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단, 간단해졌다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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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혈액진단법’확산…10cc 채혈로 80여 항목 검사, 결과 2~3일 내 확인

혈압측정 X선검사 초음파검사 위내시경검사 심전도검사 소변검사와 키몸무게 시력 청력 등을 재는 신체계측 등등. 자신의 건강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20만~30만원대의 비싼 검사비용, 검사를 위해 치러야 하는 기다림과 수고 때문에 벼르고 벼르던 건강진단을 쉽게 포기하는 일이 많았으나 앞으로 그러한 일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최근 고혈압 당뇨병 간기능 이상 등 온갖 질병을 간단한 채혈만으로 쉽게, 그리고 값싸게 진단할 수 있는 건강진단법이 도입돼 값싸게 진단할 수 있는 건강진단법이 도입돼 널리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혈액 건강진단법은 ‘블러드 스크린 테스트’로 불리는데 매우 간단하고 값싸게 각종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에 주사기 한대의 양에 해당하는 10cc 정도의 혈액을 뽑아 2~3일 안으로 수십 가지의 분석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한국의학연구소(경기 부천) 대한임상의학연구소(서울 방배동) 서울임상병리과의원(서울 인사동) 삼강임상검사센터(서울 청계천)등 임상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이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최근 늘고 있다.

당뇨병에서 에이즈까지 검사
특히 한국의학연구소(소장 ooo)의 경우 생화학자동분석기 전해질자동분석기 효소면역자동분석기 등을 갖춰놓고 당뇨병과 관계있는 혈당량에서부터 신방병과 관련된 크레아티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검사에 이르기까지 80여 항목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체와 언론사 임직원들이 검진을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같은 혈액진단법은 임상병리학이나 예방의학에서 질병의 진단?치료 및 예후를 판정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혈액검가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병원이나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것을 건강진단 항목으로 활용해오고 있으나, 비용과 시간면에서 이용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혈액검사가 일반적인 건강진단법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혈액학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혈액분석의 응용분야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혈액분석의 단계는 단순히 혈액형을 판별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 각종 암의 항원을 추적하는데까지 이용될 정도로 발전했다.

사람 몸무게의 약 8%를 차지하는 혈액은 신체의 이상 여부를 가장 정직하게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혈액은 인체 구석구석을 돌면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는 한편, 신진대사로 인해 생긴 각종 노폐물을 운반한다. 따라서 의학자들은 “혈액에 포함된 각종 물질의 증감을 통해 신체의 이상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혈당?콜레스테롤, 간기능 장애와 깊은 관계가 있는 GOP?GTP등 각종 효소와 영양분, 전해질 따위는 몸의 상태와 질병의 발생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혈중 농도와 양이 변화한다. 혈액진단법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의 유무 또는 위험성을 판정하기 때문에 진단결과의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병이 늘어나는 것과 때를 맞춰 혈액 건강진단 기관 의사들은 40~50대의 중년 직장인층을 겨냥, “성인병의 조기예방에 큰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건강진단법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동맥경화증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당뇨병 간경화증 신장병 빈혈 등 한국인의 사망원인에서 날이 갈수록 비중이 높아가는 성인병의 대부분을 혈액분석을 통해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인병은 장기적으로 진행되며 자각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수시로 건강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의학계는 현재 그러한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흔히 행해지는 종합건강진단과 마찬가지로 혈액검사의 결과 역시 과신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OOO박사(순천향의대?혈액학)는 “의학 수준이 발전한 미국에서조차 사망자의 절반이 죽기 전에 병원에서 내린 진단결과와 맞지 않았다”고 소개하면서 “혈액검사의 정확도를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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