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받은 땅의 ‘상록수’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4.02.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연 목사, 포교 · 교육 통해 아편 · 에이즈 추방

10대에서부터 20대에 이르는 소수 민족 젊은이 40여 명이 ‘태권!’하고 함성을 지르자 밀림 속이 쩌렁쩌렁 울린다. 이들 앞에서는 태권도 사범 2명이 재빠르게 다음 동작을 시범한다. 따라서 하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흐른다.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태권도 품세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쿤사군과 미얀마군 사이에 전면 전쟁이 벌어진 1월10일께 태국 북부 국경 도시 치앙라이 시에서 20km쯤 떨어진 밀림 속에서 벌어진 광경이었다. 이 두메에까지 진출해 소수 민족을 보살피는 사람은 한국인 정도연 목사이다. 그는 지금까지 5년 동안 이곳 국경지대에 머무르면서 소수 민족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파해 왔다. 정목사가 이곳 교육 센터에서 돌보는 소수 민족은 라후 · 아카 · 카렌 · 야후 · 라와 등 5개 민족이다.

 정목사를 비롯한 한국인 선교사들이 마약과 전쟁의 소굴인 이곳 위험 지대에 들어와 그동안 개척한 교회는 무려 42개에 달한다. 이 중 태국 북부에 30개, 미얀마 영내에 12개가 있다. 교회라고 해봐야 번듯한 건물도 없이 소수 민족 마을 안에 대나무 기둥만 세우고 갈잎으로 엉성하게 지붕을 엮은 것이 고작이다.

 정도연 목사는 자기의 선교 활동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소수 민족들에게 문화라고 남은 것은 에이즈와 마약밖에 없다. 모두 문명인이 퍼뜨린 죄악이다. 마을 아이들은 에이즈와 마약에 방치된 채 그것을 숙명으로 알고 자라는 실정이다. 이 저주받은 문화를 상록수 문화로 바꾸는 것이 목표이다.”

 이들에게는 성경 공부와 학교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또 정규 학습 외에도 태권도 교육과 음악 교육을 따로 한다. 문명이라고는 범죄밖에 접하지 못한 이들의 메마른 정서를 순화하는 데는 태권도 훈련과 음악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년 내내 한국인은 한명도 볼 수 없었다는 정목사는, 한국의 뜻있는 의료인이나 농업 기술자가 휴가차 이곳에 방문해 잠시 동안이라도 소수 민족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토로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