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 멀리하면 배 들어간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8.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인의 비만은 배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복부비만은 정상 체중을 넘지 않아도 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비만과 증상과 대책을 알아본다.

직장인의 건강 시리즈 ■복부비만증

 직장인의 ‘나이테’는 허리굵기로 재어지는가. 연륜이 쌓여가면서 허리띠의 구멍을 바깥쪽으로 새로 뚫어야 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고 있다. 비만이 성인병의 가장 큰 위험인자로 지목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이 당뇨·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배가 나온 직장인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연세대의대 許甲範 교수팀에 의해 연구가 진행중인 ‘복부비만측정’은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의 배율을 측정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 시도된 것이다. 허교수팀은 당뇨병환자 58명에게 설탕 75g을 먹이고 이들의 혈당 지방산 혈압 등을 측정한 결과, 전체 당뇨병환자의 67%가 복부비만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安廣鎭씨(내과)는 “일반적인 비만개념인 신장과 체중의 비로 보아 정상체중의 범위를 크게 넘지 않은 환자라도 배가 많이 나왔을 때, 혈당이나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아 복부비만환자는 이들 질환을 앓을 위험성이 매우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한다.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눠 남자 0.9이하, 여자 0.8이하를 정상으로 보고, 남자 1.0이상, 여자0.8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지금까지 비만측정법으로 널리 사용돼온 것은 신장과 체중의 비율로, 표준체중표에 의한 것과 체격지수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 표준체중은 키(㎝)에서 1백을 뺀 뒤 0.9를 곱한 결과를 가장 이상적인 체중으로 하고, 이 체중의 10%를 넘으면 ‘과체중’, 20%가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 방법은 비교적 정확하고 편리하나 키가 작은 사람은 비만 정도가 과장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체격지수 중 대표적인 것은 BMI(Body Mass Index : 체질량지수)로, 체중(㎏)을 키(m)의 제곱값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이 지수가 20~24.9일 때는 정상, 25~29.9일 때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또한 ‘스킨 폴드 캘리퍼’라 불리는 기구를 사용, 어깨 뒤 견갑골 사이와 팔의 삼두박근 뒤를 짚어 피하지방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대학병원 李洪? 박사(내과)가 지난해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관동맥질환등과 연관되어 있어, 비만환자가 정상인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이교수는 미국 암학회자료를 인용해 체질량지수가 25를 넘을 경우 남녀 모두 체질량지수 증가에 비례하여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비만환자. 당뇨병 사망률 정상인의 8배
 당뇨병은 비만과 더욱 밀접한 관계에 있어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일 때 비만한 사람이 당뇨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8배까지 증가한다. 비만환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고지혈증’은 혈액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240㎎/㎗ 이상이고 중성지방이 100㎎/㎗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고지혈증에 걸리면 혈관막이 정상인보다 좁아져 관상동맥증 동맥경화증 당뇨병 뇌졸중을 유발시킨다.

 비만 치료법에는 식이·운동·행동수정·약물·수술요법 등이 있다. 식이·운동요법은 직장인들이 무리없이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63쪽 기사 참조). 경희의료원 단식요법전문의 申鉉大 과장(경희대학교 한의학대학 부설 한방병원 물리요법과)은 “단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전에 반드시 정밀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전적인 당뇨가 잇거나 정신분열증, 결핵, 중증인 위·십이지장궤양환자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위궤양환자의 경우 위벽이 헐어 얇아진 상태에서 단식을 하면 속이 비어 위의 구멍이 뚫리는 ‘위천공’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교수는 “단식은 ‘식이요법기’를 준비하는 전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올바른 단식을 하려면 음식물 섭취를 일절 끊는 단식 및 그 전후의 식이요법 등 4단계로 나누어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며, 단식기를 전후로 최소 2주일 정도는 입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4단계란 △감식기(죽이나 미음 : 2일) △단식기(생수만 마시며 한방물리요법 병행 : 7~9일) △회복시기(죽·미음 등을 서서히 섭취: 단식기간의 2배일수로 15일쯤) △식이요법기(저칼로리식사 : 단식기간의 6배수일수로 50일쯤)이다.

사설단식원 이용 신중해야
 휴가를 이용해 단식을 시도할 경우 최소한 10일(감식기 1일 단식기 7일 회복시기 2일)은 입원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식기간 동안 하루에 5백~1천g 가량이 빠져 10일 단식동안 약 5~10㎏이 감량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백군데의 사설단식원이 성업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상주 간호원이나 의사가 없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에 대해서 거의 무방비상태이므로 신중하게 판단, 이용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는 데는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金永卨 교수(경희대의대·내과)는 “최근 샐러리맨 중에는 ‘텔레비전 비만증후군’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저녁 식사 후 2시간 동안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몸무게 60㎏)은 그동안 1백80kcal밖에 열량을 소모하지 못한다. 자신이 ‘텔레비전 비만증후군’에 속하는지 아닌지 다음을 잘 살펴보라. 퇴근 이후의 행동이 아래와 일치한다면 한달 뒤 10㎏의 체중이 느는 것은 쉬운 일이다.

 아침은 빵 한조각에 커피 한잔, 점심은 간단하게 햄버거에 콜라 한컵, 저녁은 술한잔 가볍게 곁들여 30분 이상 괜찮은 식사를 한다. 음주단속이 심하니 퇴근 후 집으로 직행,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프로그램도 시시하고 아이들이 달라붙는 것이 귀찮아 소리라도 칠라치면 아내의 잔소리, 벌떡 일어났으나 좁은 아파트에선 갈 곳이 없다. 주방으로 가 냉장고문을 열고 우유나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그러면 다시 식욕이 돌아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 ‘어이쿠, 먹으면 안되는데…’하고는 더 이상 먹기 전에 푹 자버린다.

 이것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지금 곧 운동화로 갈아신고 대문 밖으로 나서라.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30분만 줄이고 산책을 한다면 누구나 한달에 1㎏의 살을 뺄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