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환경을 먹고 자란다
  • 김 당 기자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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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 “환경보호는 사업상 기회‘… 오염 대체물질 개발, 시장 석권 노려

 


 생태주의자인 한 대학 교수는 얼마전 《똥도 자원이다?》라는 책을 써 관심을 끌었다. 엄밀히 따져 이같은 명제에는 별로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 또는 쓰는 이에 따라 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폐기물일 수도 있고 황금처럼 빛나는 자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똥이 폐기물이건 자원이건 막 오른 ‘환경전쟁’ 시대에 기업의 의식과 책임, 그리고 할 일이 무엇인지를 살필 수 있는 한 기준이 된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상품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생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이었지만, 앞으로는 생산 및 환경보전의 주체로 변신하지 않는 한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프레온이다.

 우리나라가 오존 파괴물질의 생산 및 소비를 규제하는 몬트리올의정서의 가입기탁서를 제출함으로써 지구를 보호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한 것은 지난 2월 말이다. 상공부와 산업연구원 북석에 따르면 의정서 가입으로 염화불화탄소(CFC) 허용량이 2만t으로 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생산시설이 충분한데도 국내 예상수요의 57.2%밖에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셈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듀폰의 사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931년 프레온이라는 상품명이 붙은 CFC-12라는 신물질을 개발, 지난 수십년 동안 냉각제나 분무제로서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듀폰사는 현재 염화불화탄소 대체물질 개발의 선두에 서서 이미 대체물질을 판매하는 대표적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기적의 냉매’ 프레온으로 세계시장을 휩쓴 듀폰은 이제 “새로운 냉매의 미래가 오늘 시작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낼걸고 프레인 대신 ‘수바’(Suva)라는 상품명으로 대체물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기업, 환경에 대한 인식·철학 부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CFC 대체기술센터 이윤용 박사에 따르면 법이 규제하기 전에 더 먼저 움직이는 일본의 기업들 또한 지난 86년부터 개발에 착수, 90년에 5종의 대체물질 상업생산에 들어갔음에 견주어 우리 기업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부족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듀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2억4천만달러를 대체품 개발 및 연구비에 투자해왔고 총10억달러 이상이 환경적으로 안전한 염화불화탄소 대체품 개발에 쓰여질 예정이다. HCFC-2 HFC-152a HCFC-124 등으로 물질특허를 받은 듀폰은 7개 실험생산공장 가동에 이어 이미 상업화 물량을 양산할 수 있는 3개의 공장을 완공해 △기존의 CFC-12와 성능은 같되 오존파괴 위험이 없는 냉장기구용 수바 콜드-MP △CFC-11에 비해 오존 파괴력이 피해가 2%에 불과한 수바 센트라-LP △ 새로 설계되는 자동차 에이컨에 쓰이는 CFC-12 대체품인 수바 트랜스 A/C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듀폰은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을 개발해 돈을 벌고 이제는 다시 환경을 보호하는 물질로 시장을 석권하려는 셈이다. 결국 “병 주고 약 주는 기업이 바로 듀폰”이라는 환경운동단체들의 비난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를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산업경제질서에서도 변함없는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듀폰의 사례는 더욱 치열해질, 환경을 볼모로 삼은 무역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본받아야 할 자세임은 분명하다.

 듀폰의 올해 매출 예상액은 4백억달러. 한편 공해방지시설 투자 규모는 15억달러(시설투자 8억달러·운영가동비용 7억달러)이다. 이같은 환경 투자 우선정책은 이 기업 내 환경조직과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듀폰은 이미 66년 최고 경영자들 의장으로 한 환경위원회를 발족해 그 산하의 독립적인 환경조직으로서 그룹 부회장이 위원장이고 이사들이 위원인 환경운영위원회가 듀폰 고유의 ‘리스펙트’를 입안해 집행한다. “듀폰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전사적으로 벌이고 있는 기업환경보전주의 캠페인의 명칭”인 리스펙트는 산성비 대책, 지구온난화 방지 프로그램, 유해폐기물 ?? 처리 및 감소·운반 수칙, 야생동물 보호지침 등 자사의 지구적인 관점에서의 환경 문제 대책과 해결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듀폰의 최고경영자는 ‘환경총수’

 그밖에 듀폰은 전세게 15만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경존중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존중상은 폐기물처리·야생동물 서식지 보호·환경 관련 기술혁신·개인 환경보호활동 등 7개 부문에서 환경 보호 활동에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데, 수상자는 각각의 상금 5천달러를 환경단체나 연구기관에 기증하는 명예제도이다. 또 듀폰은 지난 수년 동안 경영 간부들의 급여액 결정에 환경 실적을 고려해오고 있다. 듀폰의 모든 공장에서는 환경적인 공헌도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한 관계자는 “본사 이산화티타늄 공장장의 경우 생산원가를 낮추기보다는 에너지 절약·폐기물 감소·자원 재활용 등으로 ‘환경적으로 개선’한 만큼 인사고과에 더 크게 반영된다”고 귀뚬한다.

