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동업자도 여럿 있다”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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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사군 정보책임자 극비 인터뷰/“월남전 잔류 미군들이 무기 제조 맡아”



 우리에게 쿤사는 ‘마약왕’으로 알려져있다. 쿤사는 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외부 세계에 계속 마약을 공급하는가?
 당신들이 알고 있는 대로 쿤사가 처음부터 악의 무리로 등장하기 위해 마약에 손댄 것은 아니다. 49년 장개석 군대가 모택동 군대에게 밀려나면서 주력은 대만으로 피하고 미처 못건너간 93·96 사단이 미얀마 일대로 들어왔는데, 그 뒤 중국 공산당은 미얀마에 공산군을 파견했다. 그때부터 쿤사는 미얀마 정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카렌·라후·와·타이야이·카친 등 미얀마에는 소수 민족이 많다. 미얀마 정부가 당초 약속한 소수 민족 독립을 철회하면서 쿤사는 이들 민족과 연대하게 되었다. 외부 세계가 우리를 고립시켜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헤로인을 거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쿤사가 처음부터 마약 거래를 목적으로 이 지역 소수 민족을 악용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쿤사는 결코 소수 민족들을 정복하거나 지배하지 않았다. 나는 타이야이족이 아닌 리수족이지만 그에게 정복 당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5년간 내가 소수 민족의 한 사람이면서도 쿤사의 그늘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쿤사야말로 우리의 소원인 독립을 가져다 줄 희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쿤사가 소수 민족 마을에 들르면 그는 반드시 굶주림에 허덕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돼지·닭·쌀 따위를 주어 굶지 않고 살 길을 마련해 주었다. 그랬기 때문에 과거에 쿤사가 미얀마군에게 쫓겨 태국 북부로 넘어갔을 때 국경 지역의 수많은 소수 민족들이 쿤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쿤사는 텅코라는 이름으로 태국에 머물렀다. 지금도 그 부대 이름은 텅코이며 우리끼리는 쿤사를 아직도 텅코라고 부른다. 우리는 쿤사가 우리를 지켜주는 데 필요한 아편을 재배하고 무기를 사들여 살아남기를 원했다. 미얀마 정부가 우리를 봉쇄하고 공격하는 한 아편은 곧 우리의 생존권이요 힘이었다.

 이곳 주민들이 아편을 재배하면 얼마만큼의 소득이 그들에게 돌아가는가?
 농민들은 양귀비 원액을 1죠이(1.2kg) 단위로 거래한다. 1죠이는 태국 화폐로 약 1만바트(한화 약 35만원)이다. 1라이에서 생산되는 양귀비의 원액은 2~3죠이이다.

 쿤사 조직은 그렇게 거두어들인 양귀비 원액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헤로인으로 정제해 산지 농민들에게 식량·옷·의약품을 제공하거나 무기를 사기 위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우리는 몇 군데 정제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순수 양귀비 원액은 8죠이를 가공해야 헤로인 1죠이가 나온다. 원액에 잎사귀와 줄기를 섞으면 12죠이에서 헤로인 1죠이를 뽑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헤로인 1죠이는 방콕에서 약 1만2천달러에 팔리고 있다. 여기서 미국인·홍콩인·한국인 등 중간상에게 넘어가면 약 20만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헤로인 정제 공장을 방문해 취재하고 싶다. 위치를 알려주고 선을 연결해 줄 수 있는가?
 지금은 전쟁중이다. 몇 군데 공장은 폭격 때문에 이미 시설을 폐쇄했다. 내가 소개할 경우 당신들과 나 모두 위험해진다. 만일 당신들이 다른 어떤 고급 루트를 통해 그곳에 접근하더라도 지금은 99% 사살 당할 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정확한 위치는 극비이므로 지도상으로만 몇 군데 소개하겠다. 태국을 거쳐 메사롱·나이소이 지역에서 각각 일직선으로 북부 국경을 따라 넘어 들어가라. 그러면 가장 근접할 것이다.

 헤로인을 정제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쿤사 지역에 그런 기술자들이 많은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아시아계 화학자들이 도와줬다. 이치는 간단하다. 아주 큰 항아리 모양 탱크 위에 촘촘한 쇠그물을 치고 방콕에서 몰래 구해온 화학 약품을 담은 뒤 그 위에 양귀비 원액을 놓고 열을 가한다. 그러면 탱크 속에 소기름처럼 생긴 거품이 뜬다. 이걸 거둬 말린 것이 헤로인이다.

 태국·미얀마·라오스·중국 정부는 물론 미국 CIA조차 쿤사 조직의 마약 거래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거래가 가능한가?
 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만일 발설하면 거의 모든 주변 국가가 우리로부터 거래 대금을 받아먹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변국에서 비공식으로 도와줬다는 것만 알아달라. 지금부터 1개월쯤 전에 태국의 한 3성 장군이 미국에서 마약을 넘겨 그 돈을 태국 국경 수비에 썼다는 기사가 미국 신문에 났다.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 관리들 가운데 앞과 뒤 따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한때 나는 중국에 헤로인을 거래하기 위해 파견된 적이 있다. 가서 보니 나는 단지 심부름꾼이었고, 결정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은 주변국 정부 관리가 맡았다.

