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자율성 위해 출근부 날인 거부”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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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된 태릉중 박종성 교사

박종성 교사(32·수학)는 2월18일 ‘마지막 종업식’에 들어갔다 온 동료 변명기 교사(32·과학)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담임을 맡았던 3삭년 제자들이 며칠 전 졸업했기 때문에 그는 들어갈 교실이 없었지만, 변교사는 울먹이며 담임 선생님을 부르는 제자들에 못이겨 2학년 9반 종업식에 들어갔다 온 직후였다. 파면 당한 두 교사는 텅빈 교실과 복도, 휑한 운동장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박교사는 말했다.

 파면된 박·변 두 교사 이외에 김지현 교사(28·사회) 등 모두 5명의 태릉중학교 교사가 같은날인 2월16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징계(정직·감봉)처분을 받았다. 출근부 날인을 거부한 것과 학습지 도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 중징계 사유였다. 서울시 교육 공무원 일반 징계위원회(위원장 류해돈 부교육감)는 박교사 등의 행동이 교육공무원으로서 성실 의무(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비롯해 교원 복부지침과 교원의 임무(교육법 제75조)를 위반한 행동이라고 징계한 사유를 밝혔다.
 “출근부 날인 거부와 학습지도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간과되고 있다”라고 박교사는 말했다. 출근부 날인과 학습지도안 제출의 교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이고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교사는 출근부에 날인을 하지 않는 동안 학교장의 허락 없이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이 없고, 학습지도안도 충실하게 작성했다고 말했다.

 박교사에 따르면, 출근부는 80년말 교육 현장의 개혁 분위기에 ?라 폐지되었다가 지난해 3월 교원 근무기강 확립을 이유로 유독 성루에서만 부활되었는데, 서울 지역 내에세도 다른 학교에서는 출근부제도를 재량껏 운영한다. 이번에 중징계를 당한 교사들은 징계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교조 관련 교사들이 해직될 당시에도 파면을 당한 교사는 거의 없었던 데다, 다른 부처 공무원과 견주어서도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번 중징계 파문을 크다. 우선 태릉중학교 동료 교사 30여 명이 중징계 통보가 있은 다음날 ‘헌신적이고 성실했던 5명의 교사에 대한 처분이 바른 판단에 의한 징계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관계 부처에 보냈다.

 이번 중징계가 전교조와 관련해 해직된 교사들 대부분(1천3백35명)이 복직될 것이란 교육부의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복직 교사들을 겨냥한 ‘분위기 잡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설령 전교조 교사 복직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박교사 등에 대한 중징계는 교육 개혁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수능시험의 정착과 곧 있을 교유과정 개편에서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확보는 당연한 요구인데도 한켠에서는 교원복무규정과 교사 자격증 유효기간제 등 새로운 ‘통제장치’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곧 거론할 예정 이어서 중징계 사건의 여파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징계 당한 5명의 교사는 교육부에 재심을 청구 할 예정이다.
李文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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