게 없다니까요. 한 번밖에 바꾸지 않았어요.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긴 후 그뒤의 족보는 야당이 간판을 바꿔달았기 때문에 그런 거지.

김광 : 혹시 조직 적용력에서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박찬 : 현실의 세 논리에서 판단하는 분들은 저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요. 하지만 87년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어느 쪽이 옳으냐 그르냐, 국민과의 약속을 어느 쪽이 지키고 있느냐에 대해서 내나름대로 저항적 표현을 하고 내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어요.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정치

 전체가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 행동을 조직 적용력이라는 잣대에서 보기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박권 :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주변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또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조직에 의해 표로 연결시키는 능력도 문제가 됩니다.

박찬 : 자금과 조직의 열세는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금의 열세를 인정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하고요. 그것은 다시 뒤집으면 저희에게도 검은 돈의 유혹이 이순간까지도 꾸준히 있습니다만 그것을 내 스스로 늘 배제해 왔고, 그것이 축적되다 보니까 자금과 조직의 열세라는 국면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광 : 지난번 선거 때 얼마나 쓰셨습니까.

박찬 : 24억 정도입니다.

박권 : 신정당과 박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시는 데 과연 무엇이 새로운가. 박후보 말고도 새정치, 세대교체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실제로 양김 구도에 식상한 사람들이 거기에 많이 호응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 알맹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박찬 : 제가 지난 5월18일 광주에 가서 망월동 묘지에 참석하고 한나절을 지냈습니다만 이번엔 확인한 것은 광주 학살 원흉과 손잡은 김영삼 대통령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시퍼런 바닷물 낭떠러지에 서서 그 밑의 출렁이는 물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느꼈어요. 반면 김영삼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그 처절성을 아는 반대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이 일시마나 올곧게 서서 반쪽이나 1/3 대통령이 아니고 통일시대에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유효하게 통치하는 행정부 수반으로 바로 설 수 있겠는가. 모두들 이 걱정을 기피하고 있는 겁니다. 아예 안해 버리는 겁니다. 이 문제를 5년 전부터 경고하여 혼자 한 자리에 서있었다. 이것도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저희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 국회의원 선거법의 상한을 지키려고 몸부림쳐 왔고 비교적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법을 보면 아예 대통령 선거자금의 상한도 없습니다. 이런 정경유착적 상황을 거부하고 그 대안을 내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새롭게 정당을 만든 아주 작은 이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광 : 구체적으로 앞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기존의 정책과는 다른 무엇을 해보겠다 하는 게 있습니까. 예를 들어 골프장을 절대 허가하지 않겠다, 재벌과는 사돈을 맺지 않겠다든가 하는….

박찬 :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3권 분립 아래서의 행정수반으로 대통령이 어떤 것이다 하는 것을 국민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명칭도 상해임시정부 후기 헌법의 주석 개념으로 변환시킬 필요가 있어요. 원래 ‘프레지던트’라는 건 국정 수행의 일인자, 사회자라는 뜻입니다. ‘프레지던트’를 한영사전에서 대통령이라고 번역한 것부터가 문제지요. 그러니 대통령이 되려고 병적인 집착력을 보이게 되지요. 나는 이것을 최고 국가 경영 관리자의 자리로 순환시켜 통합조정자로서 기능만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내각을 구성할 생각입니다. 경제, 노동, 환경, 보사, 부녀 모든 분야에 있어서 명망가, 현싯점에서는 이름이 크게 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각계 전문가로서 국민적 신뢰를 받는 인사들 중에서… 예를 들면 이문옥 감사관같은 이를 국세청장으로 등용하는 겁니다. 그런 올곧은 감사관 출신은 세법에도 밝을 것이고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관대한 국세청장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김광 : 다른 구체적인 인물도 구상하고 계십니까.