 그러나 87년 유엔 세계환경센터로부터 금상을 받았고 90년에는 미국 환경청(EPA)의 오존충보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미국 《포천》의 환경보호 최우수 3개기업의 하나로 선정된 듀폰의 기업환경보호주의의 “가장 든든한 ‘빽’은 최고경영진의 의식”이다. 한국듀폰의 이기섭 홍부부장은 “일반 기업에서 흔히 쓰는 CDO(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영문은 경영 최고책임자를 뜻하지만 듀폰 직원들은 영문 이니셜 E를 환경을 뜻하는 Environmental로 해석한다”고 밝힌다. 이 회사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회장 이미지는 “‘환경총수’쯤 된다는 말이다.

 그 환경총수가 주장하는 기업환경보호주의는 “일반 대중의 욕구와 기대에 일치하는 활동으로 기업 스스로가 환경 보호 노력에 앞장서는 헌신적인 태도와 실천의지”로 요약된다. 듀폰의 에드가 S 올라드 회장은 한 연설에서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환경적 기대를 품은 기업의 직원들은 이미 모두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에 구태여 별도의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 경영진의 의지와 추진력 뿐이다”라고 역설한다. 울라드 회장은 또 “세계 각국의 환경보호론자들과 일반 대중이 ‘환경을 보전하는 개발’을 지구 전체의 목표로 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우리 산업계는 ‘막중한 일거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라면서 그 근거로 “오직 산업계만이 그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곧 ‘기회’로 이어진다. 듀폰 부회장이자 그 자회사 코노코사 사장인 니칸드로스씨는 “기업의 환경보호 노력은 ‘부담’이라기보다는 ‘책임’에 가깝다”면서 “그러나 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것은 그같은 노력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상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근거로 환경보호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작업의 질을 높여 산업계에 상업적 기회라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기업주들이 흔히 갖는, 환경을 고려해 기업을 경영하면 늘 추가경비가 소요된다는 생각은 듀폰에서는 잘못된 신화인 셈이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은 우리 나라에서는 처으으로 사내에 ‘지구환경위원회’라는 낯선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2년 전인 89년 8월8일자 〈뉴욕 타임스〉에서 환경운동단체의 커다른 의견광고가 실렸다. 태평양의 양 끝에서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은 일본열도를 매개로 하여 서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지구환경에 책임있는 8명의 인사’라는 제목을 단 이 이색적인 의견광고에는 이번 브라질 리우회담에서 생물다양성 협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미국 대통령과 의장국으로서 맨처음 서명한 브라질 대통령, 개발을 앞세워 환경을 파괴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세계은행 총재, 그리고 일본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쓰비스(三?)상사 모로하시 사장의 캐리커처가 실려 있었다. 마쓰비시로서는 날벼락이었다. 일본의 열대우림목재수입에서 미쓰비시상사의 시장 점유율은 2%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단체로서는 열대림 보호를 위한 일본의 공격대상기업을 잘못 짚은 셈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미쓰비시 브랜드 때문에 ‘일본은 곧 미쓰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는 미쓰비시가 국제 환경운동단체의 표적이 될 불길한 조짐이었다.

 미쓰비시상사는 90년 4월 일본 대기업으로서는 처음 ‘지구환경실’을 설립했다. 미쓰비시상사 지구환경실 모리 실장은 공식적 설립배경을 “89년 10월 지구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지구환경위원회를 설치한데 이어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조직이 필요해서”라고 밝혔으나 위기의식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는 일은 사원의 의식개혁에서부터 투융자 안건에 대한 환경면에서의 검토·제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쓰비시는 그룹 차원에서 그룹 전체의 투자안건에 대한 ‘사내 환경영향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룹 투융자원위원회가 최종심사힉 전에 지구환경실이 경리·법무·업무 등 각 분야의 참모들과 함께 투자심사위에 참여할 만큼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적극적이다. 지구환경실은 90년 5월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본사 건물의 쓰레기통7천여개를 녹색과 검은색 두 종류로 일제히 교체한 이래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사내 프로그램을 확대해오고 있다.

