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최형우 10위권 첫 진입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4.01.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 호감도, 1위는 여전히 박찬종…"김대통령 잘한다"63%, "개각 잘됐다"40%

민자당의 예산안 날치기 시도와 좌절, 14대 국회가 거둔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는 안기부법 개정,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과 쌀시장 개방, 뜻밖의 시기에 단행된 개각. 지난 연말은 국민이 현기증을 느낄 만큼 굵직굵직한 정치 뉴스로 가득 채워졌다. 두번째 여론조사는 바로 그런 시점(12월21~23일)에 실시됐다.

 개각의 영향은 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영됐다. 李會昌 국무총리와 崔炯佑 내무부장관이 '호감 가는 정치인'으로 새로이 지목됐다. 이총리와 최장관은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는 10위권 안에 언급되지 않았었다. 참고로 지난 여론조사에서 정치인 호감도를 살쳐보면, ①朴燦鍾 ②金大中 ③李基澤 ④金鍾泌 ⑤盧武鉉 ⑥金潤煥 ⑦李哲 ⑧洪思德 ⑨李海瓚 金德龍 의원 순으로 거론됐다.

 3위로 진입한 이총리의 경우, 비교적 정치적 색채가 덜했던 감사원장 때와는 달리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라는 정치적 자리로 옮겨 앉은 변화가 여론조사 결과에 작용한 듯하다. 또 총리 임명 직후 일제히 감사원장 재직 기간의 업적과 소신, 후일담 등을 소개한 언론의 보도 러시도 이총리의 대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실세 총리''강성 개혁 총리'를 향한 기대감도 작용한 듯하다. 이총리는 지난해 12월29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과거 장관들이 총리에게는 인사치레용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정책은 각 부처 장관이 추진하고 총리는 이를 지원 하겠지만, 부처 간의 이견 조정이나 복합적인 국정 운영은 직접 챙기겠다"라고 밝혔다. 허수아비 보고용 총리에 머물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한 셈이다.

2위 김대중, 서울?충청 지역서 더 인기
 최형우 내무부장관 역시 지난 조사에서는 능력 면에서 뛰어난 정치인 10위를 기록했을뿐, 호감도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6위로 올라섰다. 아들의 부정입학 사건으로 집권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던 최장관의 일선 복귀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았다.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학부형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장관은 개혁 실세에서 하루아침에 날개 꺾인 실세로, 온갖 추측을 뒤엎고 다시 개혁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해 오히려 인지도와 대중적 기반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최장관의 내무 관룐 길들이기는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최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공무원 처우 개선과 일하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보고 공사 현장을 직접 챙기는 특유의 저돌성으로 벌써부터 관가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연초에 단행될 내무부 고위직 인사가 끝나야만 비로소 그가 불러일으킬 바람의 강도와 방향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관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박찬종 신정당 대표와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번 여론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나란히 인기 1, 2위 정치인으로 꼽혔다. 뿐만 아니라 응답 비율도 각각 23.8%와 8.0%로 지난 여론조사 때의 18.3%와 7.0%보다 더 높아졌다.
 박찬종 대표의 경우, 정기국회와 쌀 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을 보여 주지 못했는데 응답자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지목됐다. 쌀 정국에서는 민주?국민?신정 3당의 야권 공조가 이뤄짐에 따라 몇차례 장외 집회에서 박대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야권 공조인 만큼 박대표의 정치력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기국회에서는 사실상 실종상태나 다름없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대표가 국회의원의 본격 무대인 국회를 제쳐두고 거리의 인기만 쫒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인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정치인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평가나 호감이 의정 활동이나 현실 정치력보다는 개인 이미지를 기준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대중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가에 급속하게 번진 정계복귀설을 잠재우기 위해 또 다시 칩거 생활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호감 가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그의 경우에는 지지 기반의 변화가 엿보이는, 흥미로운 결과가 뒤따랐다. 지난 조사에서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광주?전라남북도 지역의 응답률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 지역과 대전?충북 지역 응답자들이 각각 11.3%와 9.8%로 높은 지목 빈도를 보인 반면, 광주?전라남북도 지역의 응답률은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6.7%에 머물렀다.

 김종필 민자당 대표와 이기택 민주당 대표는 똑같은 4%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한편 《시사저널》은, 날치기 시도와 쌀 시장 개방이라는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최대의 악재가 김대통령과 집권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가늠해 보기 위해, 당 지지도와 김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다.

민자당 근소 하락, 민주당은 소폭 상승
 당 지지도의 경우, 상황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민자당의 지지도가 29.5%에서 28.8%로 매우 근소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17.7%에서 19.7%로 조금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간 것은 정기국회와 쌀 정국을 통해 초반기 개혁 국면에서 질질 끌려다니던 정황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력을 어느 정도 되찾았기 대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잘한다'가 8.5% '잘하는 편'이 54.8%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63.3%에 이르렀다. 이는 김대통령의 개혁 추진에 대해 80%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며, 매우 떨어지는 평가다. 그러나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통령 개인, 혹은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지지도가 60% 이상을 웃도는 현상은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높지도 지나치게 낮지도 않은 60% 정도의 적정선 지지를 유지하는 쪽이 소신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김대통령은 오히려 가장 소신 있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고 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단행된 개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개각이 매우 잘됐다'는 5.8%, '잘된 편이다'는 34.3%로 긍정적인 평가가 40.1%에 불과했다. 반면 '모르겠다'는 반응은 '잘된 편이다"라는 응답과 맞먹는 34.3%로 나타났다. 명확한 평가를 유보한 34.3%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내각 평점을 매길 것인가. 평가를 주저한 국민들은 우루과이 후속 대책과 물가 앙등, 경기 회복 지수 등을 지켜보며 서서히 점수를 매기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