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통향금지 풀라”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199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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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池蓮奉 사장 인터뷰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4백만명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져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은가?
 작년보다 20%늘어야 4백만명이 된다. 어렵더라도 달성할 것이다. 국제 경쟁력 강화의 관건은 수용 태세를 얼마나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호텔 숙박료는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물가도 비싸다. 다만 남대문 시장과 이태원 상가는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유리하다. 쇼핑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한국의 관광 상품은 단조롭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5천년 묵은 살림이기 때문에 문화 유산은 손색이 없다. 고궁과 절, 민속놀이 판소리 사물놀이 농악 같은 것은 서양 사람이 보기에 신기한 우리의 고유한 전통 문화다.

관광이 서울에 집중된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울 중심의 관광을 지방화하는 것이 과제다. 각 지방 문화재와 민속놀이 kx은 것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개발하더라도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도로와 숙박시설, 음식점이 미비해 문제다. 지방 관광 산업을 육성하면 우루과이 라운드로 타격을 입은 농촌 경제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도 한국보다 훨씬 관광산업이 발전했는데…
 싱가포르는 음식·쇼핑·국제회의로 1년에 무려 7백만명을 불럳ㄹ인다. 아시아 최고의 시설과 편의를 제공하니까 몰려드는 것이다.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지도급 인사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우리도 국제회의를 최대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이 문제다. 한국종합전시장(KOEX)을 제외하곤 5천명 이상 수용할 컨벤션 센터가 없다.

 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재벌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올림픽이 끝난 뒤 땅투기를 막는다며 재벌이 관광산업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했다. 그 결과 우리한테 필요한 시설이 부족하게 됐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관광산업은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시설 투자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세제·금융 면에서도 규제가 풀려야 한다. 정부도 이제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재벌에 대한 규제 완화가 국민 정서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지 않는가?
국민 정서가 뭔가. 고용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 건전하고 튼튼한 국가 경제를 이룩하자는 것 아닌가. 관광은 과소비다, 사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과장되고 왜곡된 여론이다.

 업계에서는 호텔 예식업을 허용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우리는 있는 시설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관광객들이 밤 12시 이후에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호텔의 영업을 제한하는 일종의 통행 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절간에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관광 호텔에 통행 금지가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관광 자원 개발은 환경 파괴 문제를 낳지 않는가.
 환경 보전은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 놔둔다고 환경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을 통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면, 그렇게 해서 마련한 재원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데 쓸 수 있다. 국민들도 배어난 자연 경관을 더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이것은 훼손이 아니다. 나도 국회의원 시절 건설위원을 했지만, 한때 ‘골프 망국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골프는 매우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훼손과 농약 공해가 문제 되는데, 골프장이 완성되면 경관이 더 아름다워진다. 농약 문제도 그렇다. 미국의 워싱턴 DC 주변에 골프장이 3백개나 있어도 그것 때문에 공해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 문제가 안되게 골프장을 경영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다.

 관광수지 적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89년 여행자유화 조처 이후 해외 여행의 물꼬가 터졌다. 작년만 해도 2백40만명이 해외여행을 했다. 흔히 해외 여행이라고 하면 밖에 나가서 놀고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런 면에서 해외여행은 장기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씀씀이가 헤프다고 말하지만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줄어드는 추세다. 관광수지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이지만, 그것 때문에 국민이 나가는 것을 억제하고 제한하는 것은 세계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의도적으로 외국에 내보낸다. 한국에 수학여행 오는 일본 중·고등학생이 5만명에 이른다. 외국을 가보지 않고 세계화가 입으로만 될 수 있는가.

 공동 운명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사·숙박업계·여행업계가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여행업·호텔업·수송업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그런데 그간에 이 관계가 대립된 측면이  있다. 업계의 이해 관계를 조정해야 업계가 활성화한다. 호텔 방값만 올려놓고 손님이 안 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행사도 싸구려 상품으로 덤핑을 해서 경제력이 크지 않은 관광객만 데리고 오면 품위도 떨어지고 관광산업 전체에 도움이 안된다.

 관광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가?
 우리는 국가 예산을 한푼도 안 쓴다. 면세점을 운영해 번 돈으로 행사를 열고, 홍보하고, 관광정보를 수집한다. 또 관광단지를 조성해서 민간에 분양해 그 돈으로 다시 새로운 관광단지를 조성한다. 그걸 땅장사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관광공사가 뭐하는 데냐, 심지어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관광은 21세기 3대 산업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각국은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관광공사의 긴ㅇ을 강화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이 관광청을 두어 관광을 국가의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키운다

 요즘 ‘땅장사’는 잘 되는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투자가 위축돼서 개발한 땅이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작년에 제주도에 개발한 단지를 백억원쯤에 팔려고 계획했는데 30억원어치밖에 못 팔았다.

 일본인 관광객에 큰 기대를 거는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가운데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를 웃돈다. 일본 관광객은 세계 모든 나라에 중요한 고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에게 비자를 받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몇 나라밖에 없다. 작년에는 엑스포 기간에 일본인에게 비자 없는 (No Visa)입국을 허용한 덕을 많이 봤다. 엑스포가 열리기 전까지 전체 한국 방문객 수는 92년에 비해 줄었으나, 엑스포 기간에 일본인 방문객이 크게 늘어 92년에 비해 3.4%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 방문의 해인 올해 일본인 관광객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마저 다른 나라에 빼앗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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