박찬 : 그분들 인격도 있고, 또 한가지, 국방장관은 군정과 군령을 구분해서 민간인 중에 기업 경영관리자적인 자질과 안목을 가진 사람에게 국가 예산의 32%를 다루고 있는 국방예산을 맡긴다든지 이런 개념으로 국민내각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벌의 돈은 절대 안 받을 생각입니다. 내년 2월에 취임하는 대통령이 맨먼저 해야 할 일이 특혜를 배제하는 일입니다. 제일 먼저 금융자율화를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값을 어떻게 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이런 것은 다 부차적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땅에 특혜를 배제하는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지금 이나라는 재벌이 권력을 잡아먹고 있는 상태 아닙니까. 오히려 권력이 재벌에 기생하는 국면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 고리를 차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금융실명제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정책수단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이게 가능해질 때 그 다음에 모든 정책 구상이 발붙이게 됩니다. 오랜 기간이 걸리는 신기술 개발과 투자를 하려면 감군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통령 임기 중에 군사비 예산의 3분의 1 감축이 국민적 합의로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현재 상비군이 약 70만명쯤 되는데 단계적으로 감축해서 육해공군 합쳐서 30만명으로 하고, 직업군인 특히 장교들은 전부 석사장교화해서 기술군인 과학군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우도 대폭 향상시키고 군을 과학화 정예화하는 겁니다.

김광 : 군부의 반발이 있을 텐데요.

박찬 : 간접적으로 타진해 봤는데 자신 있습니다. 지금 군의 사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떨어져 있어요. 군의 위기입니다. 군의 예산을 줄여 군을 정예화하고 대우를 높여주고 직업군인들의 계급정년과 연령 정년을 상향조정해서 직업군인들의 안정을 보장한다면 군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정례화할 생각입니다. 정례화해서 1주일에 한번. 왜 미국식으로 좋은 것은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기자회견을 정례화한다는 건 대통령과 친인척 주변의 부패를 국민의 힘으로 막는 겁니다. 또 대통령도 자신의 힘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청와대를 왜 군인이 지키고 육군중장이 경호실장을 합니까. 우리가 대학 다닐 때 영빈관 입구까지 전차 종점이었던 그 상황으로 다시 부활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은 문제인지 모르지만 대통령 전용비행기를 처분하고 국산 승용차를 타는 겁니다. 성명도 발표할 필요가 없어요. 첫날부터 그렇게 해버리는 거예요.

설호정 : 대표께서는 주로 장래에 대한 전망을 말씀하시는데 저는 전반적으로 우리 정치판이 잘못 되어가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과거를 묻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국주의 일정시대부터 시작해서 잘못된 정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일정 정도의 심리적인 반성이나 회개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30대 초반이면 인생에서 의협심이 가장 강한 시기인데 어째서 유신정권의 여당 국회의원이 되셨는지 대단히 의문스럽습니다.

박찬 : 그건 제 내면의 이야기니까 좀 간단히 말씀 드리지요. 제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들어간 이유는 처음에는 법대를 생각했지만 經世濟民의 관점에서 경제학과를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고 보니까 그때는 미국 유학길도 그렇고, 은행은 죽어도 가기 싫고, 사실 저희 아버님이 은행원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간에서 좌절해서 은행지점 차장에서 그만 두고 고생만 실컷 하고 나중에 야당 당원 노릇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리고 저희 어머님도 절대로 은행원은 되지 말라는 소리를 무슨 주문처럼 외웠기 때문에….

설호 : 야당당원 되지 말라는 주문은 안하셨어요? (일동 웃음)

박찬 : 사실 처음부터 야당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든 거지요. 50,60년대는 야당이 곧 정의였거든요. 어쩌다가 고시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양파에 다 합격됐어요. 이상하게 성적이 좋아 서울지검에 남았는데 약관 스물다섯살 때 정말 무소불위의 검사 노릇도 하고 그랬지요. 그러다 높은 사람들 눈밖에 나서 춘천에서 3년 귀양 살고 서울 올라왔는데 전혀 재미가 없어요. 그런 차에 돌아가신 저희 당숙과 친한 MBC 조병철 사장이 하루는 저를 불러가지고 김영삼씨 선거구에 여당 후보로 나가라는 겁니다. 석달 동안 그 양반에게 불려다니고…. 기관지염에 걸려서 병석에 일주일 드러누워 있다가 저를 합리화했습니다. 뭐냐면 그 당시 김영삼씨는 자기가 75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고 자동차 넘버도 1975로 하고 다닐 때였어요. 그래서 김영삼 선배가 중학교 9년 선배인데 앞으로 대통령이 되는가 보다, 그러면 거기가 여당할 텐데 그때 나는 야당 한다. 이런 단순 논리로 들어간 겁니다. 처음 선거는 떨어지고, 그 다음 9대 국회의원으로 원내로 들어갔습니다. 9대 국회부터 공화당에서 출당당하기 전까지 국회 속기록에 제 내면이 다 나타나 있는데 헌법 개정하자는 소리만 겁이 나서 못했고 그의 모든 부조리에 대해서는 다 말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뭘 느꼈느냐 하면 유신이라는 것은 공화당의 저같은 사람도 지탱했지만 야당도 지탱한 걸 알았습니다. 뭐냐. 이분들이 낮에는 야당하고 밤에는 야당한 사람들입니다.

