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임금제
  • 여운연 차장 ()
  • 승인 1991.08.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는 93년부터 공무원?정부출연기관 등을 우선 대상으로 일종의 연봉제 형식인 총액임금제를 도입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에 노동계는 “사실상의 임금억제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찬.  김영배 한국경총 수석연구원, 미국 조지아대학 경제학박사

● 총액임금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지금의 입금체계는 생계비 이론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기본급 수당 상여금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던 시대에서 통합관리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노사간에도 별개로 나누어서 협상할 필요없이 총액임금을 두고 단 한번의 협상에 그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총액임금을 두고 단 한번의 협상에 그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총액임금 수준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지나치게 힘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개인이나 기업의 실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임금구조는 한 나라의 사회문화적 전통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런 것을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경제 여건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개방의 물결과 함께 내부적 노사대립은 다른 나라의 이익만 증진시키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급격한 임금상승의 역기능이 순기능을 잠식하는 실정이다. 국내외의 변화가 과거 수십년간의 변화에 맞먹는 지금, 보수적 임금정책으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 기본급과 각종 명목의 수당이 따르는 이중임금제가 문제된다면, 오히려 기본급에 대한 보조성격인 수당을 통폐합해 기본급을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임금체계의 변화가 단순히 기존 임금수준의 상승이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은 의마가 없다. 모든 수당을 기본급에 통합하면 시급임금이 올라가 사용자가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본급을 수당에 일부 통합하면 반대로 시급임금이 내려갈 수도 있다. 이러한 수준의 크기를 두고 임금체계 변화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현재의 관행을 존중하되 가능한 한 능력주의로 가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총액임금제가 실시되면 연공주의보다 능력주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능력주의나 성과급제가 수용되면 개개 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와 같은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노동자의 임금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근로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저임금시대에는 평등성이 강조돼왔지만, 고임금시대에는 공정성이 강조돼야 한다. 무조건 똑같이 준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 안될 경우 사용자에게 그 책임이 있는 부분은 사용자가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평등한 임금체계에서 공정한 임금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흔히 이러한 임금체계를 노동통제 강화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산업기술의 발달은 육체적 노동강도보다는 정신적 노동성의를 요구하는 형태로 노동현장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여 논의해서는 안된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은 실적이 좋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성과배분을 하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 회사가 잘되면 근로자들도 추가적인 임금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회사 내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임금을 더 받기를 원하고 있는 이상, 능력주의를 실현하자면 이러한 근로자 계층을 더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 그동안 상대적으로 임금이 덜 오른 공무원과 정부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이는 정부가 임금협상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라는 지적이 많다.
총액기준으로 환산할 때 정부 유관기관 근로자나 공무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 될지는 별도로 보아야 한다. 임금이 현저히 낮은 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총액기준임금제 도입방침을 굳혔다면 오히려 총액기준임금제가 공무원의 임금을 억제하는 기능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연봉제 성격의 총액임금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시급제나 일급제 및 전근대적 성과급제를 완전 월급제화하는 것이 좀더 시급한 문제 아닌가?
우리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불형태면에서 보면 모두 월급제이다. 이러한 지불형태를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다. 임금결정 기준을 모두 예측하기 쉬운 연봉개념으로 공식화하겠다는 것이다.

● 각종 수당 외에 지급되는 판공비를 총액개념 임금으로 산출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판공비는 직위나 직급과 관련한 순수 활동비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총액에 흡수시켜야 한다.

반.  김금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한국노동교육협회 대표

● 총액임금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총액임금제는 임금 억제를 위한 노동통제 방식의 하나이다. 이 제도는 정부의 한자리수 임금인상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상률은 두자리수를 넘고 있는 등 정부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총액임금제란 명목으로 임금교섭 타결인상률과 실제지급 인상률을 함께 묶어두려는 것이다.

● 현행 임금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사실 아닌가?
현행 임금체계는 매우 불합리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임금체계에서 기본급의 비율이 총액임금의 절반을 약간 넘는 매우 낮은 상태이다. 반면에 각종 수당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초과급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이런 불합리한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생활급의 확보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하는 불이익을 주게 되고, 사용자쪽에 대해서는 임금지급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이익을 주게 되는 것이다.

● 총액임금제가 채택되면 능력주의나 성과급제가 정착돼 효율적인 임금체계가 이룩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총액임금제는 장기적으로 현행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직능급체계로 개편하려는 의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 직무?직능급은 동일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직종을 직무나 직군으로 분류해 그 각각의 직무나 직군을 등급별로 나누고, 그 등급마다 각기 다른 임금률을 설정하는 임금형태이다. 이런 임금형태는 노동자의 능력이나 기업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임금률을 정하는 합리성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직무?직능급은 노동자 사이의 경쟁과 반목을 촉발시키고 직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직무?등급 설정이나 직무평가 등에서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뿐만 아니다. 직무?직능급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으나 실은 OO노동 차별임금, 유사노동 차별임금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 정부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임금인상이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 유지는 물론 물가안정을 이루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은 임금인상에 있기보다는 정부당국의 무분별한 통화남발과 재벌을 비롯한 대토지 소유자의 부동산 투기, 독과점 기업의 과도한 가격인상, 거듭되는 공공요금 인상, 그리고 대외의존적 경제구조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금인상이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종래의 ‘저임금?저기술?저가격’에만 의존해온 타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이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여전히 낮고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본요인이 낙후된 기술수준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대외경쟁력은 임금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적정임금과 고생산성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그 강화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익을 증진시킬수 있으며, 업종?직종간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제도의 도입에 따라 기업주들은 기업별 교섭에만 얽매이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금 억제의 공동유대를 강화할 수 있게 되고, 임금교섭에서 여론의 우위를 장악해 산업별?업종별 교섭을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제도의 도입에 따라 노동자들의 실익이 증진되기는커녕 더 큰 임금통제의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또한 ‘업종?직종간의 임금격차 해소’라는 명분은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달성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임금통제의 한 방편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에게도 유리한 제도가 되지 않겠는가. 즉 연봉을 기준으로 임금협상을 하게 되면 사용자의 변칙적인 인상 억제가 불가능해질 것 아닌가?
이 제도는 임금통제의 방편이 될 뿐이다. 굳이 이 제도를 도입?시행할 의도라면, 현행 임금체계의 합리적인 개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임금체계의 합리적인 개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임금체계의 합리화를 추진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본급에 대한 보조적 성격이 강한 각종 정액수당과 고정적 일시급 등은 기본급에 흡수?통합돼야 한다. 기본급의 결정은 생계비를 토대로 한 생활급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직무?직능급 도입의 경우에도 직무분석?직무평가에 대한 합리성이 보장돼야 하고, 인사고과 방법의 공개와 평가요소에 대한 사전협의 등으로 노조의 경영참가가 폭넓게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