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눈 어두운 ‘특혜 잠수함’
  • 김당 기자 ()
  • 승인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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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건조 계약 전에 미리 돈 받아 /국산화율 낮고 전투력에도 결함

 국방부 율곡사업 특별감사단(단장 장병용 특명검열단장)은 3월9일 국방부가 현재 추진중인 율곡사업(군 전력증강사업) 중에서 의혹이 제기된 8개 사업에 대한 최종 특감 및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해군 해상초계기 구매사업에서 발생한 국고 손실(1백80억원 추정)에 대한 지적이다.

 특감단 발표에 따르면, 90~95년 총 6천23억원을 들여 대잠수함 초계기를 구매하는 이 사업에서, 국내 무역대리상인 (주)대우는 생산업체인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P3C를 중개하면서 수수료 2백13억원(총계약액6천23억원의 3.5%)을 받기로 비밀리에 기업간 자문(이면)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주)대우는 록히드사로부터 공식 수수료를 4백만달러 (30여억원)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방부 군수본부가 록히드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주)대우는 무기 중개 수수료의 상한선인 4백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록히드사는 이면 계약으로 약정한 수수료 총액 중 1백80여억원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부당 이익을 챙겼고, (주)대우는 군수본부 몰래 이면 계약을 맺음으로써 그 액수만큼 구고에 손실을 끼친 결과가 되었을 수도 있다. 록히드사가 총 계약가에 대우측과 약정한 수수료를 얹어 산정했으리라는 것은 무기 거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감 결과에 따르면, (주)대우는 공식 수수료 외의 약정 수수료 1백80여억원을 받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으나 록히드사와 자문 계약을 맺은 사실을 군수본부에 뒤늦게 알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특감 대상에는 빠져있지만, 건조 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이면 계약 및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대표적인 율곡사업 중의 하나가 해군 잠수함 사업이다. 주계약업체인 대우조선이 독일 하데베(HDW)사와 기술도입 생산 방식으로 건조해 2000년대 초까지 9척(대당 1천4백억원)을 해군에 인도하게 돼있는 잠수함 건조사업(총 1조3천억원 규모)의 경우 지난 89년과 93년 국정감사에서도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정작 율곡사업 특감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특히 1 · 2 · 3차에 걸쳐 3천씩 총 9척을 구입하게 돼 있는 잠수함 사업에서 1 · 2차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도 이병태 신임 국방부장관이 특별 기자회견을 결어 율곡사업에 대한 전면 재감사를 발표한 12월28일 당일에 대우조선과의 3차 사업 계약 및 선수금 지급이 이뤄짐으로써 특혜의혹이 증폭되었다.

87년 대선기간에 계약, 정치자금 수수 의혹
 그런데 지난달 임시국회 때 열린 국방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이 이미 도입 ·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3척을 포함해 앞으로 도입할 6척 또한 예산 운영 및 전력 증강 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우선 나병선 의원(민주)이 질의한 ‘잠수함 1 · 2 · 3차 사업의 계약가 대비 선수금 및 중도금 내역’에 대한 답변에 따르면, 국방부는 잠수함 1차 사업 계약(87년 12월)상의 1차분 지급일 이전인 87년 8월에 이미 2차분(국외분 4백56억여원)을 선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기된 이면 계약에 따른 대우조선 특혜 및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계약도 하기 전에 돈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방위산업 특별조치법상의 ‘방산물자 지정 · 방산업체 지정 · 계약 · 국방부장관 및 대통령 재가’수순을 밟는 기술도입 생산 방식의 무기획득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전두환 전 대통령)가 대우조선을 잠수함 건조 업체로 먼저 지정한 뒤 사업단을 구성해 계약을 맺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받쳐 준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민주당의 강창성 · 나병선 · 임복진 의원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 의혹의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당시 국회에서 대우조선측은 ‘87년 1월부터 대우빌딩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해군사업단과 합동으로 잠수함 건조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함으로써 계약 전에 발생한 경비(2억원)를 정산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86년 12월 대우조이 건조 업체로 지정되고 정부의 사업추진 방침인 정부지도업체 주도에 따라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87년 2월부터 12월까지 해군사업단 요원이 해외계약 협상을 지원하고 확인하기 위해 대우조선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이때 발생한 비용은 주로 행정비 등인데, 계약 이전에 발생한 사업전 경비는 예산회계법상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는 비용이기 때문에 수령하지 못했다”라 답변했다.