설호 : 낮에만 여당을 했다 하더라도 박대표가 오랫동안 유신정권에 몸담았던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하나. 현재까지 단 한번도 실질적인 정권교체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60년대 이후 하자가 없는 사람이 선택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박의원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선 주자로서 큰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박찬 : 인정합니다. 인정하는데….

설호 : 인정하신다면 하자가 있는 분이 하자가 없는 분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 아닙니까.

박찬 : 그런 경우에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요. 정치인들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현재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 다음에 어제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 복합해서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오늘과 어제라는 요소를 복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설호 : 여권의 공작정치 앞에서 야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쪽에서도 굉장히 복합한 정치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당이고 야당이고 그런 식의 복합한 정치를 하는 데 대한 박대표의 이해는 없으신데, 저희들만 박대표의 복잡한 상황논리를 이해해야 하는 겁니까.

박찬 : 지금 지적하신 이야기는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반면에 그것을 씻기 위한 저의 고뇌도 한번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게…. 80년 5월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서 민정당 창당을 시작하는데 어느날 개혁 주체세력들이 막 불러댑디다. 갔더니 민정당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장관 자리 제시하는 바람에 2년 반 동안 시달렸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저를 ‘고대 앞 사건’으로 걸어넣은 것도 자기 말 안들었다는 것에 대한 보복입니다.

강철규 : 아까 집권하게 되면 재벌로부터 일체의 돈을 안 받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또 그것을 극복하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요.

박찬 : 지금 정치 불안정에서 비롯된 정치위기가 사회적으로는 범죄공화국, 경제적으로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년 6월에 들어와서도 30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고 외환 사정이 더 나빠지고 물가도 자꾸 오르고 있습니다. 결국은 경제 리더쉽의 정직성 회복이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1백만 달러나 됐습니다. 노동자 임금이 오르는 바람에 경공업 제품, 노동집약적인 허드렛 물건도 경쟁력을 잃었어요. 어제도 트레이닝복을 하나 사러 갔더니 예전에는 전부 우리 건데 이제는 전부 메이드 인 타이완이예요. 목화 예식장에 주례 서러 가서 장갑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써진 걸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대통령이 지금 이 상황에서 ‘왱-’하고 적신호를 울려야 하는데 계속해서 청신호를 켜놓고 있지 않습니까. 계속해서 대형차 굴리고 티코가 안 팔리는 게 상징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아파트도 전용면적 20평 이하의 것은 미달사태가 나고 말이죠.

강철 : 그런 막연한 말씀 마시고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아파트 20평 형 이상은 못 짓게 하시겠다, 이런 겁니까.

박찬 : 아파트는 국민주택 기본형이 전용면적 25.7평형으로 되어 있는데 일본은 14.9평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인구증가율, 국토 가용면적을 역산해 본다면 일본보다 1평은 적어야 한도고 생각합니다.

설호 : 박대표께서 사시는 집은 건평이 어떻게 됩니까.

박찬 : 그건 정말 부끄러운데 저는 60평짜리 집에 살고 있습니다. 연립입니다. 사실 지금 그 집이 실질적인 제 소유는 아닙니다.

설호 : 그렇다면 누구 소유로?

박찬 : 저당잡혀 있습니다. 빚 때문이죠.

강철 : 60평 같으면 시가 4,5억은 넘겠지요. 5억이라고 가정해 볼 때 거기에 대한 세금이 아마 50만원도 안될 것입니다.

박찬 : 일년에 120만원 내고 있습니다.

