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도록 만들기 10년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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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북한 문화재에 관한 첫 종합보고서《북한 문화재 도록》을 발간했다. 을밀대 등 고건축을 비롯해 성고가·고분벽화·선사유적·천연기념물 등 북한 문화재 2백여 점의 사진과 해설이 실린 이 도록은, 일반인이 북한 문화재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도록 발간을 주도한 李浩官 전주국립박물관장(58)은 보관중인 슬라이드·비디오 테이프 자료 4천장으로 종류별 문화재 도록을 속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편집자〉

《북한 문화재 도록》을 발간한 계기는?
지난 10년간 불온문서처럼 쉬쉬하며 수집한 사진 중 일부를 작년 8월 경복궁 지하철 회랑에서 처음 전시했다. 그때 도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 이 정도의 정보는 국민과 함께 공유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발굴된 도록 중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다. 웅기 굴포리 유적, 덕흥리와 수산리 고분 벽화의 내부 구조, 안악 3호분 원경 등은 처음 공개된 것들이다. 또 황초령·마운령에 있는 진흥왕 순수비의 실체를 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이 자료들은 〈개보〉와 함께 고구려·발해 연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문화재 연구 수준은?
고고학에 관한 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들은 벌써 46년에 문화재보존령을 제정하고 그 해에 정부 주도로 안악 고분 등을 발굴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62년, 정부가 공식 발굴한 것은 65년의 경주 황오리 고분이다. 특히 김정일이 2백50명 규모의 발굴 특공대를 조직해 투입하고 있으므로 성과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고고학계의 과제인 ‘술어 통일??도 이미 완성해 놓았다. 그러나 발굴 기술이나 보존처리 기술은 우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또 북한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보면 고대사에 치우쳐 있으며, 동산 문화재를 다루는 미술사 영역은 자본주의 학문으로 취급되어 연구가 미미하다.

최근 부여에서 발굴된 백제 금동향로를 두고 일부에서 백제 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향로 윗부분에 새겨진 산봉우리 모양은, 대표적인 백제 유물로 평가되는 산수문전이나 무령왕릉 은잔에 새겨진 것과 흡사하며, 연판을 보아도 백제 유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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