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기타 만남도 국악”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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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악기 접목, ‘국악대중화’추구하는 이병욱 교수

가야금과 신디사이저가 만나고, 해금과 기타가 만나면, 혼혈음악이 나올까. 서원대 이병욱 교수는 ‘국악’이라고 답변한다. 가야금 대금 해금 같은 국악기의 카랑카랑한 소리를 신디사이저나 기타가 ‘바라지’해줌으로써 음색 변용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것에 바탕을 둔 국악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서양악기의 역할은 베이스를 넣어 화성을 보완해줌으로써 국악기의 소리를 둥글고 부드럽고 입체감있는 소리로 중화시키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교수는 2백여곡의 창작곡 발표 및 연주활동을 통해 동서양 악기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같은 작업은, 19일에 열렸던 ‘김영재 해금과 이병욱 기타의 만남’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2백50여석에 4백여명이 몰려왔던 현상이 입증하듯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율 위주의 국악에 서양음악의 화성 개념을 도입, 현대감각에 맞는 음악적 입체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설명하는 그는, 그러나 이것이 국악의 변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동서양 악기의 만남이나 동일 국악기의 복수편성 등으로 국악에 “화려한 색상을 부여하는”작업에 대해 그는 “국악을 흑백TV시대에서 컬러TV시대로 전환을 꾀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이같은 음악작업은 86년에 결성한 ‘어울림’의 활동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서양악기로도 한국음악을, 한국 전통악기로도 현대적 감각에 맞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이 단체는 동서양 악기가 혼합편성되어 있다. 김일륜 김해숙(가야금) 임재원(대금) 주영위(해금) 김선옥(장구) 이병욱(기타) 김종진(신디사이저)씨로 구성된 이 단체는 음반출간(3회) 및 꾸준한 연주활동으로 고정적인 청중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굿거리장단?전래민요?전래동요등 민속장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검정 고무신’‘깨어진 토성’‘시간의 화살’‘두트레 방석’등의 성악곡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동서양 악기의 만남이 실험적이고 시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국악 전문 실내악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이들은 밝고 흥겨운 연주로 “국악은 처량하고 구슬픈 선율”이라는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실내악곡 합창곡 관현악곡 취주악곡 성악곡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곡에도 그의 음악세계는 일관되게 드러난다. 어떤 형태의 음악이든 간에 그 안에 한국적인 특성을 내재시키면서 서양악기는 다만 도구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악기가 반드시 국악기의 ‘바라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악기가 내지 못하는 음색을 표현하는 클라리넷이나 플루트가 도입되기도 한다. “음역이 넓고 표현이 다양할뿐더러 친밀감있느 음색을 가진”클라리넷을 국악기와 조화시킨 ‘클라리넷과 국악 관현악을 위한 어울림’은 88년도 대한민국 음악상 작곡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대금 가야금 기타를 위한 o o o"은 90년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교수는 중앙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뒤 MBC?KBS 양 방송국의 편곡자로서 또 공군본부 군악대 군무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즈와 경음악을 편곡했다. 86년에는 독일 칼스루헤 국립음악대학에 유학하여 서양음악의 관현악법?편곡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이처럼 한 우물을 팠다기보다는 서양음악 경음악 재즈 국악을 폭넓게 섭렵한 음악궤적에서 그의 음악어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60년대에 자신의 스승인 이교숙씨가 군악대 브라스밴드로 정악곡인 ‘수제천’을 연주했다고 하여 국악계에 파문이 일었던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양악과 국악의 이분법, 정악과 속악의 이분법은 지양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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