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근끈한 ‘권력 중추세력’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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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검찰·재계 장악 … 핵심은 경신회, 경북고 졸업생 중 엄선, 경쟁률 40 : 1

 경신회는 대구·경북(TK)출신 인사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엘리트들의 모임이다. TK가 한국을 움직이는 힘의 집단을 의미한다고 할 때, 경신회야말로 TK의 본류라 할 만하다. 경신회 회원은 현재 4백20여명으로 매년 8백명 가량의 경북고 졸업생들 가운데서 엄선된다. 한기수에서 20여명 정도가 선정되므로 회원이 되려면 4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경신회 회원들은 각계에 대거 포진해 있다. 회원 명단(표참조)을 일별해 보면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 직책을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정계 관계 법조계 재계에 지명도가 높은 호화 캐스트를 자랑한다.

 경신회가 벌이는 사업은 특별한 것이 없다. 임원개선을 위해, 또 망년회를 겸해 1년에 두 번 총회를 열고, 연중행사로 저명한 교수나 사계의 권위자를 초빙해 강연회를 두 번 정도 갖는 것이 고작이다. 겉으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신회 회원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원들간에 응집력이 있을 걸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한 언론인 경신회원은 말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경신회가 특별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든 조직은 아닐지라도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 거물인사들의 집결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신회는 한국을 지배하는 TK사단의 핵인 셈이다.

경찰청 발족 따른 인사도 예외 없어
 개각 등 정부의 인사가 행해지면 ‘TK 편중 인사’ 혹은 ‘핵심 요직은 TK 독식’이란 신문기사의 제목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TK 중용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발족과 더불어 최근 행해진 경찰 수뇌부의 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원환씨(경북 안동) 이인섭씨(경북 영일)가 각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그리고 강두현 단국대 교수(대구)가 경찰위원회의 사실상 실세인 상임위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정부 요직의 TK 편중은 6공 들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6번의 개각에서 TK 장관은 순서대로 각각 4명 6명 5명 5명 6명 7명이었다. 현재 27명의 각료중 TK는 이상옥 외무(안동) 이상연 내무(성주) 이종국 국방(칠곡) 박철언 체육(대구), 이진설 건설(선산) 이계순 정무제2(대구) 최상화 법제(영일) 등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TK는 군과 검찰의 요직도 장악하고 있다.

 재계 역시 TK를 중심한 영남세가 압도하고 있다. 재계의 TK 원로 삼총사 신현확씨(전 총리·현 삼성물산 회장) 김준성씨(전 부총리·현 대우그룹 고문), 그리고 정수창씨(전 상공회의소 회장·현 두산그룹 회장)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력의 중추신경을 형성해 政·官·檢·警·軍·財界를 장악하고 있는 TK의 세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인가, 아니면 약해질 것인가. 지난 30년간 TK의 권력 장악은 적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권력이 다른 집단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했다. 그러나 TK의 세력의 약화를 점치는 정세분석가도 있다. 그는 TK가 5·16 이후 권력의 창출과 유지과정을 통해 수혜집단이 됐으나 향후 대세는 문민정치이므로 TK세력의 약화는 필연적이라고 내다본다.

 정치평론가인 김진배씨는 “TK를 군부독재 세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중에도 민주적 인사가 많다. 그러나 TK가 다시 권력을 잡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민족통합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특정집단이 계속 특혜를 누리려는 의지는 마땅히 배격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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