강철 : 그건 좀 많은 편인데 여하튼 압구정동의 50평, 6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4,50만원쯤 낼 겁니다. 자본주의를 제일 앞서서 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1/10도 안됩니다. 자산 보유자의 천국이죠. 이만큼 자산과 근로소득간에 형평이 완전히 깨져 있어요. 아까 잠시 말씀하기를 임금이 많이 올라서 우리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개발이 안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자산소득자들에게 정당하게 세금을 부과해서 그 돈으로 기술 개발도 하고 그 돈으로 교육 투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국방비는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인원을 30만으로 감축해 봤자 그 인원은 정예화하고 기술인력화하려면 돈은 더 듭니다. 이렇게 국방예산을 감축해 봐야 그 규모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 데 비해 조세개혁을 하면 경제정의도 실현되고 재원도 확보할 수 있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갈 수 있고 여러 가지가 다 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평소 생각을 많이 안하신 것 같은데….

박찬 : 사실 많이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아까 제가 임금 상승 때문에 경쟁이 안된다고 표현했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국회 토론과정을 보면 노동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임금체계를 정하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지요.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차원에서 인건비 문제나 거기에 따른 노동생산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데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조두영 : 본인 성격 중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 하나씩만 말씀해 주겠습니까.

박찬 : 나쁜 점이 훨씬 많습니다. 나쁜 점 중에서도 집착적 고집이랄까, 그게 제도권 안에서는 자꾸 독불장군 소리를 듣게 만드는데…. 그 다음에 좋은 점은 제가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하고 풀어져 있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까이 보면 별로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설호 : 둘다 표현하기 따라서는 장점이예요. 집착력이라는 것은 대개 그것이 다 실천으로 옮겨지시지요? 그렇다면 그것보다 뛰어난 장점을 없지요.

박찬 : 그건 완전히 견해 차이일 수밖에 없는 건데. 이를테면 작년 9월 꼬마 민주당이 신민당과 통합할 때 행동을 같이 안한다는 것, 이런 것도 그런 성격의 한 단면일 수 있고 그래서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그것을 나쁘게 보시면 나쁜 거고 좋게 봐준다면.

설호 : 그것의 순기능으로 나온 정당이 신정당 아닙니까.

박찬 :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실패한 정당으로 보실 겁니다.

설호 : 박대표께서 나쁜 점이라고 이야기한 성격의 결정체가 신정당이라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 정당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쁜 성품에서 나온 정당이니까 나쁜 정당인 셈이지요.

조두 : 기억나시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박찬 : 대동아전쟁 시기에 저희 어머님이 신탁주식회사 진주농장장을 하셨어요. 사탥이 일본 신사 근처에 있었는데. 조그만 단층집이었지요. 창문을 열고 보면 진주고보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신사참배하러 가는 게 내다보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학생들…” 그리고 뭐라고 뭐라고 종알종알 대다가 쏙 숨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보다 좀 뒤에 지금도 너무 선명해서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어요. 합천 외가에 6살 때인가 갔는데 저보다 한 살 더 많은 사촌누나랑 고구마밭을 지나왔는데 그게 파헤쳐졌어요. 그래서 그 밭 소유자가 우리 외할머니와 어머니께 항의를 했지요. 그래서 반쯤 죽도록 맞았어요. 그 어린 것이 설사 파헤쳐 놨더라도 그렇게 때릴 수는 없는데 이 양반이 지독히 때렸어요. 항의한 사람이 어머니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며칠 뒤에 산돼지 짓이라는 게 판명됐는데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가 늘 부끄러워 하시죠. 이 억울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어서 제가 모질지를 못합니다. 같이 있는 운전기사가 21년이 됐습니다. 저희 집에 파출부로 나어린 10대 소녀로 돌아와서 출가하는 바람에 저와 제 아내를 정신적인 장인 장모로 생각하는 놈이 네 놈이나 있습니다. 못마땅해서 그만두게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도 마음이 약해서 못 그래요. 장점인 동시에 중요한 단점입니다.

설호 :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잠깐 변호사 업무 정지를 당하신 때를 제외하면 오랫동안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인권 변호사 활동이라는 게 오히려 변호사 사업을 촉진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들 하던데요.

