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왜 많이 읽히나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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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적 산문집 《사색》 내놓고 밝힌 집필고백

 지난 봄, 이문열문학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김윤식씨 외 16명이 쓴 평론집 《이문열론》 (삼인행 펴냄)이 나온 뒤 출판계 일부에선 “이문열 이름만 들어가도 책이 나간다”는 말이 나돌았다. 딱딱한 평론집인데도 1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른바 ‘이문열 현상’은 여간해서 식을 것 같지 않다.

 김삿갓(김병연)의 ‘시인으로서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추적한 장편 《시인》에 이어 이문열씨(43)가 최근에 내놓은 산문집 《사색》(살림 펴냄)도 발간되자마자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3위에 올랐다(본지 93호 베스트셀러 집계 참조).

 이 책은 그가 쓴 소설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글이 모인 산문집이며, 작가 자신이 아닌 출판사 편집부가 엮었다는 점에서 기왕의 이문열 책과는 구별된다. 이문열씨는 “작가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하나”라고 자평하면서 언젠가 본격적인 산문집을 묶고 싶다고 말했다.

 시인 황지우, 평론가 진형준, 작가 이창동·심만수씨가 엮은 《사색》은 편지글·잠언· 자전적에세이·세계관 등 ‘소설 밖의 언어들’을 통해 새롭게 이문열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통로이다. 특히 80년대 후반, 이 땅의 문학과 지식인들이 ‘역사와 이념, 전망’에 관해 몰두할 때 그는 왜 지탄을 받으면서도 신과 젊음, 예술과 ‘反이데올로기’를 발언했던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이 책은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이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속에서 문학은 그 우월성을 버리고, 다양성·상대주의의 틀 속에서 “상위도 없고 하위도 없는 문학”으로 자리잡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마르크시즘에 바탕한 ‘가치 통합사회’를 지향하는 문학의 “독선과 우둔, 획일주의와 단순화”를 경계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존재에 필요한 최소한을 지키기 위한 소극적인 보상의 원칙 때문”이라고 쓰면서 이 고백들은 “부끄럽고도 쓸쓸한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소위 이론가들이 생각하는 민중과 실제 드러나지 않는 민중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그가 민중문학권과 진보적 지식인들로부터 ‘보수’라고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궁지에 몰려 있을 때, 그의 소설들은 (민중들에 의해)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80년대가 지나간 지금 그 현상을 곰곰이 분석하고 있는데, 이 분석은 이문열 소설이 80년대 중반 이래 왜 그렇게 많이 읽히는가에 대한 답과도 직결된다.

 소설을 쓸 때 그는 시의성과 특정성을 피한다. 언제 나와도 읽힐 수 있으며, 누구나 읽어도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자세는 “현실성이 없으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집단에 봉사하게 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왔다. 평론가들의 비판에 대하여 작가는 고마워한다.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그 지적들이 나로 하여금 매너리즘의 늪에 빠지지 않게끔 늘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독자가 많은 까닭들 중에 시의성과 특정성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즉 소설을 쓸 때 그가 독자였던 시절 “나는 왜 소설을 사 읽었는가”를 떠올린다. 정치적 부조리를 알고 싶을 때는 정치학 책을 샀지 정치소설을 집어들진 않았다는 것이다. 문학은 문학 나름대로의 독특한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는데, 그의 이같은 ‘비밀’은 문학적 유명세에 비해 독자를 확보하지 못했던 80년대 작가들이 간과했던 대목으로 보인다. 그는 신문에 연재중인《수호지》 전반부 6권을 이번 8월중으로 펴내고난 뒤 《변경》을 하루빨리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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