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여사도 바람 피웠나
  • 워싱턴. 김승웅 특파원 ()
  • 승인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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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성추문 발설한 주지사 시절 경호원 "빈센트와 진한 키스 목격했다"주장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추문은 월간 《아메리칸 스펙테이터》 신년호가 처음 보도했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전후만 해도, 연말 연휴의 뉴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곧 잘  시도된 언론의 '작문'정도로 취급됐었다.

 그러나 그 반향은 엄청났다. 유선 방송인 CNN을 필두로 미국의 3대 텔레비전이 모두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서부 지역 신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이어 〈뉴욕 타임스〉와〈워싱턴 포스트〉 같은 동부의 보수계 신문도 이 희대의 대통령 엽색 행각에 지면을 크게 할애하고 나섰다.

 파문은 클린턴을 넘어 영부인 힐러리에게까지 번져 클린턴가의 수난이 되고 있다. 추문을 처음 발설한 클린턴 주지사 시절의 경호원은 그후 CNN에 나타나 천연덕스럽게 고발을 계속하고 있다. "힐러리가 빈슨트 포스터와 만나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빈슨트 포스터란 지난 7월 포토맥 강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 클린턴의 고향 친구이자 백악관 법률부보좌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클린턴가의 재산 관리를 위해 고향인 아칸소 주에서 클린턴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멤버로,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추문은 한낱 염문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다. 미 언론들이 몰고늘어지는 이 추문은 아칸소 주지사 클린턴과 6명의 연인이 때와 장소를 가지리 않고 벌인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제가 된 결정적인 대목을 취합하면 다음과 같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 클린턴은 밤늦도록 바람을 피운 후 자정이 넘어서야 지사 관저를 귀가하는 수가 많았다.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대문 쪽으로 접근하는 클린턴 지사의 모습은 만화 '지그스와 매기'에 나오는 공처가 남편 지그스와 꼭 닮아 있었다. 그를 맞는 힐러리의 입에서는 육두 문자(Four Letter Words)가 터져나오기 일쑤였고, 간혹 찬장이 박살나는 소리가 터지기도 했다.
 △그는 주지사 시절에도 조깅에 열중했다. 이 조깅은 또한 정부와 밀회하는 데도 이용됐다. 조깅 차림으로 관저를 나선 그는 정부의 집에 들러 비밀 데이트를 즐긴 후 물을 뒤집어 쓰고 밀회 장소를 빠져나왔다. 조깅에 지쳐 땀에 흠뻑 젖은 흉내를 내기 위해서였다.
 △몇몇 여인은 주차중인 차 안에서 클린턴 지사와 사랑을 나눴다. 차 안에서 클린턴한데 열심히 오럴 섹스를 벌이던 여인의 모습이 두번이나 목격됐다.
 △힐러리가 잠에 빠져든 경우, 이따금 지사 관저의 지하 휴게실이 여인들과의 사랑놀이터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랑놀이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까지 얼마 동안 계속됐다.

 △백악관을 출발하는 클린턴을 전송하기 위해 아칸소 주 리틀록 시 공항에서 환송회가 열리던 날이다. 판사 부인으로 알려진 한 여인이 이 환송회에 참석키 위해 경호원의 안내를 받고 나타났다. 힐러리는 이 여인을 보자마자 남편의 정부 가운데 하나임을 간파하고 경호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눈앞에서 당장 데리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이상은 클린턴 주지사의 경호원(당시) 페리, 페터슨, 퍼르슨 세사람이 터뜨린 내용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려는 듯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하나하나의 확인 보도에 나서, 그 첫 단서로 문제의 여인 가운데 1명과 클린턴 간의 비밀 통화를 밝혀 냈다. 근7~8개월 간을 소요한 끝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단이 추적한 바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 섹스 파트너와 2년간 59번의 비밀 통화를 했고, 그 가운데는 버지니아 주 샤롯트빌에 있는 한 호텔에서 오전 1시23분에 시작해 장장 94분 간이나 계속된 통화도 포함돼 있었다.

 경호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클린턴과 힐러리 부부의 관계는 '부부라기보다는 계약'관계로 비쳐져 있다. 페리의 말에 따르면 클린턴 지사가 자신과 퍼그슨에게 비밀을 지켜 준다는 조건을 돈을 주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세명의 경호원 가운데 퍼그슨만이 이를 부인하고 클린턴은 아무런 제의를 하지 않았노라고 증언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백악관측 입장은 어떤가. 백악관측은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이들 옛 경호원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뇌물을 주겠다거나 전직을 보장하겠노라고 제의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뇌물?전직 제의가 변수
 여기서 뇌물과 전직은 중요한 대목이 된다. 역대 미 대통령치고 섹스 문제와 관련된 추문으로 백악관을 쫓겨난 전례는 없다. 클린턴 대통령 스스로와 섹스 파트너들이 함께 시인하지 않는 한 추문은 어디까지나 심증으로 그칠 뿐 확증으로 남을 공산이 희박하다. 그리고 실제로 6명의 섹스 파트너 모두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호원들의 발언은 한갖 참고인 진술에 그칠 뿐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유권 해석이다. 또 2명의 경호원 모두가 알코올?마약 중독 경력 소유자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뇌물 또는 전직 제의가 클린턴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거론됐을 경우 문제는 심각성을 띠게 된다. 공직자의 수뢰 또는 공직 남용, 사기 사건으로 형사화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을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언론들도 이 점을 익히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경호원들의 발언 수위를 되도록 높여 뇌물이나 전직 제의 쪽으로 관심을 좁혀가고 있다.
 연말을 기해 클린턴은 신문?방송?통신 기자단과 차례로 기자회견을 치렀다. 세차례의 회견 모두가 성추문이 주제가 됐다. 한 방송기자가 한사코 부인하려는 대통령에게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는 애기요?"하고 신경질적으로 다그치자 클린턴의 고뇌는 극에 달했다. "더 이상 할말은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만약 내가, 내가… 그 애기는 알려져 있는대로…."횡설수설의 연속이었다. 그가 취임 1년에 이르기까지 기자 질문에 이토록 비틀대는 모습을 보이기는 그때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힐러리 역시 뭔가 남편을 두둔하고 해명하려고 기자들 앞에 나타났으나 하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들한테 질려 회견이 중단돼 있는 상태다.

 클린턴은 이런 상황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이달 12일 모스크바로 날아가 개혁에 골치를 싸매고 있는 옐친 대통령을 만났다. 미?러시아 정상의 교환은 현재 미국인들의 추문 편집증세를 다소 무디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언론 다루기의 귀재 소리를 듣는 백악관 고문 데이비드 거겐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추문 자체를 아예 여성표를 겨냥한 거겐의 작품으로까지 여기는 확대 해석도 있다. 거겐은 최근 애스핀 국방장관의 후임자로 인먼 전 해독제독이 지명되는 과정에도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인먼 제독은 법무장관에 임명됐다가 상원 인준에서 기각된 베이드 여성 판사처럼 가정부의 세금 대납을 이행치 않은, 한마디로 장관감이 못되는 인물로 밝혀졌다. 이같은 백악관의 상황을 미루어볼 때, 이번 클린턴의 성추문은 결국 미국의 언론을 상대로, 언론의 향방을 귀신같이 감시하는 백악관 참모 거겐이 벌이는 한판 승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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