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 박준웅 편집위원 ()
  • 승인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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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늘려야 하나

 

의과대학 신설 및 증원 문제를 놓고 의대신설 또는 증원을 신청한 대학측과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 있다.

 

반 沈英輔 대한의학협회 기획조사이사. 서울대 의대졸. 외과 전문의. 심영보 ? 홍자선의원 원장. 한림대 의대 외래교수

심영보 “의대 증원은 의료의 질을 떨뜨릴 뿐이다”

의대 신설 및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 총 32개의 의과대학에서 해마다 2천8백80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관계 연구기관이나 전문학자들은 현재의 배출인력을 동결하더라도 1995년부터는 의사의 과잉상태가 된다고 한결같이 보고하고 있다. 제 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계획에서의 의사인력의 동결을 국가정책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의사 한사람을 양성하는 데는 교육 ? 수련 ? 병역 등 약 15년이 걸린다. 그 때쯤이면 엄청난 과밀상태가 될 것이 뻔한데 15년 후에나 활용될 의사를 양성하려고 지금 의대를 신설 ? 증원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의사의 양산은 교육의 질은 물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며 국가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의사의 증가율은 8% 미만인데 반해 입원환자는 15%, 외래환자는 9%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다는 주장이 있다.

2~3년 후명 의사 과잉상태가 되고 인구증가율 0%(정지기)가 되는 2000년대가 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되리라는 앞서의 연구보고들은 의사 수의 증가율은 물론 의료 수요의 증가율, 경제성장의 추이, 선진국 대비 의사 1인당 인구 수 등 모든 예측치가 면밀하게 고려된 결과이다.

의사의 93%가 시 이상의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농어촌지역의 의료혜택을 위해 의대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사회구조가 점차 도시화?산업화하면서 인구는 물론 문화?산업 시설들이 모두 농어촌을 떠나고 있다. 거주와 취업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신설된 지방의대 출신자가 그 지방 농어촌에서 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라는 말이 있듯이 도시에서조차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도 턱없이 모자라는 진료시간과 복잡한 절차?불친절 따위를 감수해야 한다.

제도의 모순과 잘못된 국민의식 때문에 환자가 일부 병원과 의사에게 몰려 그렇지 의사의 절대수가 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영 형편상 인력을 늘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병원에 근무하기를 원하는 의사는 구름처럼 많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면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수도 크게 늘 것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의사의 수는 곧 과잉상태가 된다는 것이 관계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다.

통일과정에서 30년 이상 수준이 떨어진 북한과의 의료통합을 감안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의료인력 수급계획을 세워야 할 것 아닌가.

북한의 의사양성 과정이 우리와 달라 다소 다양한 수준이긴 하지만 인구대비 의사 수는 우리보다 많다. 통일을 대비해서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발상은 참으로 기발하다.

전문인력의 양적 증가를 통해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육시설과 교수인력(특히 기초의학교육 부문)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의대의 난립과 의사의 양산은 필연적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뿐이다. 의료에 관한 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며 의사의 양산은 의료비의 상승을 초래한다. 의료기관이 많은 지역일수록 지역 의료보험조합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의사들의 진료거부 현상은 부족한 의사 수와 이에 따른 업무과다에도 원인이 있지 않은가.

업무가 과다하고 특히 일부 대형 병원들이 의사를 혹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병원이 경영 형편상 의사를 증원하지 못할 뿐이지 의사가 부족해서 늘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기득권 수호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반대한다는 지적도 있다.

의사의 양산이 기득권자(의사)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그것도 15년 이상 먼 훗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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