박찬 : 저는 돈 받고 사건을 맡은 일이 없습니다.

실호 : 언제부터 그러셨습니까.

박찬 : 처음 입후보하기 전에 개업해서 낙선하고 9대 국회에 들어올 때까지는 반은 상업 변호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일체 상업 변호사는 안하고. 변호사 업무 살아난 지 3년 됐습니다만 임수경 양 사건이라든가 김보은 양 사건 같은 것만 맡았어요.

김광 : 원래 야권후보 단일화 공동대표를 지냈던 경력도 있으시니까 그 주장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야당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박찬 : 남은 기간이 짧다면 짧고 대통령 후보의 통합 조정 논의를 위해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이 긴 시간 동안에 후보들이 자기 입장에서 지지기반을 넓히고 득표 활동을 해서 자기에서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붙는가를 확인한 뒤에 후보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반드시 야권이라는 개념보다는 반민자 구도 속에서 범국민적 대통령 후보 추대위 같은 기구를 구성해서, 그 기구 구성에 동의하는 후보들끼리 모여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를 들면 천국적인 여론조사 등으로 검증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만일 그런 목적으로 하는 여론 조사를 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안목도 확 달라지리라고 봐요. 응답하는 사람들도 자기 옷깃을 여미고 진솔한 자기 선택으로 응답해 주리라고 봅니다. 그런 방법까지 포괄해서 후보 조정에 동의하는 사람과는 언제든지 같이 논의할 생각입니다.

박권 : 지금 하나의 이슈는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양김을 배제한 공동전선입니다. 현실적으로 서로가 합치되기 어려운 건데 어제 외신기자 클럽 회견에서는 야권 단일화를 고려해야겠다고 하고, 얼마전에는 양김 배제세력과 손잡아야겠다 하셨는데 어느 쪽이 박대표의 진실입니까. 아니면 시간이 있으니깐 양쪽 다 두고 보자는 겁니까.

박찬 : 제 목표의 1순위는 민자구도 타파고, 2순위는 양김구도 타파입니다. 어제 외신구락부에서 이야기한 것은 그러한 후보 조건에 맞도록 제 자신을 거기에 계속 맞추어 나갈 생각이라는 겁니다.

김광 : 혹시 1백억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하고 서울대학교에서는 기초과학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국민학교 교사의 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그 이유는요.

박찬 : 정말 가슴아프지만 선생님들을 설득해서 기초과학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개발은 마라톤하듯이 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위해서 인내하고 내핍하고 근검절약해서 그 자원을 확보해야 할 국가적 절대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광 : 만약 지금 울지 않는 새가 있는데 그 새를 꼭 울려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쓰실 건가요.

박찬 : 안 우는 새를 울린다? 저를 자꾸 세대교체론자라고들 하는데 사실 제가 6월 12일에 외손주를 봤습니다. 할아버지가 됐으니 기다려야지요. 새를 주일 수는 없지요. 기다리면 울까 하고 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지요.

설호 : 자녀가 1남 2녀세요?

박찬 : 네.

설호 : 막내가 아드님이신데 아드님 보시려고 계속 낳으신 겁니까.

박찬 : 그렇지는 않습니다.

설호 : 박대표 세대에는 아마 우리나라 정부정책이 아이를 셋 낳는걸로.

박찬 : 그렇지 않아요. ‘아들 딸 구분하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어요. 우리 아들놈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 이 말을 하고 다녔다고요. 그래서 내가 우스갯말로 “야, 이 자식아, 둘만 낳으면 너는 안 생겼어.” 이랬다고요.(일동 웃음)

