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X파일’에 FBI 전전긍긍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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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쳤다는 얘기는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한 장면이다. 꼭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근 미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잭 앤더슨.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때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1972년에는 미국 닉슨 정부가 인도·파키스탄 분쟁 때 파키스탄을 몰래 지원했던 사실을 밝혀내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파킨슨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21일 영국의 <가디언> 온라인판은, 최근 CIA와 더불어 미국 정보 기관의 대명사인 연방수사국(FBI)이 생전의 앤더슨이 남긴, 1백88개 상자 분량의 방대한 취재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터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취재 파일’ 안에 어떤 ‘폭탄’이 들어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FBI의 앤더슨 파일 인도 요구의 주된 근거는 ‘개인이 국가 기밀 문서를 소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FBI는 이미 지난 3월, 앤더슨 사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 보관된 문서 상자 열람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FBI의 요구는 앤더슨 유족으로부터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유족측은 자료를 순순히 정보기관에 넘기는 행위는, 정부의 잘못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하는 등 ‘정부 감시견’ 역할을 소신으로 삼았던 고인의 유지를 배반하는 일이라는 이유를 댔다.

미국 FBI가 아직도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디언>의 설명. 잭 앤더슨은 1990년 절필했지만, FBI측은 ‘최근 진행 중인 간첩 사건 수사의 진전을 위해 앤더슨 자료가 필요하다’며 앤더슨 파일을 인도해 달라고 끈질기게 조르고 있다고 한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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