 이제 이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위치 의식 때문안은 아니다. 지난 1~2년 사이에 마루베니·이토추 같은 종합상사들은 물론 전력·자동차 등 지구환경 오염에 책임이 있는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환경 전문조직을 창설했다. 또 “지구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기업은 존립할 수 있다”라고 역설하는 미쓰비시상사 모로하시 사장에게서 알 수 있듯이 최고경영자의 의식이 하부조직의 행동으로 옮겨지는 톱다운 방식은 이미 일본에도 전파되고 있느 stpa이다. 일본 기업들 또한 “환경보호에는 비용이 든다”는 종래의 생각을 “환경은 사업으로 통한다”는 쪽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삼성물산 국내 처음 지구환경위원회 구성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환경보호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삼성물산은 맨 먼저 기구환경위원회(위원장 이필곤 부회장)를 만들었다. 삼성물산측은 위원회 설립 배경을 “사내에서 지난해 2월부터(페놀사건 이전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문조직이 필요성이 제기되어서”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위기의식의 결과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구환경위원회가 하는 일은 대내외적 환경문제에 대한 전략수립·환경보호 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개·환경상품 및 청정기술 개발을 비롯한 환경사업의 추진 등이다.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이영생 부장(기술사업팀장)에 따르면 전략과 운동에서는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했으나 이른바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한 사업은 수준미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투자는 불가피하는 것이다.

 그룹 차원의 지구환경위원회(위원장 강진구 삼성전자 회장)도 구성한 삼성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 삼성엔지니어링 산하에 기업화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환경설비의 자체 브랜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삼성그룹은 지난 6월 “오는 86년부터 프레온 사용을 일절 중단하고 모든 생산현장에서 석탄 및 벙커C유를 연료로 쓰는 것을 중지하며 자체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할 광역 공동처리장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염화불화탄소 사용량은 3천여t으로 되는데 반도체·냉장고·에어컨 등 모든 제품에서 이의 사용을 95년 말까지 중단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환경오염 방지시설 투자액은 5백50억원으로 총설비투자의 2%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목표액이 7백50억원으로 환경투자비율이 1% 늘어났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환경 설비 투자비율이 0.9%(90년 기준)임에 견주어 3%라는 수치는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선도하는 최고그룹의 이미지 고수”를 내세우는 삼성그룹의 환경목표를 감안할 때 선진국 기업의 평균수준(5%)에도 못미치는 매우 낮은 것이다. 이는 아직도 우리나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환경투자를 기업 이미지 관리에 필요한 비용쯤으로 간주해 여전히 환경을 새로운 기회보다는 부담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 환경의식이나 기대와는 동떨어진 기업의 인식 부족은 지난 6월 전지구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리우회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리우 회담 본회의장이 각국 정부 대표단의 협상 탁자였다면 본회의장 밖의 기업화경관이나 인근 상파울루에서 같은 기간에 열린 환경기술박람회는 더 없이 좋은 기업의 홍보 마당이었다. 이미 89년부터 승용차의 “그린화”를 추진해온 스웨덴의 볼보, 지난해 10월 수소연료차를 개발한 일본의 마쓰다 등이 이 곳에서 자사의 이른바 ‘클린 테크놀로지’와 ‘에코 상품'을 자랑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민간환경단체들조차도 대표단을 구성해 수십명을 참석시킨 자리에 포항제철·한국전력공사 등을 제외하고는 관계자를 파견한 대기업이 없었다.

 심지어 산하에 산업환경위원회까지 둔 전경련조차도 이를 외면해 리우에서 돌아온 정부 관계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부로서는 산업구조 재편까지 고려해야 할 중대한 회담에 환경오염의 당사자인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환경의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환경보호 돋보이는 포철과 유한킴벌리

 일반대기업들이 ‘오염에는 앞장, 투자에는 늑장’이었다면 일찌감치 환경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대표적인 기업이 포철이다. ‘공원 속의 제철소’를 표방하는 포철의 환경투자 배경을 전문가들은 공기업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지만, 그 자체가 거대한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공해기업이기 때문에 투자를 안하고는 못배기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포철은 적어도 환경설비 투자비율에서 외국과는 어깨를 나란히, 그리고 국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대기오염방지 투자현황 조사결과(89년)를 보면 12개 업종 중 제1차 금속업의 평균투자액(약 47억6천만원)과 평균매출액 대비투자비율(0.84%)은 다른 업종의 그것들에 견주어 두드러지게 큰 값임을 알 수 있다. 평균투자액과 투자비율이 가장 낮은 섬유제조업(4천1백만원/0.01%)에 견주면 무려 1백배쯤 차이난다. 그 까닭은 환경투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포철 때문이다. 즉 포철의 89년 매출액 대비 대기오염방지 투자비율은 1.32%로 1차 금속업의 다른 기업에 비해 5배 이상 더 많았기 때문이다. 포철을 제외한 동종업체의 투자비율을 계산해본 결과 0.25%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철의 환경오염방지 시설 투자비는 9천8백50억원으로 총투자비 8조8천8백50억원의 11.1%나 된다. 또 공해방지 운영비만도 91년 기준으로 연간 9백30억원(하루 2억5천만원)이 넘는다. 결국 대표적 굴뚝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포철의 철저한 환경관리의 힘은 돈에서 나오는 셈이다. 실제로 포철의 오염물질 배출농도는 정부의 규제치를 훨씬 밑도는데 포철의 한 관계자는 이를 “완벽한 방지시설과 정부의 환경기준치보다 더 엄격한 자체의 관리기준에 따른 시서운영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 포철은 “자체의 폐기물은 자체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막대한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지난해 경우 발생폐기물 50백50여만t 중에서 4백30여만t(81.5%)을 재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폐기물 재활용률 54.4%(90년 기준)를 훨씬 웃돈다.