 쿤사를 뒤로 돕는 사람 중 한국 정부 관리도 있는가?
 그것은 내가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명의 한국인이 여기서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 출신인가 남한 출신인가?
 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름과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그것은 극비 사항이다. 다만 얘기가 나온 김에 세 사람만 예로 들겠다. 우리 조직에는 미국·대만·일본·한국 등 각 나라 담당들이 있다. 그들은 다 그 나라 출신으로서 그 나라 말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름은 밝힐 수 없다. 한국인 중 또 한사람은 우리 지역에 출입하며 헤로인을 거래하는 국제적인 중개상들 중 다섯번째 서열이다. 그는 지난해 초쯤 방콕에서 호텔에 머물며 굵직한 거래를 하려다 중간에 태국 경찰에 정보가 새나갔다. 그러나 방콕 경찰에 우리와 선이 닿은 사람이 있어서 경찰이 호텔을 덮치기 몇십분 전에 피신할 수 있었다. 그 때 한국인 중개상은 고급 루트와 연결되면서 헬기를 이용해 미얀마 지역으로 안전하게 넘어왔다. 또 다른 한국인은 만주 지역에서 살다 우리 조직으로 넘어 온 지식인이다. 그는 우리 지역의 낙후된 교육을 돕고 있다.

 그들 한국인을 꼭 만나고 싶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모두 제공할 테니 우리를 그 사람과 만나게 해달라.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한국계를 만나면 나와 당신들, 한국계 인물들 모두가 위험해진다. 내게 필요한 것은 없다. 당신들이 한국계를 꼭 만나고 싶거든 스스로 알아서 하라.

 최소한 한 사람에 대해서만이라도 접근 가능한 정보를 알려달라.
 좋다. 나는 직접 개입하지 않을 테니 당신들이 스스로 만나라. 여기서 서남쪽으로 약 1천km 정도 떨어진 태국 메홍손 주와 미얀마 국경지대의 중국계 마을에 한국계 한 사람이 있다.

 그가 그곳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조직 내에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으로서 태국 북부 지역의 언론에 글을 기고한다. 한국에 보도되는 쿤사 관련 정보도 이 사람을 통해 들어간다. 그는 3개월 전쯤부터 태국 국적을 사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얼마 있으면 태국인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국에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현재 그는 한국으로부터 돈을 지원 받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뜻인가?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 지원한다. 현재 그의 사무실에는 다른 한국인 한사람이 같이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사람이 외신기자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그는 돌연 긴장된 표정으로 인터뷰를 중지하고 취재팀을 안내한 중국인 안내자와 한참 동안 태국어로 귀엣말을 나눴다. 알고 보니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내용을 발설했다는 사실과, 더 이상 쿤사 조직내 한국계에 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취재팀은 모두의 안전을 고려해 그 질문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가 제공해준 쿤사 조직내 한국계 관련 정보는, 그로부터 나흘 뒤 취재팀이 1천km 떨어진 서부 쿤사 지역에 잠입해 그 사람의 가족을 만나고 이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정확한 사실임이 입증되었다(28쪽 참조).

 쿤사 조직이 독립 투쟁을 위해 마약을 거래한다고 했는데 마약과 무기는 어떻게 교환되는가?
 주요 무기는 미국서 들여온다. 미국인들이 마약 거래 대가로 무기를 공급해 준다. 또 우리 지역에는 미국인 무기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이 탄약 공장을 세워 각종 탄약을 보급하고 있다.

 현재 쿤사를 마약사범으로 지명수배해 두고 있는 미국이 쿤사의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미국 정부와 관계 없는 사람들이다.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들로서 사이공이 함락된 후 월남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행방불명 처리했겠지만 그들은 공산화한 월남을 피해 정글로 북상하다 우리와 만났다. 그 뒤 20여 년간 우리를 도와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 그들은 최고의 특사 대접을 받는다.

 그런 미국인이 얼마나 되는가?
 비밀이다. 상당히 많다고 보면 된다. 월남전 때 미군 사령부가 태국에 있었고 또 미군 휴양지가 태국에 몰려 있었는데, 이 때 태국 여성과 결혼한 일부 미군이 눌러앉아 살다가 돈벌이를 찾아 북상한 경우도 많았다.

 미국 정부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물론이다. 지금까지 미국도 어떤 측면에서는 그 문제를 도와줬다고 볼 수 있다. 태국에 거주하는 사회사업가들도 양지에서는 쿤사와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은 뒤를 많이 봐줬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

 한국군도 월남전에 참전했다. 한국군 행방불명자들도 쿤사 지역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가?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말라.

 쿤사를 직접 만나고 싶다. 연결해 주겠는가?
 지금은 대규모 전쟁중이다. 불가능하다.

 외신 보도로는 쿤사는 호몽 시가지의 1층 콘크리트 집에 사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곳으로 찾아가면 되겠는가?
 쿤사를 포함해 독립국가 주요 인사들은 이미 전투 사령부를 옮겼다. 큰 지하 동굴에서 비행장 시설까지 갖추고 전쟁을 지휘한다.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이 전쟁을 ‘마약 전쟁’이라 부르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미얀마군의 총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데 당신들은 승리를 확신하는가?
 만약 헤로인 생산을 중지시키기 위해 미얀마가 우리를 공격하고 세계 각국이 지지를 보낸다고 하면 이것은 잘못된 전쟁이다. 지금 지하 벙커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당신이 말하는 쿤사가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마약왕 쿤사는 미얀마 북부에도 방콕에도 홍콩에도 마카오에도 여러 명이 존재한다. 그동안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과 생존을 위해 마약을 거래했지만, 만약 세계가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인정하고 경제 지원을 해준다면 미얀마 북부의 모든 아편밭은 환금성 높은 새로운 농작물 경작지로 변할 것이다. 지금 우리 독립국가 정부는 마약 추방을 위해 당신네 한국·일본과 같은 아시아 부국들이 우리를 도와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그 대가로 우리 지역 안의 무궁무진한 광물과 보석 들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丁喜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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