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간 곳 없고 인물만 남으려나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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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회 ‘大? 쟁점·전망’ 토론회/“후보 전원 참석 TV 난상토론 필요”

 


 제14대 대통령 선거는 정책 대결이 될 것인가. 민자·민주·국민당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가 정책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정책 개발에 한창이다. 그러나 정치학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번 선거 역시 정책 대결보다는 인물 위주 선거가 되리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가 주최(경주·7.2~7.2)한 ‘14대 대통령선거의 쟁점과 전망에 관한 라운드 테이블’에서 3당 당직자들은 이번 선거가 유례없는 정책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중위 민자당 후보 정무 보좌역은 “실생활 문제가 제기되는 기록적인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4대 대선은 근 30년 동안 동반자이자 경쟁자였던 두 김씨가 승부의 최종 판가름을 하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선거 과정에서 쟁점이 새롭게 제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김대중 민주당 대표가 이미 3당 합당을 쟁점으로 삼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소수당이 집권할 경우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유인학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바람직한 민주화는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그 증거로 선거에 대한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정책 대결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민족통일 방안·경제 회복·민생 치안·도덕성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민자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연기하려는 점과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권력 획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점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국민당 윤영탁 정책위 의장 역시 이번 선거가 이념적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 불신의 원인을 따지다 보면 자연히 선거 쟁점이 부각된다”면서 “구국적 결단이라는 3당 합당은 국가 경제의 위기를 불러왔고, 민생 치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장소와 위치에 따라 논리를 1백80도 바꿔 사회 가치관을 전도시켰다”고 주장하고 지도자의 정직성 문제가 과거의 행적과 관련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정권 말기에 저질러지는” 경부 고속전철·영종도 공항 건설·제2이동통신 등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을 선거 쟁점으로 삼을 예정이라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선거가 정책 대결이 되리라는 각 당 당직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오기평 서강대 교수는 “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국민은 정책 대결에 별 관심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민생·경제 문제가 가장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 대결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은 허구다”라고 지적했다. 권력구조 변경을 들고 나오면 국민의 관심을 끌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정권의 정통성 문제와 후보의 자질 문제가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지도자 선택에 있어 위기관리 능력이나 경제운용 능력 등 효율성보다는 민주화 투쟁 경력 등 정치적 측면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고려대 최상룡 교수는 이번 선거의 큰 쟁점은 정책이라기보다는 인물론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영삼 후보는 자질론, 김대중 후보는 신뢰성 문제, 정주영 후보는 정치에 대한 무지가 인물론과 관련한 쟁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그는 김영삼 후보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강력한 지도력”을 강조한 대목은 노태우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말하고 “강력한 지도력과 민주적 지도력의 관계, 또 경제 효율화 내용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김대중 후보가 몇 십년 전에 집필한 《대중 경제론》이 현재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정주영 후보가 “집권하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안병찬 《시사채널》 편집주간은 “3당 후보의 자가당착적인 면이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는 각각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후보가 모두 권위주의적 성품을 지녔고 “물가를 3% 이내로 잡겠다”고 똑같은 목소리를 낸 점 등을 지적, 이같이 유사한 개성·정책·자질 등이 시민단체와 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7년 대통령선거 때 텔레비전 개인 연설이 20분씩 5회에 그쳤을 뿐 40분 동안 세 번 하게 되 있는 합동 토론이 후보간 의견 차이로 무산된 사실을 지적하고, 후보 전원이 참석하는 텔레비전 난상 토론을 제안했다.

 서울대 최 명 교수는 소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탄생하면 정통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결선 투표제 등 선거제도 보완책 마련을 주장했다. 그는 좀더 확실한 국민의 위임을 받을 대통령을 뽑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과 같은 4년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14대 대통령선거의 성격과 쟁점에 대한 정당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들의 전망은 판이하게 다르다. 14대 대통령선거가 정책 대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인물론과 지역성으로 특정지어질 것인지는 선거를 치러 봐야 알 일이다. “14대 대통령 선거는 2000년대를 잉태하기 위한 회임기”라는 한 토론 참석자의 말처럼 14대 대통령선거의 양상과 성격은 우리나라 정치발전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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