 포철은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철강협회 환경분과위에 참석한 각국 환경전문가들로부터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 모범공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이를 제철소 건설 초기부터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제철소를 만들겠다”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공해방지에 역점을 두어온 결과로 풀이한다. 한편 화석연료 사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포철은 유엔환경개발회의 이후의 에너지전략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리우회담에 다녀온 김원두 에너지기획부장에 다르면 중장기 에너지 절감계획과 이산화탄소 억제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으로 국제철강협회와 공동대처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성실히 보답한다”는 자체의 공해방지시설 투자단계를 넘어 대중매체 홍보화 국민계몽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경보호 제1기업을 추구해온 대표적 기업으로 유한김벌리를 들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펼쳐 온 대표적 환경프로그램은 84년부터 계속해 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을 들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그 취지를 “좋은 상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인간과 자연이 조화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려고”라고 밝히고 있으나 제지업으로서 갖는 공해유발 및 환경파괴 이미지를 전환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의 환경문제에 대한 실천적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환경전략을 짜는 것이 주업인 이은옥 홍보실장은 자사의 이같은 노력을 견학하려고 많은 대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오지만 이는 ‘당연한 의무’라고 규정한다. 화장지 1t을 만드는 데 물 1백t 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화장지 3백t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공공재를 소비함으로써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기업으로서 당연한 ‘빚 갚기’라는 논리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8백60억원, ‘푸르게 푸르게’ 비용 20억원을 제외한 환경투자비 1백20억원(시설투자 30억원·운영비9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은 무려 6.5%나 된다.

 유한킴벌리가 ‘푸르게 푸르게’운동의 일환으로 조성해 산림조합중앙회에 기증한 기금은 14억원으로 해마다 1백만 그루씩 심고 가꾸어온 나무는 1천3백만 그루에 이른다.

 이밖에도 유한킴벌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나무관찰대회·그린캠프·한 가정 한 그루 나무 심기 행사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아름다운 자연의 친구들’ 같은 시리즈 광고는 녹색광고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은옥 실장에 따르면 1년 녹색광고비만 15억원이고 한 종류의 광고제작비만 8백만원이나 들지만 이는 눈에 안 보이는 자산이자 장기적 안목의 투자인데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아직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보전은 ‘인분에서 기회 찾기’

 유한한 자원을 아끼는 유한킴벌리의 환경투자와 실천은 현재 국내 ‘그린 마케팅’ 사례의 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의 사례를 대상으로 한 그린 마케팅 관련 석·박사 학위논문까지 나오고 있다. 처음 심을 때는 지름이 연필만 했던 나무가 3m 크기로 자랐듯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올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기업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환경보전’이라는 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영국 찰스 왕세자가 유한킴벌리를 찾기로 한 것 또한 환경주의자 찰스의 ‘당연한 의무’이겠다.

 리우회담에 참석하고 온 이상곤 교수(인하대·전 환경경제학회 회장)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제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이라고 강조한다. 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눈앞에 둔 정부는 물론, 세계 일류기업을 목표로 하는 국내 대기업들로서도 환경문턱은 생존을 위한 관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듀폰의 사례는 환경보전의 책임과 의무 또한 권한을 둘러싼 ‘남북대결’의 축소판이다. 물론 듀폰의 기업환경보호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울라드 회장도 인정하다시피 공해기업으로서의 악명이 오히려 적극적인 환경투자를 추진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불어닥칠 찬바람은 무역규제 같은 해외로부터의 압력보다 국내 소비자들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먼저 나타날지도 모른다.

 듀폰 이산화티타늄 해외업무팀의 최동명 박사가 산업폐기물 관리정책과 관련해서 들려주는 듀폰의 경험과 방법론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폐기물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즉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는 관점이 ‘무언가 잠재적으로 경제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폐기물 문제는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모든 기업이 지켜나가야 할 볼가피한 사회·도덕적 명제가 되어야 한다. 폐기물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산업계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산업계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가장 시급한 것은 최고경영자들의 의식전환일 것이다. 환경보전이 더는 부담이 아니고 바로 기회라는 듀폰과 미쓰비시 등의 사례는 우리 기업이 본받아야 할 ‘똥에서 기회 찾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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