박권 : 남북 문제를 좀 파헤칩시다. 아까 돈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북이 어렵다고들 해요. 30억불은 못돼도 3억불이라도 주고 상대방을 부드럽게 해서 긴장을 완화시킨다든가 하는 방법을 혹 생각해 보셨습니까. 지금 북한을 두고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전혀 변하고 있지 않다는 상반된 두 의견이 있는데 앞으로 5년이라면 남북 문제는 현실로 부닥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박찬 : 대북관계에 대한 제 일관된 생각은 내무통일위 속기록을 검토하면 다 드러날 겁니다.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남북 통일문제는 남북 양쪽의 정교한 통일방안이나 합의가 없어서 안된 점을 제일 먼저 인식해야 하고, 그 다음에 주한미군 문제가 남북 문제에 절대로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남한 내의 지역감정을 비롯해 경제 부정의 등을 해결하는 내정 민주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 주석과 만나는 것을 나는 늘 반대해 왔어요. 유엔가입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지금 유엔 분담금도 줄이려고 하고, 심지어 과격한 사람은 탈퇴까지 주장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남북문제도 남북 정상이 빨리 만나면 통일이 빨리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에 원조할 경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건 쌀입니다. 지금 2천만섬이나 남아돌고 농협 창고 보관비만도 7천억원 이상 드는 이 쌀을 영양상태가 나쁜 북한 어린이를 위해 지원한다든지 우선 가능한 일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권 : 박의원 스스로 자신을 과히 머리도 좋지 않은 보통사람으로 생각하고 계신지, 아니면 머리도 비상하고 판단력도 대단하고 장래를 투시하는 능력도 있고 건강도 좋은 초인으로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보통사람과 초인 중 어떤 사람이 하는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찬 : 노태우 대통령이 자꾸 자신을 보통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보다도 훨씬 건강하고 훨씬 강심장이라고 특수한 사람입니다. 저야말로 보통 사람입니다. 저는 김영삼 선배보다 건강에 강하지 못합니다. 물론 병은 없습니다. 요즘 한시간 반 내지 두 시간씩 거리에서 노상 토론회를 하는데 한번에 몇 킬로씩 체중이 빠집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혹독한 질문 세레를 당해서 오후에 노상 토론회를 못할 것 같은데. 건강은 보통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고, 머리는 제가 비상하다고 생각해 번 일이 없습니다.

박권 : 보통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어요. 할 일을 생각하면 대통령은 정말로 특수한(일동 웃음).

박찬 : 저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프레지던트’를 그야말로 ‘프레지던트’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국가 경영관리자의 역할만 충실히 하지, 위험하거나 중뿔난 짓은 안할 생각입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네 사람 중에서는 유일하게 저는 천막교사에서라도 정규 교육을 받은 세대고 한글 세대1기생입니다. 실제로 남북통일에 대비해서 북한의 정권은 저보다 3살 아래인 한글 세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단계에서 범국민추대위를 만들어서 한글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위의 선배들은 국회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정례적으로 국정 자문에 응하시도록 하면 어떨까 합니다.

김광 : 3권분립하의 대통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하셨어요. 전 이것을 작은 정부, 대통령의 권한 축소 의지로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그러나 박대표는 이와 동시에 양김씨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미 성숙했고, 대통령 한 사람과 그 참모들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속인주의적 사고가 아닙니까.

박찬 : 완전히 망한다는 건 아니고. 지금 노대통령 시절에도 나라가 망한 건 아니지만 5공청산도 제대로 못한 채 경제 정치가 엉망이고 6공 청산이 운위되고 있는 완전한 절망 상태 아닙니까. 양김씨는 기존 정치권의 부패에 너무 깊이 오염돼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양쪽의 지역감정이 다른 한쪽을 절대로 용납 안할 겁니다.

박권 : 그렇다면 박대표쪽으로 후보 단일화를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박찬 : 그렇게 들렸습니까. 저는 6개월이라는 기간은 어떤 정치지도자라도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나도 편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마는.

박권 : 아까 토론 첫머리에 국민내각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는 내각책임제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한데, 국민내각은 마치 국회의 동의 없이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으로 들립니다.

박찬 : 아니 국회를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국회가 허용하고 동의하는 한도 내에서 국민들 가운데 탁월한 사람을 널리 공모해 임명한다는 거지요.

조두 : 박대표를 보면 괜히 슬프고 고생을 자처하는 엘시드 같은, 미야모드 무사시 같은 이미지가 들거든요. 정치인라기보다는 정치운동가 스타일인데 혹시 정치 스타일에서 과감한 변신을 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박찬 : 글쎄 성격은 갑자기 고치기는 어렵고요. 범국민 야권 후보로 제가 단일후보가 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운동을 좀 해주시면 어떨까요. 어쨌든 앞으로 가능한 한 저를 풀어헤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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