 이는 △전두환 대통령이 대우조선을 잠수함 건조 업체로 지정(86년 12월)한 뒤 △계약협상을 지원 · 확인하기 위해 해군 조함단, 기무사, 대우조선 관계자들이 대우빌딩에서 사무실을 운영(87년2~12월)했으며 △87년 12월에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는 야당측 주장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원에 의하면, 정작 방위산업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른 국방부의 방산물자 지정 및 상공부의 업체 지정은 각각 계약일보다 늦은 89년 8얼21일과 9월1일인 것으로 밝혀져 ‘대우조선이 86년 12월에 건조 업체로 지정되었다’는 부분은 위증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이처럼 규정을 어긴 배경에 대해 1차 사업 3대분을 계약한 시점이 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음에 비추어 대우측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기 위해 선수금을 지급한 뒤 ‘선계약 후지정’한 것으로 풀이한다.

한건도 없는 기술도입에 2천억원 쏟아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군의 소요제기, 획득심의회 및 전력증강위의 타당성 검토, 국방부장관 및 대통령 결재라는 무기 획득절차와는 거꾸로 획득한 잠수함이 그나마 국산화율이 지극히 낮고 전력 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잠수함 1척당 평균 구매단가의 경우, 기술도입 가격(1천4백50억원)이 직도입 가격(1천 2백60억원)보다 2백억원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경우에 따라 기술도입 생산 방식을 택하는 것은 기술 축적과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대우조선의 국산화율은 현재 지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 접수된 자료에는 이미 대금 지급이 거의 끝난 1차 사업의 경우 국산화를 달성한 것은 함수품(함내 장비 · 용품)과 배터리뿐이고, 93년말 현재 15차에 걸쳐 총 계약가의 71.3%를 지급한 2차사업의 경우에도 국산화 목표율을 제대로 달성한 것은 함수품 뿐이다. 또 ‘87 · 93년 방산분야 기술도입 현황’을 보면 기술도입에 따른 로열티 지급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데, F16 전투기, UH60 헬기 관련 기술도입 건은 있으나 잠수함 관련 기술도입 건은 한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술도입은 없는데도 2천억원 가량의 기술도입 비용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우조선측은 《시사저널》이 서면질의한 내용(잠수함 건조 관련 기술도입 및 로열티 지급이 한건도 없는 것은 계약위반이 아닌가 등 7개 항목)에 대해 군사기밀임을 내세워 답변을 거부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 획득계획 수립은 20~30년 후의 주변국 전력과 해당 국가의 작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나병선 의원에 따르면, 이미 도입한 3척은 물론 건조중인 2차분 3척에도 잠수함의 필수 장비인 IR(야간 적외선 탐지)기능이 미비한 형편이다.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조건에서 열을 발생하는 물체를 식별함으로써 잠수함의 야간 항행 및 표적 탐지를 가능케 하는 IR 잠망경 기능이 없다는 것은, 낮에만 싸우고 밤에는 쉬는 반쪽 잠수함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국이 도입 · 보유할 잠수함은 9척 모두 1천2백t급, 중국 8천t급 핵잠수함)에 견주면 열세인 데다 그나마 잠수함 건조 기간이 6년이나 소요되어 몇년 못가 단종이 될 구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의 한 관계자는 “육군이 전력증강사업을 주도하는 실정에 비추어 해군으로서는 그나마 없는 것보다 낫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3월10일 국방부가 군무회의에서 의결한 ‘국방목표 개정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개정안은 북한을 위주로 한 국방 목표를 ‘주변국 대처’로 수정했는데,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해군력 증강 및 전력 구조 개편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측은 잠수함 건조사업과 잠수함 잡는 비행기 구매사업 모두에서 국익에 손실을 끼친 셈이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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