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안해 사업계획 못세워”
  • 권석하 (주)소동구무역 대표(현재 모스크바에서 무역 ()
  • 승인 199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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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물가 불안해 기업인 고전··· 밀수꾼·암달러상이 시장경제 주도


 

모스크바 성공의 상징은 외제차와 외제양복이다. 그래야 대우를 받는다. 2년 전만 해도 외제 차는 대개 빨간 번호판(외국 외교관)이나 노란 번호판(외국 상사원 혹은 합작기업 소속) 정도였으나 이제는 그런 특수 차량의 번호판보다는 공공기관이나 개인 번호판을 단 내국인 외제차가 더많다. 외제차를 몰고다니는 러시아인들이 이른바 스빼꿀랸뜨(악덕상인)인지 파르쪼브칙(암달러상 혹은 밀수꾼)인지 까뻬라또르(사영업자)인지 꼬메르상뜨 (상인?기업인)

인지 비즈니스미엔(보통의 사업가)인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이들은 러시아 시장경제를 이 끌어 가고 있고 또 이끌어갈 첨병이며 꽃이다.

  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 외제차를 살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분명한 것은 중간 정도

의 봉급수준인 4천~5천루블(30~35달러)로는 절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예를들면,전직 내과의사인 이고르 브리르만(33)의 지금 직업은 암달러상이다.암시장에서 달러를 바꾸어 헝가리나 폴란드로 가서 전자제품을 사다가 루블로 팔고,그루블을 다시 달러로 바꾸어 번 돈으로 이태리제양복에 중고차이기는 하나 BMW를 몰고 다닌다.작년만 해도 한번 나들이에 2~3배의 이익을 올렸으마 요즈음은 너도나도 이 일을 하는 통에 옛날 같지 않다고 엄살이다.

  금년 들어서는 주요 구매처를 중국으로 돌려 의류 신발 등을 사가지고 오는데 그나마 비행기삯이 엄청나게 오르고 중국상인들도 값을 자꾸 올려 이익이 전만 못하다.더구나 최근 환율이 자꾸 올라 값이 오르는 데다 사람들이 직장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판매량이 전 같지 않다.왜 의사를 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에는“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그봉급 받고 일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금년 50세의 블라디미르 베니아쉬빌리는 합작기업인 스포츠 프로모션‘모스프로프 스포츠사’의 사장이다.그는 한때 축구선수였고 공산청년동맹 간부를 지낸 1세대 신흥사업가이다.한국에도 한번 방문하여 (주)진도와 소련 최강 축구팀 스파르타쿠스와의 스폰서 계약을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러한 그도 요즈음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사회 불안과 복잡한 제도로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루블가치는 일정한 가격을 정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상담한다. 회사를 차리면 제일 먼저 외국파트너가 투자한 외화자본으로 외제자동차부터 사고 외국출장비로 몇천달러씩 들고 나가는 다른 합작기업 사장과는 달리 해외출장비를 아끼기 위해 별별 노력을 다하는데도 직원들은 알아주지 않고, 회사가 이익나는데도 불구하고 봉급 많이 안준다고 눈만 흘긴다며 한숨이다. 해보고자 해도 따라주는 사람 없고 해놓아도 자칫 한눈팔면 인플레 속에 휩싸여 버리니 돈 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그의 말은 요즈음 이곳 사업가들의 이곳 사업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업은행 루블대출 연이자가 80~90%라는 사실이 말하듯 루블가치가 불안정하며 장래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1백% 이하의 이익이 나는 장사는 장사로도 안친다고하니 이 또한 이곳에서 뛰는 장사꾼들을 조바심나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이면 늣으리’하는 생각으로 수많은 신흥 사업가들이 헤매고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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