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문화 민간이 이끈다.
  • 목포·성우제 기자 ()
  • 승인 199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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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문화를 ‘구경’하러 온 다른 지역 대학 교수들은 나주에서 한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곳 문화유적을 설명하는 나주 문화원장이 민속 · 역사학자인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 등은 “민간 · 학계 · 관이 모두 나서서 합동으로 하는 전남의 지역문화 연구는 다른 지역에서 따라갈 엄두도 못낼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에서 다른 지역 연구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주제는 전남도청 문화예술과의 김희태씨가 발표한 ‘전남지역의 역사민속학 연구현황’이었다. 이 발표문은 전남지역의 문화연구 현황과 그 성과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이 가운데서 특히 ‘아마추어 史家’들이 이끄는 향토사 연구 부분에 외부인들의 눈이 집중되었다.

 전남에는 각 시군별로 향토사연구회가 조직되어 있다. 이 연구회들은 연구 성과를 책자로 발간하거나 학술대회를 자주 열어 발표를 하고 있다. 특히 마을 유래지 등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꾸몄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한 예로 장흥군 부산면 용반리의 《우리의 보금자리 지와몰》을 들 수 있다. 이 연구서는 지역 주민들이 5년간 자료를 모으고 자비로 출판한 것인데 마을의 형성과 변천, 민속과 문화유적 · 유물 등 마을과 관련된 모든 문화를 36개 항목으로 정리해 분류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이같은 연구 열의는 대학 및 행정기관과 연결돼 아마추어 수준을 극복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자체 연구활동을 하면서 민간 차원의 여러 문화사업을 지원하고, 대학도 연구 방법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목포대 이해준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대학이 지역문화를 이끌고 있지만 전남 지역에서는 민간이 앞서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나승만 교수도 “지역 주민들이 목을 맨 듯한 집념으로 대학에 찾아와 연구 방법을 배워간다”면서 “이런 특이한 현상이 이 지역에서 왜 일어나는가 하는 점도 우리의 연구과제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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